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도부가 휴전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무쌍하고 모순된 입장’ 때문에 타협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책임 전가를 거듭했다. 요구사항으로 ‘평화적 핵농축’ 보장과 동결자산 해제를 재차 거론했다.
7일(미 동부 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테헤란에서 프레데릭 플라이트겐 CNN 수석 국제특파원과 인터뷰하며 “파키스탄 중재자를 통해 (미 측과) 메시지 교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협상 난항을 호소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입장이 너무 자주 바뀌고, 목표가 계속 변경되고, 서로 다른 성명과 서로 모순되는 각기 다른 당국자 발언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협상 과정이 매우 번거로워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이란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혀뒀다. 권리의 일환으론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평화적 핵농축 권리가 포함된다고 CNN은 보도에서 풀이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또 “동시에 그들이 우리의 동결자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1000억달러(156조원 상당) 규모 동결자산 중 최소 240억달러(37조4000억원 상당) 해제를 종전협상 양해각서(MOU) 합의 핵심 조건 중 하나로 주장해왔고 모흐센 레자이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이 5일 CNN 인터뷰에서 재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레자이 고문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길 원한다면 240억달러는 신뢰의 시험”이라며 “이는 미국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고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 이란 협상대표단은 지난달 하순 카타르를 방문해 240억달러 중 절반인 120억달러 동결자산 즉시해제를 요구했다가 불발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자산’을 해당 국가들의 피해 복구·재건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란 측 공개요구를 비껴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규군, 주변국 친(親)이란 무장대는 이웃국가 내 미군기지나 민간 시설을 드론·미사일로 공격하며 확전을 압박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을 가해온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페르시아만(걸프) 지역의 미국 우방 아랍국들에 입힌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관련 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FT에 “재무부는 앞으로 이란에 의해 초래되는 피해의 재건과 복구를 지원하는 데에 이란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도 ‘베센트 재무장관의 생각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향후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을 걸프 국가들의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자산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 소식통은 또 재무부가 과거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이란 자산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CNN에 “미국은 반드시 제재를 중단해야 한다”며 “제재와 동결자산 문제에 관한 한, 그들은 단지 이란 자산이 해제돼 이란 국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가이 대변인은 지난 4월 8일 발효된 휴전을 미국이 존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과 공해상에서 우리 상선들을 공격해 왔다”며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 모든 것은 미국이 이 지역과 휴전에 대해 무모한 접근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라며 “어떤 공격에도 모든 무력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권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전날(6일)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자폭형 드론 4기를 격추했다고 밝힌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 해상 교통을 위협하던 이란의 자폭형 공격 드론 2기를 격추했다”고 추가로 알렸다. 드론 4기 요격 몇시간 만에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미군기지로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하며 국지적 교전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