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5)보다 무려 8배나 빠른 신기술을 세계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삼성의 반도체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사보다 최소 2년은 앞서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사들은 삼성의 D램과 기술 차이가 몇 년인지를 두고 싸울 정도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바람을 탄 HBM 시장에서의 실기(失機)로 인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SK하이닉스에 D램 시장 세계 1위를 뺏기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나섰다. 이 회장은 '기술'이 본원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올해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사즉생'(死則生)까지 언급한 총수의 강한 채찍질에 삼성전자의 '초격차 DNA'가 다시 살아났다.
올 초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하면서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이번에 HBM5보다 8배 빠른 신기술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D램개발실 상무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메모리 행사 'FMS 2026'에서 진행한 기조발표를 통해 3차원(3D) 아키텍처 'zHBM'의 목업을 공개했다.
김 상무는 "삼성이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목업이란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만든 모형을 말한다.
zHBM은 AI 가속기(xPU) 옆에 HBM을 배치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가속기 상단에 HBM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차세대 아키텍처다. AI가속기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데이터의 이동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zHBM이 HBM의 차세대 제품인 HBM5와 비교하더라도 그래픽처리장치(GPU)당 성능이 최대 8배 향상되고, 전력 대비 성능도 최대 3배 개선된다고 소개했다.
발열 제어 측면에서도 열 저항 수치가 HBM5 대비 10∼25% 수준으로 낮아져 열 저항을 절반 이상 떨어뜨릴 수 있다.
그는 또 현재 개발 단계인 HBM5에 HBM 사상 처음으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를 구현해 파운드리 2㎚(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을 도입했으며, 코어 다이 측면에 열 방출 구조기술을 적용해 발열 제어 수준을 전 세대보다 20% 이상 향상시켰다고 소개했다.
이어 등장한 이진엽 플래시개발실 부사장은 기기내장형(온디바이스) AI 환경에 최적화한 차세대 낸드 솔루션 'z낸드-O'(zNAND-O)를 선보였다. 400단 이상을 수직 적층한 10세대 V낸드 'V10 BV-낸드'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업계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메모리 3강이 이제 막 HBM4를 양산한 상황에서 HBM4E, HBM5 다음 버전의 기술을 먼저 제시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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