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발매된 쇼걸 디럭스 앨범 가디언지 리뷰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번 주, 평론가들에게 혹평받았던 지난해 앨범 The Life of a Showgirl의 확장판을 The Encore라는 부제와 함께 발표하자, 많은 팬들은 즉각 두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의심했다. 하나는 내년 그래미 후보를 결정하는 투표 기간에 그래미 회원들에게 Showgirl의 존재를 다시 각인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 차트에서 기록적인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컨트리 신예 엘라 랭글리를 정상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해석이 냉소적으로 들린다면, 그래도 한가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스위프트가 지난해 Showgirl을 발표했을 당시, 이전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와는 달리 확장판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는 점이다.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는 16곡으로 시작했지만 발매 당일 곧바로 31곡으로 불어났다. 반면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12곡짜리 Showgirl은 추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어쿠스틱 데모 등을 추가한 앨범의 변형판을 무려 34종이나 내놓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Showgirl이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첫주 판매량을 기록한 뒤, 스위프트는 협업자 맥스 마틴과 셸백과 함께 이를 기념하기 위해 스웨덴으로 향했다고 이번 주에 밝혔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그 여행은 원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하지만 그곳에 스튜디오가 있었고, 우리는 무언가를 느낄 때마다 늘 하는 일을 했어요. 곡을 더 썼죠.”
프로젝트 전체에 미끄럽고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 있다. 스위프트가 처음 Showgirl을 소개하면서 이 앨범은 전부 “팝 뱅어”로 채워져 있고 “기준을 정말 높게 유지하는 것”에 관한 앨범이라고 말했던 것도 상황을 더 좋게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곧바로 반박당했다. 앨범은 그야말로 참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이 표현은 이제 그녀의 남편이 된 트래비스 켈시의 성기를 소재로 한, 브루노 마스의 열화판 같은 끔찍한 곡 Wood를 떠올리면 더욱 적절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 앨범은 스위프트 자신의 기록적인 에라스 투어에서 느낀 들뜨고 황홀한 순간들을 담은 작품이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뻔하고 이미 여러 번 우려먹은 ‘앙금 청산’이 지루할 정도로 많이 들어 있었다. 최초 세션이 끝난 뒤 한참 후에 작곡된 네곡을 추가하는 것은 이 앨범이 애초에 내세웠던, 이미 허약했던 전제마저 더욱 희석시킨다.
끔찍한 Cleveland!는 인터넷 헤어터들이 스위프트는 춤을 못 춘다고 하고(이미 한참 전에 사라진 비판인데도), 또 그녀가 짜증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도 켈시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노래를 부르는 태도에 자기만족이 너무 흘러넘쳐서, 마치 계속해서 당신을 찌르면서 “아프지?”라고 묻는 것 같다. 음악적으로 보자면 이 곡은 그녀의 역대 최악의 노래 두곡을 잘라 붙여놓은 것과 같다. 하나는 Me!(‘오글거리더라도 자유롭게 살겠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Showgirl의 Honey(다른 여자들이 질투하는 헤이터라는 내용)다. 스위프트의 오랜 협업자 잭 안토노프가 Showgirl 에라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이 곡은 여전히 한 번 데워 먹은 듯한 Bleachers의 음악처럼 들린다.
Honey를 비롯한 최근 곡들에서 다른 여성들을 ‘bitch’라고 부르는 데 놀라울 정도로 거리낌이 없었던 그녀가, 여기서는 자신을 ‘whore’, ‘bitch’라고 부르는 것만큼은 묘하게 슬쩍 피한다. 그것도 문장을 일부러 미완성으로 끝내면서 그 빈자리를 오히려 눈에 띄는 특징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헤이터들을 한탄하면서도, 정작 그녀는 헤이터들에 관한 노래를 정말 많이 쓴다. Cleveland! 같은 쓰레기 같은 곡을 더 많이 발표할수록 더 많은 비판을 불러올 것이고, 그 비판은 결국 또다시… 이런 노래를 만들 영감이 될 것이다. 이것은 스위프트판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이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거대한 자기참조의 거미줄에서 벗어나게 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의 생애주기에서 새로운 것이 거의 고갈되는 지점에 도달했고, 이제는 핵심 가치를 더욱 밀어붙이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Showgirl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크리스마스까지 앨범을 1위에 붙잡아두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모든 곡이 마치 전혀 다른 앨범에 덧붙여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들린다. 마지막 곡 Babylon은 지나치게 복잡한 가족의 균열에 관한 서사와 무겁고 음울한 프로덕션 때문에 evermore의 하위 버전처럼 들린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아주 느슨하게 공유하는 주제가 하나 있기는 하다. 각각의 곡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사람이 알고 있는 진실 사이의 간극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곡들이 확인시켜주는 더 큰 진실은 이것이다. 스위프트가 더 많은 음악을 발표할수록, 그녀의 결과물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것. 그녀의 창작력을 위해 가장 건강한 선택이 한동안 커튼을 내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는 탐정 노릇까지 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