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놓은 아이폰 '실시간 듣기'···에어팟 도청 논란
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9-01-16 06:32 최종수정 2019-01-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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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가능" vs "보청 기능"
“맨 왼쪽에 앉은 사람은 좀 별로다.”
직장인 이모(31)씨는 지난 주말 친구와 미팅을 나갔다 괜한 상처를 받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아이폰 에어팟(무선 이어폰) 사용해 도청하기’라는 팁을 따라 해본 게 화근이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던 이씨는 문득 테이블에 자신의 아이폰을 두고 온 것을 깨닫자 호기심이 생겼다. 이씨는 “아이폰에서 ‘실시간 듣기’ 기능을 켜면 기계에서 떨어져 있어도 에어팟만으로 기계 주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인터넷 글이 떠올랐다.
호기심에 에어팟을 귀에 꽂은 이씨는 화들짝 놀랐다. 미팅 상대방이 자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걸 들어버린 것이다. 이씨는 “장난삼아 해본 건데 생각보다 잘 들렸다”며 “나는 그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런 속마음을 들어버려서 정말 우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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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듣기' 켜면 15m 밖에서도 소리 들려
실시간 듣기 기능을 통해 ‘도청’까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기능을 켜면 아이폰 사용자가 단말기와 떨어져 있어도 에어팟을 통해 단말기 주변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애플이 지난해 12월 17일 iOS 12.1.2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새로 적용한 기능이다. 아이폰 5s와 후속 모델들에 모두 적용됐다.
카페 테이블 위에 아이폰을 놓고 외부로 나가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계약 내용이 여기에 다 나와 있습니다”,“안녕하세요, ??로펌 관계자시죠? 김○○ 대리입니다” 같은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애플에 따르면 최장 15m 떨어진 곳에서도 활성화가 가능하다. 게다가 녹음도 가능하다. 실시간 듣기 상태에서 음성 녹음을 했더니 원래보다 더 깨끗하고 큰 소리로 녹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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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도 가능, '도청'으로 악용 우려도
현행 통신비밀 보호법 3조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건 불법이다.
법무법인 원일의 김소연 변호사는 “‘나’라는 당사자가 없는 제3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건 불법”이라며 “흔히 농담처럼 얘기하는 ‘누가 나의 뒷말하나 들어보자’며 실시간 듣기 기능을 사용한다면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