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노벨문학상이 앤 카슨에게 돌아갔다.
2020년대에는 한강, 라슬로, 구르나 등 ㄴ상상도o0o못한ㄱ 수상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정배 수상자가 나왔다.
온라인서점 같은 데서 하는 노문상 맞추기 이벤트 당첨된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
(난 역배충이라 못먹었지만)
모두가 별 이의 없이 끄덕할 수 있을 수상자를 보니 문득
10년 전 있었던 사상 최대의 역배가 떠오른다.

바로 '가수' 밥 딜런의 시상이다.
밥 딜런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발표한 적 있긴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를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낸 점”
이라고 밝혔으니, 밥 딜런은 ‘가사’로 노벨상을 탄 게 맞다.
미국 문학에 대한 유럽의 냉대니 뭐니 말이 많았지만,
사실 밥 딜런의 가사가 문학 작품으로서
영어권 대학들에서 연구, 강의된 것은 적어도 2004년부터로 꽤 오래되었고,
특히 스탠퍼드대학의 리처드 토머스 교수는
밥 딜런-베르길리우스-호메로스를 연결지어 해설하는 강의를 했다.

(한 앨범! 한 남자! 한 노벨상!)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디세이>에서 래퍼 스캇을 음유시인 역에 캐스팅한 것에 대해
래퍼들이 현대의 음유시인이라 생각해서 그랬다고 밝힌 것처럼,
노벨위원회도 밥 딜런을 현대의 음유시인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밥 딜런의 음유시인적 면모를 잘 볼 수 있는 일화로
1975년 10월부터 1976년 5월 사이에 이루어진 방랑 콘서트인
‘롤링 썬더 레뷰Rolling Thunder Revue’가 있다.

산업화되어가는 록 음악에 대한 저항으로 기획된 이 투어는
버스나 캠핑카에 탄 밥 딜런 팀이 어느 마을에 도착하면
가명으로 공연장을 빌리고, 공연 1주일 전부터 삐라를 뿌리고,
구도로 티켓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특별히 정해진 공연 시간이나 세트리스트도 없이 거의 즉흥적으로
3~4시간짜리 긴 공연을 이어갔다.
당연히 연주자도, 관객들도 예측불허한 긴장감 속에서 깊이 몰입했다.

공연이 끝나면 딜런 팀은 타고 온 차에 다시 타고
정해 놓은 목적지도 없이 출발했고, 어 맘에 든다 싶은 마을을 발견하면
그냥 짐 풀고 다시 공연을 준비했다.
밥 딜런 팀은 투어 도중에 참가한 멤버들과 중도하차한 멤버들이
어지럽게 섞이며 유동적으로 변화했고,
관객 수도 수백 명일 때도 있고, 밴드 멤버 수보다 적을 때도 있었다.
이 투어는 이미 평범한 공연을 넘어
자유와 혼돈과 낭만이 혼재하는 일종의 행위예술이었던 것이다.

밥 딜런의 가사들을 영문학자들의 주석과 함께 수록한
『The Lyrics: Since 1962』의 표지에는 리라와 월계관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밥 딜런을 호메로스로부터 이어지는 계보를 잇는,
현대의 음유시인으로 표현한 좋은 예다.

문필가에게 상을 주는 100년 전통을 허물어뜨린 이유가
3000년의 전통을 잇기 위해서라니, 이 무슨 낭만인가

출처: 밥 딜런-록의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