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획사 '안테나'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에 매각한 싱어송라이터 유희열 씨가 회사 매각으로 쥔 현금 대부분을 카카오엔터에 재투자했다. 반면 안테나에 합류한 '국민MC' 유재석 씨는 카카오엔터 측의 유상증자 참여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엔터가 목표로 내 건 기업가치 '20조원' 달성 여부에 양 측의 투자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10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유희열 씨 등 35명을 대상으로 53만9957주, 총 1377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유희열 씨가 유상증자에 투입한 현금은 70억원 수준으로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 주식 2만7438주(지분율 0.07%)를 확보하게 됐다. 유희열 씨의 유상증자 참여 시기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약 11조원으로 평가됐다.
유희열 씨는 유상증자 대금 대부분을 본인이 창업한 연예기획사 안테나를 카카오엔터에 매각하면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5월 안테나 지분 약 19%와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한 데 이어 세 달 후엔 나머지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전체 금액으론 139억원이 투입됐다. 회사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 개인 대주주가 납부해야할 양도세율만 최대 27.5%에 달하다보니, 유희열 씨 입장에선 사실상 손에 쥔 현금 전부를 카카오엔터에 재투자한 셈이다.
이같은 재투자 방식은 최근 카카오엔터 인수합병(M&A)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유망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해당 회사의 창업주에게 대금 일부를 다시 카카오엔터에 투자할 지 묻고, 동의할 경우 이를 매각 조건으로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식이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안테나 뿐 아니라 래디시·타파스 등 여러 기업들의 인수 협상에서 각 창업주들에 재투자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대신 재투자로 이어질 경우, 이를 거절할 때보다 인수 가격 산정에서 일부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식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카카오엔터 입장에선 M&A에 썼던 금액 일부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다시 회사로 유입되다보니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여러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다. 유희열 씨 입장에서도 이미 5월 보유 지분 일부와 전환사채 매각으로 안테나의 지분 절반(전환사채 전환시) 이상을 넘겼지만, 나머지 지분까지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카카오엔터에 매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카카오엔터가 상장에 성공하고 기업가치가 크게 뛰면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양사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과 결과적으로 유사하지만, 1년에 수십 건의 소규모 M&A를 단행하는 카카오엔터 입장에선 매 거래마다 주식 교환을 택하기엔 부담이 크다. 매번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데다 건건이 공시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반면 재투자의 경우 정해진 시기에 대상자들을 모아 한꺼번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상 편리함도 있다. 유희열 씨의 유상증자 참여 시기, 올해 카카오엔터에 회사를 매각한 김창원 타파스 대표와 이승윤 래디쉬 대표도 각각 50억원씩 증자에 참여한 점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안테나에 합류한 유재석 씨에게도 스톡옵션 부여 및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카카오엔터의 주주로 합류하는 방안을 타진해왔다. 다만 유재석 씨 측에서 "회사와 지분관계로 얽히는 것은 싫다"며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재석 씨는 합류 이후 카카오TV 등을 통해 런칭할 새 프로그램에 집중하겠다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의 향후 성장성에 따라 카카오엔터에 '올인'한 유희열 씨와 유상증자 참여 기회를 거절한 유재석씨 간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 내 웹툰과 웹소설을 비롯해 영화, 음악, 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전반을 꾸리는 자회사로, 추후 상장시 기업가치가 20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지난 4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뉴욕 증시 상장(IPO)을 기대하고 있다"며 "몸값도 20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안테나는 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 유희열 씨가 만든 음악 전문 레이블로 정재형, 토이, 루시드폴, 페퍼톤스, 정승환, 권진아, 샘 김, 적재 등의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안테나 인수 이후 플랫폼 카카오TV를 통해 유희열, 유재석, 정재형 등 안테나 소속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하는 리얼리티 예능 콘텐츠 출범을 기획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안테나 외 몬스타엑스, 우주소녀 등 가수와 송승헌, 이동욱 등 배우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스타쉽엔터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