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에서 완공까지 7 8년 걸려
올 들어서만 사업비용 40% 급증
바텐폴도 英 풍력단지 개발 중단
“투입된 6600억원 손실 감수 낫다”
탄소중립 바람을 타고 성장했던 해상풍력 발전 시장이 역풍을 맞았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대형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됐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고금리·고물가라는 암초에 걸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외르스테드(오스테드)가 1일 미국 뉴저지주 해안에서 진행 중인 2개의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손상차손 284억 덴마크 크로네(약 5조3000억 원)를 실적에 반영한다는 소식에 이날 오스테드 주가는 26% 급락했다. 오스테드의 마드스 니페르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기엔 “상황이 장부에 기록된 것보다 더 나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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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프로젝트 좌초를 불러온 요인은 고금리·고물가이다. 해상풍력은 수주에서 완공까지 7∼8년이 걸리고 사업비도 수조 원대에 달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보통 부채 비율이 80%에 이른다.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각종 비용이 무섭게 뛰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풍력 터빈 값은 2년 동안 약 40% 올랐다. 타워, 하부구조물, 전력케이블 가격도 인상되고, 인건비도 급등했다. 바텐폴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해상풍력 사업 비용은 40% 급등했다. 공급망 병목현상도 발목을 잡았다. 니페르 CEO는 “장비와 설치용 선박 확보의 심각한 지연에 직면했다”고 프로젝트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오스테드는 바다에서 공사할 해상풍력 전용 설치 선박을 미국 조선소에 주문했지만 제작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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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상풍력 회의론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그 괴물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필요로 했고 결국 효과가 없었다”는 글을 올리며 오스테드의 프로젝트 취소를 반겼다. 미국 공화당 측은 주로 유럽 기업에 보조금이 집중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이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 잇달아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국내 풍력 부품 제조사 역시 주가가 급락했다. 실적이 나쁘진 않지만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주영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이은 해상풍력 이슈로 풍력발전 시장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각국 정부 주도의 투자가 늘고 있어서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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