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매도 자제하라' 공문...거래 기능 스스로 차단
증시 시장조성자는 이미 무력화...공매도 실적 '제로'
주가에 도움되는 선진 제도인데...증권가 '무력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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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맞춰 증권사 파생상품 시장조성자들에게 '이번주는 시장 조성 의무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공매도를 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실제로 6일 파생상품시장 시장조성자 공매도는 '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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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향 호가를 제출하며 유동성을 공급해야하는 시장조성자는 업무 특성상 '위험 중립' 포지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방향으로만 호가를 쌓을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방향성에 베팅할 순 없다. 간단히 요약하면 매도자를 위한 유동성 공급은 매수로, 매수자를 위한 유동성 공급은 (차입)공매도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공매도를 사실상 금지시켰다는 것은, 시장의 원활한 거래 기능을 거래소가 스스로 차단시켰다는 말과 같다.
파생상품 시장조성자만이 문제가 아니다.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기능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마비상태였다. 올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일평균 공매도 규모는 이미 '제로'였다. 원활한 호가 공급을 위한 공매도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문제는 지난 2021년 9월 시작됐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들이 '시장 교란 행위'를 했다며 5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후에도 시장조성자들이 공매도를 자행하고 있으며, 불법 공매도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당시 일부 투자자 단체의 주장에 금융당국이 동조하는 모양새였다.
이 조치는 2022년 7월 금융위원회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며 없던 일이 됐다. 과징금은 사라졌지만,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던 증권사들은 규제 리스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징금 부과 전 코스피ㆍ코스닥 각각 14곳이었던 주식시장 시장조성자 수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코스피 6곳, 코스닥 5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시장조성 대상 종목은 670여개에서 540여개로 줄었고, 시장조성 종목의 거래 체결율도 60%에서 48%로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엔 신한투자증권이 시장조성자 지위를 포기했고, 하이투자증권도 코스닥 시장조성자 지위를 반납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시장조성자 포기를 검토 중인데, 지난 3분기 시장 조성 의무이행률이 코스피ㆍ코스닥 모두 0%로, 사실상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미국ㆍ영국 등 선진 증시는 모두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 증시에도 2016년 도입됐다. 국내외 연구 결과는 시장조성자 제도가 ▲거래 체결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 유동성 지표를 크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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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무력감을 호소한다. '친(親) 시장'과 '자유주의'를 표방한 정부의 정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정부는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시장조성 종목 거래세 면제 폐기,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종목 대상 제외 등 시장조성자들의 활동을 위축하는 규제를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도입해왔다"며 "명분없는 공매도 전면 금지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시장조성자 제도까지 더 무력화시킨다면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선언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에도 코스닥 공매도가 늘었다는 말은 거짓이다. 지난 6일 코스닥 공매도 총 대금은 1649억원으로, 3일 2744억원 대비 40% 줄었다. 업틱룰 예외를 적용받는 시장조성자ㆍ유동성 공급자 공매도는 3일 772억원에서 6일 1649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이 6조원에서 11조원으로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스닥150레버리지ㆍ이차전지테마 등 ETF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며 해당 ETF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전체 거래 대금 중 공매도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일 4.08%에서 6일 1.46%로 오히려 줄었다.
https://www.investchosun.com/m/article.html?contid=20231108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