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만화의 거장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전략 삼국지>
읽어본 적 없더라도 짤로는 본 적 있는 유명한 작품인데,
몇 달 전에 개정판이 나왔었다
그러니 오늘은 우리에게 익숙한 짤방과 공식 번역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삼국지 후반부의 전투 장면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전설적인 대사
고기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공명이 가짜로 퇴각하자 함정각을 보고 싸해진 사마의가
출전하려는 장합을 막는 장면이다

공식 번역에서는 ‘기다려’가 ‘아니다’로 바뀌고 느낌표가 없어지면서
당황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이 제일 당황한 것 같은 분위기가 줄어들고
나름 사마의의 위엄이 살짝 올랐…나?
참고로 진짜로 함정이 맞았다

이른바 쿨가이 관우.
유비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조를 급히 떠나면서
앞길을 막는 다섯 관문을 지나며 여섯 장수를 벤 ‘오관육참’ 에피소드를
적절한 편집을 동원해 기묘한 그윽함을 가진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낸 명짤이다.




공식 번역의 관우는 짤처럼 그윽하진 않지만 그래도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있는데,
‘그런 건 없다’의 임팩트는 그대로 살렸다.
참고로 쿨가이 관우 짤에서는 중간 대화가 많이 생략되어 있는데,


원작은 짤만큼 쿨하지는 않다

관우가 죽은 뒤 황제 즉위를 권유받은 조조가
그럴 뜻이 없음을 밝히는 장면이다.
단호한 손짓과 그에 비해 맛 간 눈이 실로 그윽하다.

공식에서는 원문의 범용성은 줄어들었지만 자연스럽고 무난한 대사로 번역되었다.

참을성이 바닥난 유비. 뭔가 시켜볼 게 있는 듯하다.
유비가 자던 여관에 황건적이 쳐들어오자 맞서 싸우려고 옷을 입는 장면이다.
결코 허리띠를 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공식 번역에서는 유비가 뭘 참지 못하고 있는지 목적성이 좀 더 뚜렷해졌다.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옷을 입고 있는 게 맞는 것도 같다.
물론 원래도 입고 있었지만

오버워치를 남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못말리는 유비

공식 번역에서는 ‘한조’를 ‘한나라 왕조’로, ‘사라지다’를 ‘멸망하다’로 바꿔
의미가 더욱 명확해졌다.
-총평
짤이 짤로 쓰이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에서 오는 범용성 때문인데,
공식 번역은 모호한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의미를 명확히 하면서도
‘그런 건 없다’ 같은 그윽함은 최대한 살린, 잘 된 번역인 것 같다
특히 일본인이 그린 삼국지 만화이니만큼 삼국지 인물들한테서
일본 대하 역사소설 속 무장들의 묘한 쿨함이 느껴지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인 듯
-추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웃음 바이러스 가득한 이 짤 말인데
너무 짤이 적절해서 실제로도 다 하하호호 웃고 있는 줄 알았음…



뭐야 분위기 왜이래요
출처: 요코야마 미츠테루 전략 삼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