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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일본·대만·중국이 보여준 '부자가 되는 3단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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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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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4국의 '닮은꼴' 발전 경로
세계는 이 '성공 방정식'을 따라할 수 있을까
 
-토마스 푸에요 작가
 
 
image.png 한국·일본·대만·중국이 보여준 '부자가 되는 3단계 법칙'

 
일본, 한국, 대만은 독보적인 성장을 이뤘다. 나머지 아시아 국가는 소득이 절반 이하이며, 말레이시아가 그 중간에 위치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이미 부유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필리핀, 스리랑카, 심지어 콩고보다도 가난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조 스터드웰은 저서 '아시아의 힘(How Asia Works)'에서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부유한 국가는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선택을 했다. 말레이시아는 절반만 성공했기에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중국은 일본, 대만, 한국의 전철을 밟아 부유해지고 있다. 다른 국가도 이 비법을 따르면 부유해질 수 있다. 그 비법,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세계와 특히 아시아에 시사하는 바를 알아보자.
 
성공한 국가는 다음 순서로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
 
-토지 개혁
-제조업을 통한 기술 습득
-금융 지원
 
---------------------------------------
 
◇부국으로 가는 3단계
 
1. 토지 개혁
 
농장의 이상적인 크기는 대규모일까, 소규모일까. 두 가지 요인과 하나의 핵심 통찰력에 달렸다. 핵심 통찰력은 농장에서 더 많이 일할수록 단위 면적당 식량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다음 두 이미지를 비교하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image.png 한국·일본·대만·중국이 보여준 '부자가 되는 3단계 법칙'

 
 
작은 땅은 노동력이 집중 투입돼 엄청난 양의 식량을 생산한다. 모든 식물은 세심한 관리와 물을 받으며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다. 해충을 통제하고 잡초를 제거한다. 식물 간격이 완벽하고 여러 층으로 배치된다. 이 땅은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 반면 기업형 농장은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낮다. 하지만 규모가 커서 전체 식량 생산량이 많아 농부를 부자로 만든다.
 
스터드웰의 계산에 따르면 노동 집약적인 미국 정원은 연간 1m2당 16.5 달러 (22209원)어치를 생산한다. 반면 상업용 농장은 0.25 달러 (336원)를 생산해 66배나 적다.
 
이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image.png 한국·일본·대만·중국이 보여준 '부자가 되는 3단계 법칙'
 
 
가로축은 토지 소유 지니계수다. 토지 소유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낸다. 1은 한 사람이 모든 땅을 소유함을 의미한다. 세로축은 토지 생산성의 로그 값이다. 토지가 더 많이 분배될수록(왼쪽으로 이동해 지니계수가 낮아질수록) 생산량이 높아진다. 
 
토지가 부족하고 일할 사람은 많으며 트랙터 등에 투자할 돈이 부족하다면 소규모 농장으로 가야 한다. 자본과 토지가 풍부하지만 농부가 부족하다면 대규모 산업형 농장을 택해야 한다.
 
20세기 동아시아는 가난하고 인구가 많아 토지가 부족했다. 이 상황은 그래프의 왼쪽 상단에 정확히 일치한다. 작게 쪼갠 땅에서 노동을 집중해야 했다. 문제는 소수에게 토지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스터드웰이 언급했듯 필리핀의 한 지역은 17개 가문이 농지의 78%를 장악했다. 전체적으로 상위 10% 소유주가 토지의 50%를 차지했다.
 
이는 농업의 자연스러운 발전 수순이다. 생산성이 높아 곡물을 많이 모은 가문과 그렇지 못한 가문이 있을 때, 흉년이 들면 비생산적인 가문은 식량을 위해 땅을 팔고 부유한 가문이 이를 사들인다. 몇 세대에 걸쳐 반복되면 부유한 가문은 토지를 더 많이 사들일 돈을 축적하고 나머지는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문제는 소작농이 노동의 결실을 소유하지 못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토지 수확량이 감소한다. 땅이 많고 더 살 수 있는 지주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지주는 소작농을 최대한 쥐어짠다. 하지만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소작농을 몰아세우는 것보다 토지 축적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국가는 지주가 아니다. 지주와 달리 새 토지를 매입해 확장하기 어렵다. 정해진 영토 안에서 돈을 벌기 위해 최대한 많은 식량을 생산하길 원한다.
 
해결책은 토지 재분배다.
 
직접 땀 흘리는 농민에게 땅을 주면 생산량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챙길 수 있어서다. 문제는 기존 지주들이 소작농에게 땅을 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과 권력이 넘치는 이들은 보통 토지 재분배를 가로막는다. 따라서 토지 재분배가 일어나려면 매우 특수한 환경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한국, 중국, 대만에서 이 환경이 조성됐다.
 
image.png 한국·일본·대만·중국이 보여준 '부자가 되는 3단계 법칙'

 
 
중국이 가장 쉬웠다. 토지 재분배는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진 내전 동안 공산당이 내세운 가장 큰 공약이었다. 하지만 훗날 토지를 공유화하면서 재분배의 가치는 모두 상실됐다.
 
대만도 비슷했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은 본토의 토지 재분배가 필수라고 결론 내린 상태였다. 대만으로 도피해 정권을 잡았을 때 현지 지주들과의 연결고리는 약했다. 지주들은 대만을 점령했던 일본과 밀착해 있었다. 지주들과 연고가 없던 국민당은 강제로 토지를 재분배했다.
 
일본과 한국은 조금 달랐다.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진 1868년 메이지 유신 때 토지를 재분배했다. 이후 토지가 다시 집중되자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재차 재분배했다. 완전 항복 후 미국의 지시를 따른 결과였다.
 
한국은 공산주의의 위협(1950~1953년 한국전쟁으로 이어짐)이 토지 재분배를 부추겼다. 미국의 압박도 작용했다. 1949년 정부는 지주로부터 강제로 토지를 매입해 농민들에게 시세보다 싸게 팔았다.
 
반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는 토지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도는 했지만 법과 제도의 실행력이 부족해 지주들이 땅을 지켰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2차 세계대전 직후 대만 인구의 56%가 농업에 종사했다. 일본은 약 50%였다. 한국은 60~70%에 달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기에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타당했다. 노동력을 토지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이 최선이었다. 세 국가 모두 이를 실행했고 작물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수확물 일부는 국민을 먹여 살렸고 나머지는 해외로 수출됐다. 이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의 다음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했다.
 
2. 수출 규율을 동반한 제조업
 
다량의 식량을 생산하고 그중 일부를 수출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제조업에 투자할 때다.
 
제조업은 저숙련 노동자를 기계에 투입하기만 하면 단숨에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들 국가에 넘쳐나던 농부들이 좋은 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토지 개혁 이후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농촌에서 산업 현장으로 이동할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해서다. 농장이 일정 기간 생산을 지속해 가족 규모가 커져야 한다. 둘째, 기계를 살 자본이 필요하다. 몇 년간의 작물 수출이 이를 해결한다. 셋째, 농부가 도시로 이동하면 트랙터, 종자, 비료 등을 구매해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관련 산업에 대한 수요를 창출한다.
 
하지만 기계에 돈만 쏟아붓는다면 낭비에 불과하다. 수십 년의 노하우를 쌓은 외국 기업의 제조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내 산업을 압도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보호주의가 필수다. 육성하려는 산업에 높은 관세를 매겨 내수 시장에서 성장하고 학습할 기회를 줘야 독자적인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정부가 외국과의 경쟁을 막기 위해 저리 대출을 제공하거나 직접 개입해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여기서 멈추면 국내 기업들은 외국 산업에 대한 수입 관세 뒤에 숨어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안주한다. 따라서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끊임없이 끌어올리도록 강제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출 규율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은 매년 수출이 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수출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년 수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젠가는 지원을 끊어도 글로벌 강자로 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국내 기업이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면 솎아내야 한다. 저리 대출과 국가 지원을 철회하고 매각, 합병, 심지어 파산까지 몰아붙여야 한다.
 
이 상황에서 산업 발전 속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면 최고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서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거래가 성사된다. 외국인 전문가 고용, 컨설팅 비용 지급, 로열티 제공, 외국 기업의 내수 시장 판매 제한,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한 국내 진출 허용,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합작 투자 강제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또 다른 핵심은 중화학 공업의 경우 전체 가치 사슬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20세기 중반에는 철강과 석탄이 그 중심이었다. 이 두 가지 없이는 저렴한 자동차나 공산품을 만들 수 없었다.
 
image.png 한국·일본·대만·중국이 보여준 '부자가 되는 3단계 법칙'

 
 
대만, 한국, 일본, 그리고 최근의 중국 모두 다음 조치를 취했다.
 
-국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석탄과 철강 등 중화학 공업에 집중했다.
-내부 경쟁을 강제했다.
-뒤처지는 기업을 솎아냈다.
-높은 관세 등으로 외국 기업의 진입을 막았다.
-모든 지원은 수출 증가를 조건 삼았다.
-이 모든 과정을 토지 개혁 이후에 실행했다.
-기술 이전을 촉진했다.
 
그 결과 일본과 한국은 제조업 수출 강국이 됐다. 이는 다양한 수출 품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중 어느 곳도 이 과정을 밟지 않았다. 말레이시아가 가장 진지하게 시도했지만 여러 면에서 실패했다. 예컨대 기술 이전이나 수출 규율을 강제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수출품이 제조업과 천연자원으로 양분된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훨씬 더 높다.
 
3. 금융 조달
 
당신이 대출 기관이라면 다음 세 가지 중 무엇을 고르겠는가.
 
-트랙터, 비료, 종자를 살 농부에게 수백만 달러 (수십억 원)를 빌려주고 앞으로 연이은 풍년으로 돈을 갚길 기대하기.
 
-경험 없는 기업가에게 수십억 달러 (수조 원)를 빌려주고 10~20년간 막대한 돈을 까먹다가 마침내 경쟁력을 갖추길 바라기.
 
-누구나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집값이 오르는 시장에서 평범한 시민에게 집 살 돈 수십만 달러 (수억 원)를 빌려주고 못 갚으면 집을 압류하기.
 
은행 입장에선 부동산 매수자나 단순 소비를 위한 대출이 가장 솔깃하다. 위험이 낮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전체로 보면 재앙이다. 국가는 값비싼 부동산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지와 산업을 원한다. 따라서 국가는 은행이 기업가에게 대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대출 금리는 저렴해야 한다. 국가는 은행이 초저금리로 빌려주도록 압박해야 한다. 많은 국가에서 이는 마이너스 실질 금리를 의미했다.
 
은행은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할까. 과거보다 부유해진 농부들이다. 은행이 손해를 보며 기업에 대출해주면 예금자에게 이자를 많이 줄 수 없다. 예금자는 은행에 돈을 맡길수록 손해를 본다. 그런데 왜 은행에 돈을 넣을까.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자본을 통제하고 주식 시장이나 만연한 주택 담보 대출을 막아야 한다. 주식 시장이 없으면 기업가는 주식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둔다. 무조건 은행을 거쳐야 하므로 국가에 의존하게 되고 국가는 이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은 초기 자본 통제를 시행해 주식 시장을 억제하고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으며 기업가에게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 반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은 이를 외면하다 부동산 거품을 겪었고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 큰 타격을 입었다.
 
◇타이밍
 
이 이론의 핵심은 하나의 정책을 끝까지 고집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의 일반적인 기조와 다르다. 국가는 정책에 역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토지 개혁으로 시작해 사람들을 일하게 하고 현금을 창출해야 한다. 그다음 보호주의를 무기로 산업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모든 것을 자유화해야 한다. 농장이 자본을 유치해 전문화되고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 시장이 승패를 결정짓도록 둬야 한다. 가장 생산성 높은 기업이 승리하게 말이다. 단, 준비가 끝나기 전엔 안 된다.
 
한국, 일본, 대만이 보여준 가난한 나라의 '발전 과정 공식'은 다음과 같다.
 
-농지 재분배로 수확량을 늘리고 잉여 인구의 노동력을 이끌어낸다.
-산업을 지원해 생산성을 높인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되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도록 압박한다.
-국민의 저축을 흡수해 산업화 자금으로 쓴다.
-이러한 전략으로 선진국 수준의 부에 다가서자 규제를 풀고 경제를 자유화한다.
 
과연 다른 나라들도 이를 따라 할 수 있을까. 
 
 
*토마스 푸에요는 프랑스 낭트 출신 데이터 분석가이자 실리콘밸리 경영인이다. 에콜 상트랄 파리와 이카이 마드리드에서 공학 석사,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징가 프로덕트 리더, 코스히어로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징후를 데이터로 분석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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