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주연을?"
요즘 연예계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함께 공통적으로 실감, 공감하고 있는 연예계 이슈는 '20~30대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이다. 입대를 앞둔 김수현과 이준뿐만 아니라 이민호, 지창욱, 주원, 임시완, 강하늘 등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주연급 남자 배우들이 올해 잇따라 입대하면서 기근 문제는 더욱 도드라졌다. 공유와 송중기, 조인성, 현빈, 강동원 등 톱배우들과 신인 남자 배우들 사이 자리했던 스타급 배우들의 부재가 군입대로 더욱 실감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실제로도 연예계 관계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배우'가 캐스팅 선상에 오르고, 신인들은 연차와 인지도에 비해 다소 과분한 배역을 감당하게 되는 광경이 벌어졌다.
양세종과 우도환, 강민혁과 이서원, 엑소 카이와 유키스 준 등의 주연 급부상 배경은 현 연예계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이전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온 현상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기 어려웠던 만큼, 남자 배우 기근현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외에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등에서도 드라마를 제작하고 드라마 제작 편수는 이전보다 월등히 많아졌지만, 캐스팅 폭이 여전히 좁다. 학원물이나 청춘물 등을 통해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야 하지만 제작사는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결국 최종적으로는 안정적인 선택을 내리고, 이는 기근현상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 연기 경험 少, 첫 드라마서 주연…파격 캐스팅
카이와 준의 주연 캐스팅도 다소 파격적인 선택으로 여겨졌다. 드라마 편성과 비중 등과 관계 없이 연기 경험이 적거나 전무한 두 사람을 캐스팅한 만큼, 제작자들에게도 리스크가 뒤따랐다. 카이와 준은 각각 김종인, 이준영이라는 본명 보다 그룹 엑소와 유키스 멤버로 더 알려져 있다. 이들 모두 연기에 도전한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첫 드라마에서 바로 주연을 맡았다는 공통점으로 팬들과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카이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10분 방송되는 KBS1 일요드라마 '안단테'에, 준은 매주 방송되는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 각각 출연 중이다. 카이는 웹드라마 '초코뱅크'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방송을 통해 출연한 드라마는 '안단테'가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빠른 주연 데뷔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 안정적 카이 vs 불안한 준
하지만 방송 직후 이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카이는 전형적인 도시 아이였다가 시골로 전학을 간 뒤 점차 성숙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이시경 역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한살 많은 김봄(김진경 분)과의 설레는 로맨스도 무난하게 소화하며 배우 김종인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부암동 복수자들' 복자클럽의 막내 이수겸 역으로 출연 중인 준은 불안하고 어색한 사투리로 연기가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남겼다. 선배 배우인 이요원과 라미란, 명세빈의 호연으로 그럴싸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지만 결정적으로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사투리 연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의 배우 데뷔 전 인지도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만큼, 파격적인 캐스팅을 감행한 결과 역시도 다르게 나타났다. 카이가 속한 엑소는 여전히 국내외 최정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그룹인 반면, 유키스는 국내에서조차 그룹 자체의 인지도도 미미하다. 그나마 유키스 멤버 중 인지도가 높았던 동호는 그룹을 탈퇴했고 일라이는 KBS2 '살림하는 하는 남자들'을 통해 얼굴을 알린 정도다. 카이는 엑소 활동 당시와 차별화를 둔 연기 도전으로 배우로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한 반면, 준은 배우 이준영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처음 각인된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부족한 연기력만 노출하고 말았다. 특히 준은 앞으로 다양한 장르 및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지, 향후 확장될 연기 스펙트럼에 대해서도 큰 확신을 주지 못한 상황. '부암동 복수자들'의 남은 회차에서 자신을 선택한 제작진의 안목을 입증해낼 수 있을지 큰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