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상 거래가 해외서 ‘18% 폭락’으로 인식
오라클·프리마켓 안전장치 보완 필요…“가격 검증 체계 정교화해야”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주가 하한가에 체결된 뒤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서 주가가 18% 폭락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800억원 규모의 강제청산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곧바로 정상 가격을 회복했지만 해외 플랫폼에서는 일시적인 가격 왜곡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24시간 운영되는 해외 파생상품 시장이 국내 현물시장의 가격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만큼 가격 검증 체계와 시장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한국거래소에 이어 올해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 개장 직후 SK하이닉스 주식 1주가 전일 종가(181만6000원)보다 30% 낮은 가격제한폭 하단인 127만2000원에 체결됐다. 이후 매수 주문이 유입되면서 주가는 곧바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24시간 운영되는 탈중앙화 주식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인 Trade.xyz였다. 이 플랫폼은 한국 주식시장의 가격을 직접 가져오는 대신 오라클(Oracle·가격정보 전달 시스템)을 통해 전달받은 가격을 거래 기준으로 사용한다. 당시 넥스트레이드에서 체결된 하한가 가격이 오라클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면서 Trade.xyz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파생상품 가격은 약 17.9% 급락했다.
이에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이 한꺼번에 커졌고, 손실이 일정 수준을 넘은 계좌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약 5740만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이 강제로 정리됐다.
이 사건은 국내 주식시장과 해외 디지털자산 시장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기존 시장제도만으로는 충격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이상 거래가 국내 시장 안에서 끝났지만, 이제는 국내 주가가 해외 파생상품의 기준가격으로 활용되면서 작은 가격 왜곡도 글로벌 시장으로 즉시 전파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은 개장 직후 거래량이 많지 않아 적은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이번 사례 역시 단 1주의 거래가 시장가격으로 인정되면서 해외 파생상품 시장의 기준가격으로 사용됐다.
이 탓에 단순히 현물시장 제도만 보완해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이 제기된다. 가격정보를 전달하는 오라클도 최소 거래량이나 거래대금 기준을 적용하고, 여러 시장의 가격을 함께 반영하거나 일정 시간 평균가격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격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장 안전장치 보완이 추진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오는 9월 14일부터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변하면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도 지난 29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개인별 투자 한도 설정과 긴급 시장안정화 조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이번 사례는 상품 구조는 다르지만, 작은 가격 왜곡이 레버리지를 통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위험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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