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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엔화 구출 작전, 미국 나서도 쉽지 않은 이유 (feat. 다카이치의 함정)[딥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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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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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엔화 환전 좀 해두셨나요? 6월 말 100엔당 950원대였던 엔화 환율이 7월 29일 880원대까지 확 밀렸죠. 이후 미국·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잠시 910원대로 껑충 뛰며 반등하나 싶었는데요. 지금은 다시 900원 안팎. 엔화 약세 기조는 여전한데요.

엔저 방어를 위해 이례적으로 미국 재무부까지 나섰건만, 역부족인 걸까요? 시장에선 이번 개입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일본의 엔저 탈출이 쉽지 않은 이유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아르헨티나도 아닌데…

‘수십 년 만에 일어난 세계 외환 시장의 가장 극적인 개입’
지난 7월 31일 미국 재무부가 공조해 엔화 매수에 나선 걸 두고 블룸버그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반응도 나왔죠. 물론 일본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미국 재무부가 나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그러니까 28년 전인 1998년에도 있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외환위기 같은 상황은 전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7월 23일 엔화 가치가 무려 40년 만에 최저(달러당 163.99엔)로 급락하자, 다급해진 일본 정부가 SOS를 쳤고요. 이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응한 겁니다. 시장 개입이 시작된 7월 31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친절하게도 ‘할 일(To Do) 일본 엔화 50억~100억 매입(Buy Japanese Yen 5-10 bil.)’이라고 쓴 메모를 회의장에 잘 보이게 놓아뒀죠. 누가 봐도 언론에 사진이 실리게 만들려는 의도였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미·일 양국의 합동 작전에 외환시장은 화들짝 놀랐죠. 엔화 매도 공세를 펼치던 투기꾼들을 향해 미국이 경고장을 날린 셈이니까요. 며칠 만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5엔까지 뛰었습니다. 최저점 대비 5% 정도 오른 거죠. 이후 다시 소폭 내려 달러당 158엔 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인데요.

미국의 이례적인 시장 개입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파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습니다. 양국의 이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인데요. 어찌 됐든 일본 정부가 미국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그 절박한 처지를 드러내 주죠. 그리고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엔 눈길 끄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미국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일본과 아르헨티나…통화 약세, 동등한 대우를 받아도 화낼 수 없는 현실’.

지난해 미국의 개입으로 페소화 가치 급락을 간신히 막았던 아르헨티나와 일본을 비교한 칼럼인데요. 물론 외화보유액만 봐도 두 나라는 하늘과 땅 차이이긴 하지만, 칼럼에선 “통화 안정을 위한 노력에선 아르헨티나보다 뛰어나다고 당당히 말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결국 이게 다카이치 정부의 무능력 탓이란 비판의 뜻이 담겨있죠.

 

엔저인데 돈 풀기, 이게 맞아?

그럼, 엔화 가치는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주된 원인은 꽤 명확해 보입니다. 바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죠.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3.75%인데, 일본은 고작 1%니까요.

하지만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비록 느리지만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두 나라 금리 차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요. 그런데도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오히려 더 하락하는 기현상이 이어졌어요. 단순한 금리 차를 뛰어넘는, 일본 경제에 대한 더 큰 걱정거리가 외환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뜻이죠. 그게 뭘까요?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건 ‘다카이치노믹스(Takaichinomics)’의 공격적인 돈 풀기 정책입니다.

 



5일 일본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식료품 소비세율 인하 방안을 최종 결정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현행 8%인 식료품 소비세율을 2027년 4월부터 2년 동안 1%로 내리기로 한 건데요.

소비세 감면은 올해 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내건 선거공약이긴 했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자민당 내에선 ‘재원 확보 없이 감세가 웬 말이냐?’는 반대 여론이 꽤 거셌습니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당 안팎에서 이어졌고요.

하지만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다카이치 총리는 “감세는 자민당과 국민의 약속”이라고 밀어붙이며 반대파를 찍어 눌렀고요. 결국 총리의 기세에 밀린 자민당 총무회가 정부안을 승인했습니다. 자민당 총무회는 만장일치가 원칙이라서, 감세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대거 결석(25명 중 9명 결석)했다는데요. 이로써 올가을 임시국회 통과와 내년 시행은 사실상 확정됐군요.

세금 깎아준다는 걸 마다할 소비자야 없겠지만, 소비세를 내리는 게 물가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소비세를 깎아도 유통업체가 판매가격을 올린다면 체감 물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즉, 정책의 효과는 불확실한데요.

 

대신 이건 확실합니다. 연간 5조 엔(약 45조원)의 세수가 펑크 날 거예요. 소비세는 사회보장 재원으로 쓰이는데, 거기에 구멍이 뻥 뚫리는 거죠. 그걸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나온 게 없습니다. 다카이치 정부는 이미 국방비 증액도 추진하고 있거든요. 필요한 돈은 늘어나는 데, 감세라니. 결국 국채를 더 발행하게 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GDP의 260%가 넘는 정부부채가 더 늘어나겠군요?

그래서 시장에선 소비세 인하가 단순한 물가 대책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 악화’의 신호로 통합니다. 원래도 약했던 엔화 가치를 더 끌어내릴 빌미가 되어버렸죠.

결과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한 감세안이 엔저를 부추겨 수입 물가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져버리고 말았는데요. 그게 뻔히 보이는 데도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감세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걱정스러울 수밖에요. “최선의 해결책은 소비세 감면의 철회다. 선거 공약이니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일 공동 개입을 초래한 중대한 사태(엔저)에 대한 위기감이 없는 것”(토다 요스케 미쓰비시 UFJ 리서치&컨설팅 이코노미스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은행의 느린 걸음

그런데 이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일본 정부가 감세를 하더라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왕창 올리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애초에 가장 큰 원인은 일본의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이니, 그게 정상화된다면 엔저에서 벗어날 수 있겠죠.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4일 CNBC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거라 믿는다”며 사실상 조기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요.

문제는 과연 일본은행이 과감하게 나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는 점입니다. 일본은행이 재정 확장을 원하는 다카이치 정부의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죠.

 

4일 일본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와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의 5월 22일 회담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내각의 대처를 이해하고 적절한 금융정책을 실행해달라”면서 “필요한 경우 국채를 매입해달라”고 우에다 총재에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국채 매입 규모를 분기마다 점차 줄여왔는데, 그 정책의 변화를 요구한 셈이었죠.

그리고 3주 뒤인 6월 16일,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감액 조치를 2027년 4월 이후 중단한다고 발표했어요. 즉, 돈 찍어서 국채 사는 걸 줄이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건데요. 물론 그게 총리 요청 때문인지야 알 수는 없지만, 당연히 그런 의심이 들만한 상황입니다. 이를 두고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문제”(공명당), “이런 노골적인 일은 역대 정권도 하지 않았다. 엔저 대책을 세우면서 일본은행에 국채를 사달라고 하는 건 지리멸렬하다”(공산당)는 야권의 비판이 쏟아지죠.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일본은행이 과감한 긴축에 나설 수 있을까요. 이미 7월에 금리를 동결한 일본은행이 9월에도 또다시 동결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JP모건 사이토 이쿠에 애널리스트는 최근 올해 연말 엔화 환율을 달러당 164엔, 즉 7월 말 수준의 역대급 엔저로 다시 회귀할 거라 전망하며 이렇게 분석했죠. “엔화 약세의 배경이 된 요인엔 변화가 없습니다. 다음 금리 인상은 10월로 예상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주기에 접어드는 가운데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는 느리고, 실질 정책금리는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역사적인 미·일 공동개입조차 엔화 약세 추세를 돌려놓을 순 없다는 냉정한 평가인 거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739458?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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