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코스피 지수에서 오는 8일 개장과 동시에 ‘블랙 먼데이’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 종목들이 급락하면서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1조3000억달러(약 2000조원)이 증발하면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 X 상장을 앞두고 자금이 우주항공 종목으로 쏠리면서 6월 둘째주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3%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이다. 브로드컴 실적 발표가 도화선 역할을 했다. 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칩 사업 수요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회사 주가는 이날 8% 가까이 하락했다. 엔비디아(-6.25%), AMD(-10.86%), 마이크론(-13.25%) 등 여타 AI 반도체 종목들도 도미노 타격을 받았다.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현금을 마련해놓으려는 수요 또한 매도세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 노동부는 5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약 8만명 증가)를 큰 폭으로 웃돈 수치다. 예상외로 견고한 고용지표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금리 상승은 주가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거시 요인이다.
이같은 글로벌 투자 심리 변화는 코스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 2일 장중 최고점 8933.62를 기록하며 9000선을 목전에 뒀었으나, 금요일인 지난 5일 8038.10까지 밀리며 8000선을 위협받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이날 6.40%·9.92% 급락했다.
외국인은 올해 최장 기록인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1~5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기관은 15조9775억원과 2조532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8조6301억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이번 조정을 일시적인 차익실현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 등을 제기하고 있지만 상승세가 뒤집힐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사이클의 추세적인 하락 전환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브로드컴 실적 등은)단기 노이즈이자 차익실현 명분에 불과하며, 과거 딥시크, (구글)터보퀀트 등에서 이미 여러 번 겪어본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주 국내외 증시의 향방은 오는 10일과 11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와 미국 장기국채 움직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소비자물가지수 자체보다 물가 발표 이후 10년물 국채금리의 움직임에 더욱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실제 물가 수치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장기금리가 상승할 수 있고, 이는 최근 가격 부담이 커진 AI 및 반도체 종목군에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2일(현지시간) 예정된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도 변수다. 최대 75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하는 대형 IPO인 만큼 국내 증시 매수세가 약화할 수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물가 및 환율 상승 우려,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수급 우려, 실적 모멘텀 공백기 등으로 인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7800~8900선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