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비리그 출신 천재들이 모인 VC 업계가 집단으로 돈을 태우는 이유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멍청한 짓을 반복한다. VC 업계 얘기다. 이들은 버블인 줄 뻔히 알면서도 돈을 쏟아붓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니, 수익률은 바닥을 친다. 왜 그럴까?
이유는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 죄수의 딜레마와 달러 경매라는 두 개의 게임 이론 함정이 VC들을 꼼짝없이 옥죈다. 개인에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산업 전체를 망가뜨리게 되는 '합리적 광기'의 세계.
1. 죄수의 딜레마 💰 - 배 놓치면 커리어 끝
AI든 크립토든 SaaS든, 뜨거운 시장이 열리면 모든 GP는 같은 고민에 빠진다. 밸류에이션 원칙을 지킬까, 아니면 모멘텀에 올라탈까.
• 이상적으론 모두가 원칙을 지키는 게 답이다
• 모두가 "매출의 50배 이상은 안 돼"라고 버티면 업계 전체 수익률이 올라간다
• 문제는 혼자만 원칙 지키다간 망한다는 것
현실은 이렇게 돌아간다:
• 당신만 원칙 지키고 경쟁사가 미친 듯이 쫓아가면? 경쟁사는 OpenAI 로고를 딴다. 언론이 떠들어대고, 밸류는 올라가고, "핫한 딜에 접근할 수 있는 회사"라는 명성을 얻는다. 당신한텐 뭐가 남나? 아무도 모르는 포트폴리오 기업들. LP들 눈엔 당신이 이미 끝난 사람. 다음 펀드? 꿈도 꾸지 마라.
• 둘 다 미친 듯이 쫓아가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밸류에이션 폭등, 미래 수익 여지는 바닥. 그 해 빈티지의 수익률은 형편없어진다. 그래도 둘 다 "우리도 승자 기업에 투자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까 살아남는다. 다음 라운드도 칠 수 있다.
결론? 모멘텀 쫓기가 내쉬 균형이다. 배 놓치면 커리어 즉사인데 과도하게 지불한 건 7-10년 뒤에나 문제가 된다. 당장 내년에 다음 펀드 못 모으는 게 무서운데 10년 뒤 수익률이 대수냐고.
2. 달러 경매 🎯 - 들어갔으면 끝까지 가야 한다
죄수의 딜레마가 VC들을 테이블에 앉혔다면, 달러 경매는 그들이 미친 가격까지 입찰하게 만든다.
1971년 마틴 슈빅이 만든 천재적인 게임이 있다. 1달러 지폐를 경매에 부치는데 룰이 하나 있다. 2등도 돈을 내야 한다. 1등만큼 내되, 1달러는 못 받는다.
이게 뭐가 무서운가? 매몰 비용 함정이다. 50센트까지 갔는데 지면 50센트를 날린다. 그럼 60센트를 부른다. 상대가 70센트. 당신은 80센트. 어느새 1달러를 넘어간다. 1.50달러, 2달러, 3달러... 멈출 수가 없다.
프라이빗 마켓이 정확히 이 게임판이다:
• 비탄력적 공급(단 하나의 1달러): Stripe, Uber, OpenAI 같은 진짜 파워 로 승자는 몇 개 안 된다. 카테고리당 하나 나올까 말까. 근데 돈은 넘쳐난다. 입찰자는 수십 개.
• 2등 페널티(배치 리스크): 6개월 실사하고 관계 쌓다가 딜을 놓치면? 딜만 날리는 게 아니다. 펀드 배치를 못 한다. 배치 못 하면 다음 펀드 모금 못 한다. 회사가 죽는다. 그러니 이미 6개월 쓴 시간이 매몰 비용이 되고, 가격을 더 올린다.
• 애매함(가격 천장이 없음): 슈빅의 게임에선 1달러가 정확히 1달러다. 근데 스타트업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1달러처럼 보이지만 5년 뒤엔 100달러일 수도"라는 망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3달러, 5달러도 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
3. 멀티플 오버행 📈 - 승자의 저주
달러 경매에서 '이긴' VC는 뭘 얻나? 엄청난 밸류에이션으로 스타트업 주식을 산다. 역사적으로 매출의 10배에 거래되던 회사 주식을 50배, 100배에 사는 거다.
축하한다. 방금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
• 성장 함정: 이제 이 회사는 완벽해야 한다. 단순히 잘 성장하는 걸로는 안 된다. 이미 지불한 미친 밸류에이션을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해야 한다. 가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빚을 갚는 거다.
• IRR 침식: 회사가 성공한다 쳐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밸류에이션을 따라잡는 데 5년, 10년 걸리면? IRR은 바닥을 긴다. 수익률은 똥이 된다.
• 조정 파이낸싱: 회사가 성장하는데 '충분히' 빠르지 않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멀티플이 깎인다. 시장은 거짓말을 안 한다. 결국 평균으로 돌아간다. 다운 라운드 아니면 구조화 파이낸싱으로 초기 투자자 지분은 증발.
경매에서 이기는 순간, 그 자산은 외줄타기를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추락한다.
4. 재귀적 대리인 문제 🔄 - GP는 어차피 돈 번다
왜 이 미친 게임이 계속되냐고? LP와 GP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LP의 입장:
• 수십억 달러를 어디든 배치해야 함
• "우리도 OpenAI 투자했어요"라는 회사에 돈을 준다
• 원칙 지키는 회사? 시시해 보인다. 안 준다
• 죄수의 딜레마를 더 악화시킨다
GP의 진짜 계산법:
• 10억 달러 펀드 = 연 2천만 달러 수수료 (보장)
• 2년 투자 기간 = 10년 동안 5개 펀드 수수료 중첩 가능
• 3년 투자 기간 = 10년 동안 3개 펀드만 가능
• 빨리 배치할수록 수수료를 더 많이 쌓는다
• 10억 달러 펀드로 2배 vs 2억 달러 펀드로 6배 = 둘 다 캐리는 2억 달러
포인트가 뭐냐? GP는 수익률보다 AUM이 중요하다. 핫한 딜 따내면 다음 펀드가 더 커진다. 빨리 배치하면 수수료를 여러 번 쌓는다.
GP는 남의 돈으로 논다. 이기면(수수료, 명성, 생존) 내가 먹고, 지면(낮은 수익률) LP가 손해 본다. 이 게임에서 GP가 질 이유가 없다.
5. 뜨거운 감자 게임 🔥 - 폭탄 돌리기의 끝
모든 걸 종합하면 이렇게 된다:
• 죄수의 딜레마가 VC를 입찰 전쟁으로 끌고 들어간다. 안 들어가면 죽으니까.
• 달러 경매가 미친 가격까지 부르게 만든다. 안 그러면 배치 못 하니까.
• 재귀적 대리 문제가 GP는 어차피 돈 벌게 만든다. 결과가 어찌됐든.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방법은 단 하나. '더 큰 바보 이론'이다.
시리즈 B에서 50배 주고 산 VC는 어떻게 하나? 시리즈 C 투자자한테 뜨거운 감자를 넘긴다. 시리즈 C는? 크로스오버 펀드에 넘긴다. 크로스오버는? 공모 시장에 넘긴다.
음악이 멈추는 순간은? 공개 시장이 "이거 사기잖아"라고 거부할 때다.
상장이 안 되거나, 상장해도 폭락하거나. 그 순간 달러 경매가 무너진다. 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린다. 1달러짜리에 3달러, 아니 5달러를 냈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LP 돈은 이미 증발했고, GP들은 수수료로 배불리 먹었고, 다음 사이클이 시작되려 한다.
출처: "Paying $3 for a Dollar: The Rational Irrationality of Venture Capital"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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