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의 차세대 메모리로 떠오른 'HBF(High Bandwidth Flash)'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용 장비 시장 강자인 한미반도체가 HBF 전용 TC본더를 선보이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글로벌 낸드 제조사에 첫 공급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AI 추론(Inference)용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HBF 전용 TC본더를 개발, 하반기 초도 물량 출하를 계획 중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글로벌 낸드 업체의 HBF 양산 로드맵에 맞춘 대응으로 보고 있다.
TC본더는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고정밀로 적층하는 장비다. HBM 핵심 장비로 꼽히며, 최근 AI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F는 AI 추론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메모리 구조다. 초고속 연산용 HBM과 대용량 저장장치 SSD의 중간 영역을 담당하며, AI 서버 내 메모리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학습(Training) 중심에서 추론(Inference)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용량과 전력 효율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HBM만으로는 비용 부담과 용량 한계가 커지고 있는 만큼, GPU(그래픽처리장치) 인근에 대용량 낸드를 배치하는 HBF 구조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재 글로벌 낸드 업계에서는 HBF 주도권 경쟁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미국 낸드 업체인 샌디스크는 HBF 표준화 작업을 공격적으로 주도하며 판 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HBF 상용화 로드맵을 기존보다 6개월 가량 앞당기며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당초 2027년 하반기 수준으로 예상됐던 초기 상용화 시점 역시 내년 상반기 수준까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초엔 SK하이닉스와 함께 OCP(Open Compute Project) 산하 HBF 표준화 워크스트림 출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HBF 핵심 장비 공급망 역시 조기 구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HBM 시장에서 검증된 TC본더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BF 역시 고적층·고대역폭 구현을 위해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회사의 핵심 고객군은 HBM 중심의 D램 업체들에 집중돼 있었지만, HBF 시장 개화와 함께 낸드 제조사까지 고객사 확대가 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AI 메모리 시장이 HBM 중심에서 향후 HBF까지 확장될 경우, 한미반도체 역시 수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추론 시장이 커질수록 결국 HBM만으로는 비용과 용량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HBF가 새로운 AI 메모리 계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 경쟁이 D램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낸드와 첨단 패키징까지 경쟁 축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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