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장 전 코멘트
DS투자증권 투자전략 양형모
시장에는 언제나 호재와 악재가 함께 있습니다. 저희가 보는 것은 개별 뉴스가 아니라 그 둘의 힘겨루기입니다. 어느 쪽 힘이 더 세졌는지를 보고, 줄다리기처럼 균형이 무너지며 한쪽의 에너지가 드러나면 주가는 그 방향대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너무 잡아당긴 쪽은 스러지고, 반대쪽 힘이 역으로 작용하며 시장은 새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그 방향은 뉴스의 표면이 아니라 본질의 객관적 해석, 투자자들의 시선이 호재와 악재 중 어디로 쏠리는지, 그리고 미국 본장에서 개별 종목으로 구성된 섹터의 움직임에서 읽힙니다. 밤사이, 그 균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선의 이동부터 확인됩니다. 어젯밤 미국 본장에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자리를 지켰지만 나스닥은 2.6% 올랐고, 6월 말 이후 25% 급락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크게 반등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장에서만 15% 올랐습니다. 악재가 그대로인데 주가가 오르면, 시선이 악재에서 호재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숏이 가진 재료를 총출동시킨 다음 날, 줄의 반대편이 당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제 지표, 즉 물가는 선방했습니다. 다만 후행 지표가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6월의 반락에는 일시 소강에 따른 유가 하락이 실려 있고 7월의 유가 반등은 다음 지표에 실릴 것이므로 해석은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이 지표는 인상론에 실탄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둘째, 성장 둔화와 물가 반락이 같은 보고서에 담겼다는 것은 저희가 반복해 말씀드린 회로, 즉 캐펙스 조절이 GDP 부담을 거쳐 금리 하향으로 이어지는 경로의 앞부분이 지표에 비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실적 시즌의 두 얼굴입니다. 탑픽과 같았던 애플은 시간외 8% 급락했고, AI 지출 우려에 눌려 있던 아마존은 8% 급등 중입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AI가 혁명이라는 큰 틀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손익의 귀속처입니다. 메모리는 어제 왜 그렇게 갑자기 오를까요.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빨아들여 소비자 기기의 몫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AI 구축이 발표가 아니라 실물로 진행되고 있다는 가장 단단한 증거입니다.
쿡 CEO는 어제 메모리 가격이 목을 조르고 있다며 이 국면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했습니다. 그 원가를 무는 쪽인 애플은 벌을 받았고, 그 수요를 파는 쪽인 아마존은 AWS가 37% 성장하며 18분기 만의 최고 성장률에 첫 2,000억 달러 분기, AI와 자체칩 각각 런레이트 250억 달러 초과라는 개별 수치까지 공개하고 상을 받았습니다. 방향이 아니라 구조가 종목을 가른다는 하반기 전망의 상대 강도 매트릭스 그대로입니다.
이 구도에서 국내 메모리는 원가가 아니라 매출 쪽에 서 있고, 미 상원이 중국산 메모리 배제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 공급망의 몫은 더 커졌습니다. 어제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코스피가 1% 넘게 밀리고 SK하이닉스가 5% 하락한 것은 시선이 아직 공포에 가려져 있던 가격이며, 밤사이 시선은 넘어왔습니다.
이번 하락장 내내 지정학, 통화당국, 정치가 모두 캐펙스라는 하나의 표적을 겨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Q를 상향하지 않는 자체 조절로 워시의 힌트에 답하고 있고, 그 리스크들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으며, 실적 시즌에 들어서면서 숫자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조달 리스크조차 숫자를 얻었습니다. 앤트로픽은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밸류에이션으로 IPO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프론티어 랩 조달 악화라는 리스크 레벨의 반대편에 찍힌 숫자입니다. 리스크가 수치화되는 순간부터 숏포지션의 언와인딩은 시작된 것이고, 어젯밤이 그 첫날이었습니다.
조절되는 것은 무분별한 Q이지 수요가 아닙니다. 어제 밤에는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Opus5가 한때 먹통이 될 만큼 트래픽이 몰렸습니다. 공실률 사상 최저, CoWoS 매진, HBM 완판의 구조에서 수요는 계속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절과 수요 훼손을 혼동하는 것이 지금 시장에 남은 마지막 오독이며, 그 오독이 걷히는 속도가 반등의 속도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 머니의 움직임을 따라가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바닥이 어디냐가 아니라, 정상화 이후의 국면에 무엇을 담을 것이냐입니다. 조절은 GDP와 고용 부담을 거쳐(2분기 1.5%가 그 시작입니다) 달러 약세와 금리 하향 안정, 인하 사이클 진입으로 이어지고, 금리 하락 국면에서 AI는 재차 혁신을 주도합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에너지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하고 있을 것입니다. 선거 전까지는 소모전이, 선거 뒤에는 카드 교환이 예정돼 있습니다. 희토류 유예 만료가 11월 10일, APEC이 11월 18일입니다. 8월 실적 시즌 시장 정상화 이후, 그리고 다음 스텝으로는 최대 이벤트인 중간선거 전후 주도 섹터의 부상, 하반기 전망의 결론이 가리키는 지점이 거기입니다.
28일 저점 구간 진입을, 29일 리스크의 명명을, 30일 수치화를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균형의 붕괴입니다. 너무 잡아당긴 쪽은 스러집니다. 반대쪽의 힘이 역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주가는 그 방향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다음 확인 지점은 8월 중 AI 관련주 추가 실적과 8월 말 엔비디아 실적, 그리고 9월 PJM 백스톱 경매입니다. 언와인딩에서 정상화로, 관점을 한 칸 앞으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