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에서 10년 넘게 일한 채권 분야 베테랑 데이비드 크라베트는 어느날 아침, 사무실에서 연락을 받습니다.
인터넷 거래 플랫폼 시연을 위해 오전 8시에 오기로 했던 고객사 IT 관계자들이 9시로 일정을 착각하고 있었고, 서둘러 온다더니 한눈을 팔기라도 했는지 그와중에 또 다른 빌딩으로 가서 시간을 허비했다더니만, 이제는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신원 확인을 위해 1층으로 누군가를 내려보내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크라베트의 사무실은 고층 빌딩의 꼭대기에 가까운 높은 층에 있었고, 로비까지 내려가려면 엘레베이터를 2번 타야 해서 편도로만 10분 가까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는 근무시간에 사무실을 떠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귀찮은 일이니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직급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가 직접 내려가기로 합니다.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이유가 있었는데, 그의 비서가 임신 7개월째였거든요.
그녀는 첫 아이의 탄생을 앞두고 곧 출산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몸이 무거운 그녀 대신 자기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한 겁니다.
크라베트는 오전 8시 40분쯤에 1층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아니 어떤 바보가 자기 신분증을 놓고 다녀요?"라면서 방문객들과 대화를 시작했을 때...
엄청난 굉음과 충격이 그들을 덮쳤습니다.

(당시 방문객 중 한 명이 지난주에 자신의 링크드인에 올린 것)
이날은 2001년 9월 11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크라베트의 사무실은 제1세계무역센터(1WTC) 105층에 있었습니다.

애초에 방문객들이 건물을 헷갈린 것도 똑같이 생긴 쌍둥이 빌딩이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죠.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6분, 아메리칸 항공 11편이 제1세계무역센터(1WTC) 93~99층에 충돌하였습니다.
탈출할 방법이 없었기에 92층 이상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101~105층을 썼습니다.
충돌 당시 이 사무실에 있었던 직원 658명 중에서 생존자는 없습니다.

크라베트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쏟아져 나온 불붙은 제트연료로 인해 1층 로비에서 발생한 폭발을 20피트(약 6m) 차이로 피하였습니다.
커다란 유리창들이 박살나면서 초토화된 로비를 간신히 빠져나온 후에도 그는 살아남은 동료들이 있기를 바라면서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맨해튼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야 누구도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고, 한동안 그는 하루에도 여러번 친구와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다고 합니다.
일정이 겹칠 때가 많아서 아내가 대신 참석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가 직접 찾은 장례식만 40~50회에 달했다고 하네요.
그는 예전의 자신을 되찾는데 6개월이 걸렸다고 회상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본사의 인력 7할을 잃은 회사를 재건하기 위해 눈코뜰새 없이 일해야 했던 게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날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겠지만요.

추가로...
2001년 9월 11일 아침, 캔터 피츠제럴드의 CEO는 다섯살 아들을 처음으로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출근이 늦어지면서 화를 피했습니다.
이미 화염에 휩싸인 제1세계무역센터(1WTC)에 도착한 그는 근처의 사람들을 붙잡고 몇 층에서 탈출했냐고 물어보면서 회사 사람들이 무사히 대피했기를 바랬으나,
곧이어 빌딩이 무너지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 후 몇 시간 동안 넋을 놓고 주변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친동생과 가장 친한 친구와 수많은 직원들을 잃은 그는 이틀 뒤에 A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사망한) 700명의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700명의... 가족들..."이라고 말하면서 오열했고, 9.11 테러 발생 한 주 뒤에는 유족들을 확실하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 과정에서 잠시 논란이 있었지만, 살아남은 인력들과 런던 지사를 중심으로 회사를 다시 재건해낸 그는 유족들에게 5년간 회사 순이익의 25%(약 1.8억달러)를 지급했고, 10년 간 건강보험을 전액 지원했습니다.
약속을 지킨 것이죠.
현재 캔터 피츠제럴드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급은 아니지만 월스트리트에서 확실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금융사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 CEO는 이렇게 회사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바로 지금 미국 상무장관인 하워드 러트닉입니다.
출처
https://www.history.com/articles/9-11-survival-stories
https://collection.911memorial.org/Detail/objects/119780/rel/1
https://www.linkedin.com/posts/michaelssegal_neverforget-activity-7504170596038201344-m77e/
https://www.dailymail.com/news/article-16120227/world-trade-center-david-kravette-Cantor-Fitzgerald.html
https://www.washingtonpost.com/archive/politics/2001/09/14/sketches-of-the-missing-hard-working-early-risers/84d608b9-350e-4175-b7aa-613031665883/
https://www.washingtonexaminer.com/opinion/columnists/4718607/kindergarten-drop-off-saved-howard-lutnick-9-11/
https://www.businessinsider.com/cantor-fitzgerald-marks-25-years-since-9-11-attacks-20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