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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27일 2018 남북 정상회담 특별취재팀에 포함된 기자는 도저히 한 줄 기사도 쓸 수 없던 시간이 있었다.
오후4시41분. 킨텍스에 마련된 대형 프레스센터 대형 영상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판문점 도보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도보다리 한켠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였고 보이는 것은 김 위원장의 표정, 그리고 문 대통령의 뒷모습과 손짓이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농이 오갔다. 육중한 김 위원장이 돌아가기에 길이 가파른 것 아니냐, 사진·영상 취재단이 너무 영상을 가린다, 실 없는 소리로 영상을 지켜봤다. 5분, 10분 가볍게 환담으로 끝날 것 같던 숲속 벤치 회담은 10분, 20분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상기된 것 같았던 김 위원장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때로는 웃음도 보였고 때로는 긴히 질문을 던졌다.
새소리가 그득했지만 실제로는 무성영화였다. 김 위원장의 표정에 오로시 의지해 대화 내용을 추론해야 했다. 환담이었을까, 대담이었을까, 소통이었을까. 노신사의 손짓과 젊은이의 표정, 그리고 새소리로 구성된 30분의 불친절한 영화. 여기에 한반도의 미래가 담겼다. 처음보는 호기심과 경외, 몸을 가만히 둘 수밖에 없었다.
밀담이었지만 영상이 송출된 전세계에 이보다 뚜렷하게 메시지를 던질 수는 있는 방법은 달리 없었다. 3000여 취재진이 몰렸던 메인프레스센터에 기자는 운 좋게 가운데쯤에 자리했다. 그리고 기자의 오른편 쪽에는 외신들을 배려한 자리가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우리 모두 새소리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지만 받은 메시지는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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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일쯤 뒤 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또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높아지는 북핵 위기로 미국에서 ‘선제 타격론’이 뜨겁던 때였다. 이에 대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던 발언이다.
그리고 그해 12월20일 청와대 기자단이 황당해했던 미국 NBC 단독 인터뷰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KTX 경강선 시승 행사중 대통령 전용고속열차에서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기간 중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사실 황당한 것은 청와대 기자단만이 아니었다. 미국도 그랬다. 기자가 외교·통일부로 출입처를 옮기고 나서 외교 소식통으로부터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합의가 전혀 되지 않았었던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대화파였던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던 바 있다.
전술한 세 가지 장면은 북한이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장면들이다. 정권 교체 뒤 달라진 대북 전략을 공표했고, 전쟁의 가능성을 일축했으며, 그 실천적 방안으로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축소를 결단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발전이 시급하게 된 북한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섭외’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연출하지 못했던 배석자 없는 야외 오픈 밀담을 성사시켜냈다. 대화 내용을 아는 사람은 전세계에 단 둘뿐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직까지도 ‘열린 결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대로 시간만이 답일(only time will tell)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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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18년 4월 27일, 북측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측에 발을 디뎠던 때가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낮았던 날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문 대통령의 개인기다. 2018년 한반도는 그에게 빚을 졌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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