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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전 빚 210조, 요금 안 올리면 레고랜드처럼 몇 배로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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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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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한전 빚 210조7천억원, 이자만 하루 115억원. 요금을 묶어둔 사이 원가는 다시 치솟고 있다.

2. 2027년 말 채권 발행 특례가 끝나면 한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 23조원가량이 넘친다. 빚을 빚으로도 못 갚게 된다.

3. 2022년 레고랜드 2,050억원을 외면했다가 50조원 대책이 나왔다. 한전 채권은 그 350배다.


한전 빚 얘기가 나오면 공기업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 이번엔 다르다. 법으로 정해진 시한이 있고, 그 시한까지 1년 3개월 남았다.


한전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다 판다. 사 온 값보다 싸게 팔면 손해고, 손해는 빚이 된다. 2022년 러·우 전쟁 때 도매가격은 kWh당 한때 196.7원까지 올랐는데 평균 판매요금은 120.5원에 묶였고, 그해 적자만 33조원이었다.


빚은 올해 6월 말 210조7천억원(발전 자회사 포함)까지 불었다. 상반기 이자만 2조790억원, 하루 115억원꼴이다.


흑자로도 안 줄었다. 요금 인상과 연료값 안정 덕에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13조5천억원을 벌었을 때도 빚은 205조4천억원에서 205조6천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 이익이 16.6% 줄었고 빚은 반년 새 5조1천억원 불었다.


원가는 다시 치솟는 중이다. 도매가격은 8월 평균 kWh당 148원으로, 정부가 한전 적자 전환선으로 본 연평균 146원을 넘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달러, 아시아 LNG 가격은 연초의 2.5배다.


그런데 4분기 요금은 또 동결됐다. 연료비조정요금은 계산상 7.3원을 올려야 했지만 상한 5원만 붙었다. 18분기째 상한이다. 모자란 2.3원만으로 분기 3천억원가량이 한전 손실로 남는다. 증권가는 7월에 이미 한전(자회사 제외) 4분기 영업이익을 3,870억원 적자로 전망했다.


모자란 돈은 채권으로 메운다. 7월부터 8월 12일까지 찍은 한전채만 3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전체(2조6천억원)를 넘었다. 최고 등급인 한전채 3년물 금리는 4.18%로 연초보다 1%p가량 뛰었고, AA- 회사채 금리는 4.5%대까지 올랐다. 한전채가 늘면 다른 기업 돈줄이 마른다.


2022년에 이미 봤다. 그해 한전은 역대 최대인 31조8천억원어치 채권을 최고 6% 금리로 찍었다. 채권 발행 시장에서 한전채 비중이 9%에서 29%로 뛰는 동안 일반 회사채 발행은 30% 줄었다.


그렇게 말라가던 시장에 레고랜드가 터졌다. 강원도가 보증한 2,050억원 어음이 부도 나자 CP 91일물 금리가 2009년 이후 처음 4%를 넘었다. 강원도는 결국 갚겠다고 물러섰지만, 정부는 이틀 뒤 50조원+α 대책을 내놔야 했다. 2,050억원짜리 불을 끄는 데 240배가 넘는 돈이 동원된 셈이다.


한전 채권 잔액은 6월 말 71조5천억원, 레고랜드 어음의 350배다. 한전법상 채권 한도는 자본금·적립금의 2배인데, 2022년 말 국회가 5년 한시로 5배까지 늘려줬다. 이 특례가 2027년 12월 31일 끝난다.


2025년 말 기준으로 한도는 121조원대에서 48조6천억원으로 줄고, 지금 잔액보다 23조원 가까이 모자란다. 한도를 넘으면 만기 채권을 새 채권으로 갚는 것부터 막힌다. 업계가 법적 채무불이행 위험과 급격한 요금 인상, 전력망 투자 급감을 경고하는 이유다.


한전이 흔들리면 손해는 한전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룬 요금은 한꺼번에 오르고, 회사채 금리는 뛰고, 전력망 투자는 멈춘다. 2040년까지 전력망에만 최소 10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정이 나오는데, 한전이 돈을 못 구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사업도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그런데 정부는 거꾸로 간다. 8월 공개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은 서울·경기 남부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지역 산업용 요금을 kWh당 6원에서 18원까지 깎는다. 한전 수입은 연 2조8천억원에서 3조원 준다.


송전 비용이 명분이라면 수도권 대규모 사용처가 더 내는 조정도 있어야 하는데 수도권엔 손대지 않았다. 지방은 깎아주고 수도권은 그대로 두니 어느 쪽 표도 안 잃는다. 깎아준 만큼을 메울 재원엔 한전 자체 부담까지 들어 있다.


내년 예산안의 한전 출자 5천억원은 정부 스스로 누적 적자 이자(연 1조원가량)의 절반을 메우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실제로 내는 이자는 반년에 2조원이 넘는다. 출자로 늘어나는 채권 한도는 1조원이다. 모자란 23조원 앞에선 시늉이다.


정부는 빚의 책임을 전 정부로 돌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 정부가 임기 말 산업용 요금만 올린 게 잘못이고 산업계와 가계가 부담을 나눴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럼 3년 넘게 묶인 주택용 요금부터 손봐야 한다.


대통령도 7월에 물가와 소득 부담만 아니면 가정용 요금을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4분기도 동결이다. 선거 앞 인상 미루기는 정권이 바뀌어도 똑같았다. 2022년 대선, 2024년 총선, 올해 지방선거 때 모두 그랬다. 채권 한도가 줄어드는 2028년 4월엔 또 총선이 있다.


요금 올리자는 말이 한전 편들기로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전쟁 통에 요금 인상이 달갑지 않고, 위기 때 동결이 가계 충격을 덜어준 면도 있다. 하지만 이 빚은 결국 요금이든 세금이든 우리가 갚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원가와 요금의 괴리가 길어지면 불어난 빚과 이자가 미래 소비자의 요금 폭탄이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언제, 어떤 용도부터, 얼마나 올릴지 일정표와 연도별 빚 감축 목표를 내놔야 한다. 취약계층은 요금을 눌러서가 아니라 직접 지원으로 보호하면 된다.


2,050억원을 외면한 대가가 50조원이었다. 210조원 앞에서 남은 선택은 지금의 요금 인상이냐, 나중의 몇 배짜리 청구서냐다. 정치적 인기를 위해 곧 터질 폭탄을 키워선 안 된다.


(수치 출처: 한전 공시, 전력거래소·금융투자협회 통계, 기후에너지환경부·국회입법조사처 자료, 2022년·2026년 언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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