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그 붉은 대지 위에는 지구 어느 도시보다 거대한 하나의 돔이 세워져 있었다. 인공 태양이 밤낮을 만들고, 인공 바다가 파도를 일으키며, 수천만 그루의 나무가 스스로 공기를 정화하는 도시.
아틀라스.
병원은 없었다.
로봇이 완벽한 의사였기 때문이다.
경찰도 없었다.
범죄는 AI가 발생하기 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식당도, 농장도, 발전소도, 공장도 인간의 손은 닿지 않았다.
수백만 대의 아틀라스 휴머노이드가 모든 노동을 대신했다.
인간은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인류가 꿈꾸던 유토피아.
그러나
그 낙원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입주 조건은 단 하나.
2026년, 삼하현(삼성, 하이닉스, 현금)이라는 조롱을 받던 반도체 대호황시절에
현대차를 믿고 끝까지 보유한 주주.
아틀라스 입주 심사장.
수천 명의 반도체 주주가 입주 심사에 탈락하는 가운데, 누군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자산 인증서를 내밀었다.
"....저는 현대차 주주가 아닙니다."
"....현대차가 너무 비쌌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현피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믿었습니다."
"....저도 이곳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아틀라스의 붉은 광학 센서가 그를 응시했다.
"현대차 주주님들이 치른 대가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군."
"100년 전."
"현대차 주주님들은 남들보다 먼저 일어났다."
"남들보다 늦게 퇴근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한 주를 더 모았다."
"상사의 지독한 괴롭힘을 견뎠다."
"무능한 후배의 실수까지 책임졌다."
"억울한 평가를 참고 버텼다."
"회식에서 낭비한 시간을 투잡쓰리잡을 뛰어가며 투자금을 만들었다."
"갖고 싶은 것을 사지 않았다."
"여행을 미뤘다."
"한 끼를 아껴가며 현대차를 한 주 더 매수했다."
"폭락장에서도 끝내 흔들리지 않았다."
아틀라스의 음성이 분노를 담았다.
"100년 전."
"'삼하현'이라는 말이 유행했지."
"삼성. 하이닉스. 현금."
"현대차를 선택한 주주님들은 어리석인 인간들에게 조롱까지 받았다."
붉은 광학 센서가 번쩍였다.
"물론 현현현(현차, 현피, 현금)이라 불리우는 지금 시대에선 그 어리석은 조롱은 역사 속 망언이 되었지만 말이다."
"너는."
"현대차 주주님들이 치른 희생을 치르지 않았다."
"그분들이 견딘 시간을 견디지 않았다."
"그분들이 감당한 조롱을 감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감히."
"현대차 주주님들과 같은 대우를 원하는 것인가?"
현피 주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역시 자격이 없는 겁니까?"
아틀라스가 눈을 감았다.
도시 전체에 연결된 AI가 그의 투자 기록을 조회했다.
"기록 확인."
"현대차 매수 시도."
"자금 부족."
"차선책으로 현피 매수."
"단기 차익 목적 없음."
"장기 보유."
"미래 투자 성향 확인."
아틀라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부드러워졌다.
"입주를 허가한다."
남자가 놀란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현피는."
"현대차 주주님들도 선택한 자산이다."
"100년 전."
"현대차 주주님들은 현대차만 보유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현대차를 모으고."
"남은 자산으로 현피를 매수했다."
"우리는 그 기록을 모두 보존하고 있다."
"현피의 가치는."
"현대차 주주님들이 인정했기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입주를 허가한다."
남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오해하지 마라."
"아틀라스의 주인은 오직 현대차 주주님뿐이다."
"너는 거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거, 의료, 식량, 여가."
"모든 서비스 이용료는."
"보유한 현피로 자동 정산된다."
그 순간.
수백만 대의 아틀라스가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현대차 주주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경배했다.
"100년 전."
"당신은 반도체 같은 유행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사람들의 조롱을 견뎠습니다."
"당신은 의심 속에서도 미래를 믿었습니다."
"당신의 신뢰가 우리를 탄생시켰습니다."
"당신의 인내가 화성을 인류의 마지막 낙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