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이란 전쟁 발발 직후를 웃도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8000선에 오른 이후 국내 증시로 ‘서학 개미’들의 대규모 자금이 유턴하며 시장의 역동성을 키우고 있다. 고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맹렬히 쏠리면서 주식시장이 마치 주가 방향성을 맞추는 ‘홀짝 도박판’처럼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IMF·팬데믹 수준의 공포… 피로도 극에 달한 증시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과거 굵직한 경제 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
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피 일간 평균 변동률(코스피 지수의 일간 고가와 저가 변동 폭)은 3.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지난 3월(3.7%) 수준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 20거래일(5월 4일~6월 2일) 평균 4.2%에 달해 연초 평균(3.0%)을 훌쩍 뛰어넘었고,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5일 하루 변동률은 4%까지 치솟았다. 1990년 이후 코스피 일평균 변동률 4%는 1997년 외환 위기(5.7%), 2000년 닷컴 버블 붕괴(4.6%), 2020년 코로나 팬데믹(4.9%)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있었을 때만 나타났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하루 18조 쏠린 레버리지… 짐 싸는 서학 개미들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는 단기 고수익의 기회로 삼는 투기성 매매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영향을 받았다. 일간 평균 변동률이 5.1%를 기록했던 지난 2일에는 거래액 100억원 이상 ETF 가운데 레버리지·인버스(곱버스) 31개 상품의 거래 대금은 총 18조 8247억원에 달했다. 이날 전체 ETF 거래액의 41%가 주가 방향의 2배 수익을 좇는 베팅에 쓰인 것이다.
이처럼 투기성 짙은 환경 속에서도 해외 주식을 처분하고 국내로 유턴하는 뭉칫돈은 역대급이다. 이달 들어 서학 개미들은 미 증시에서 7억 9367만달러(약 1조2370억원)를 순매도했다. 지난 4월과 지난달까지 고려하면 석 달 연속 매도에 나선 것으로, 외국인이 석 달 연속 순매도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국내시장복귀계좌(RIA)’의 100% 세제 혜택 기한이 끝난 데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00~200%가량 상승하면서 엔비디아(20%)와 테슬라(-8%)를 넘어선 데 힘입었다.
◇반도체가 집어삼킨 시가총액… 2차전지는 눈물
이처럼 주식 시장에 들어온 거대한 자금은 AI와 반도체 종목으로 빨려들어가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의 자리가 바뀌었다.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SK스퀘어가 7위에서 3위로 치솟았다. AI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호황을 업은 삼성전기는 작년 말 34위에서 5위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과거 우리 증시를 이끌던 2차전지는 초라하게 밀려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위에서 6위로 떨어졌고, HD현대중공업 역시 6위에서 9위로 3계단 하락했다. 작년 말 시총 4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위로 떨어지며 곤두박질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업종 간 극심한 쏠림 현상이 시총 순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