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경찰 인권침해 사건 조사위원회가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입원과 수술을 둘러싼 의혹들을 사실로 인정하는 방향의 결론을 냈다.
청와대와 경찰이 병원을 통해 이미 가망 없던 백씨에 대한 수술이 이뤄지도록 영향을 미치고, 경찰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사찰'하면서 청와대에 보고를 해왔다는 것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백씨가 민중총궐기 참가 당시 직사된 물대포에 맞아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병원을 방문했다. 당시 경찰은 병원 측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 또한 병원 측에 연락을 넣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섰다.
백씨의 수술을 집도했던 백선하 교수는 오후 10시께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의 전화 지시를 받아 등산복 차림으로 병원으로 들어왔다. 백씨는 초기 진료에서 회생 가능성이 낮고, 수술 이후 좋은 결과가 예상되지 않는 경우 받게 되는 '보존적 치료'를 받고 1주일 이내에 퇴원한다는 진단을 이미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백 교수는 백씨 보호자들에 대한 수술 권유를 했으며, 이후 두개절제술과 경막하 혈종 제거술을 통한 수술이 진행됐다. 이후 백씨는 317일 동안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2016년 9월25일 끝내 사망했다.
백씨 수술 과정에 청와대와 경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건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경찰과 병원 측은 백씨 사건이 주요 의제로 자리 잡았던 지난 2016년 국정감사 기간에도 의혹에 선을 긋는 입장을 보여 왔다.
조사위는 "백씨가 즉시 사망하는 것은 경찰과 정권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며 "경찰과 청와대는 피해자가 본 사건 이후 곧 바로 사망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서울대병원과 접촉했고, 백선하 교수가 의료적 동기와 함께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수술을 집도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제시했다.
조사위는 또 백씨의 입원 당시 청와대에서 그의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개인 정보를 파악해 보고하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조사위는 "경찰 정보관이 비공식적으로 의료진을 접촉하여 환자 상태를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경찰 정보라인을 통해 백씨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때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피해자 상태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해보면 경찰 정보관들이 서울대병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예후 등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인정된다"라고 적시하면서 "그 동안 경찰이 수집할 수 있는 치안정보의 범위와 방법에 관해 여러 논의가 있어 왔다. 이 점에 관해 경찰은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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