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오디세우스의 이름은 무슨 뜻일까?
2,034 4
2026.09.12 17:41
2,034 4

⛔️이 글과 아래 관련글 전체에 놀란 오디세이 스포 있음⛔️

 

 


 

그분께서는 인간들을 지혜로 이끌되

고뇌를 통해 지혜를 얻게 하였으니[...]

원치 않는 자에게도 분별이 생기는 법.

이는 분명 저 두려운 키잡이의 자리에 앉아

힘을 행사하는 신들께서 내려주신 은총이라네.

아이스퀼로스, 아가멤논 176-177, 181-183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Nagy 선생이 발전시킨 아킬레우스의 이름에 대한 유명한 해석은 Akhi-lauos, 즉 전투 집단/백성laos에게 고통/슬픔akhos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아킬레우스는 본인도 아가멤논의 멸시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고통받는 한편, 자신의 동료들도 분노로 고통받게 하기에 적절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호메로스 본인이 일리아스에서 이를 이용한 언어유희를 선보인다.

 

  전쟁 파업을 선언한 아킬레우스 때문에 그리스군이 수세에 몰리자 파트로클로스는 자신만이라도 그리스군을 돕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출격한 파트로클로스는 결국 헥토르의 창을 맞고 쓰러질 운명이다.

 

  파트로클로스가 전사하는 장면에서 호메로스는 그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아킬레우스의 이름을 호명한다. 'mega d' ekakhe laon Akhaion', 즉 '이는 아카이아인들의 군대laos를 몹시도 괴롭게akhos하였으니'.

 

그러나 헥토르는 웅대한 기상을 품은 파트로클로스가

날 선 청동에 찔린 채 다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대열을 헤치며 가까이 다가와 창끝으로 옆구리를 찌르고

청동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는 둔중한 소리를 일으키며 쓰러졌고,

이는 아카이아인들의 군대laos를 몹시도 괴롭게akhos하였으니 [...]

일리아스 16. 818-822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장으로 출격하여 전장을 트로이군의 피보라로 물들인다. 이 시점에서 아킬레우스는 그리스인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에서, 다시 트로이인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아킬레우스Akhileus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전사들laos에게 고통akhos을 주는 자인 Akhi-lauos이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파트로클로스 역시 이를 피해 갈 수 없다.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의 이름이 그렇다면, 또 다른 서사시 오뒷세이아 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이름은 무슨 뜻일까? 흥미롭게도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오디세우스의 이름의 뜻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내 사위와 딸아, 내가 말하는 이름을

붙여주도록 하려무나. 나는 만물을 먹여 살리는 대지 위에 있는

많은 남녀에게 노여움odyssamenos을 품고 이곳으로 왔으니,

그 뜻을 따라 이름을 오뒷세우스라고 하여라."

오뒷세이아 19.406-409

 

 

  그리스어 odyssamenos는 '분노하는'과 '분노를 받는' 모두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지지하듯 오뒷세이아 는 오디세우스의 이름과 그를 향한 신들의 분노를 연결하는 말장난으로 가득하다.

 

아테나 : "올림포스에 사시는 분이여! 아르고스인들의 배들 곁에서,

드넓은 트로이아에서 오뒷세우스가 제물을 바쳐가며 기쁘게 해드린 적이

없었던가요? 왜 지금은 그토록 그에게 노여워하고ōdusao 계시나요 제우스시여!"

오뒷세이아 1.60-62

 

 

  이는 동시에 Dimock 선생의 유명한 논문을 따라 '(타인을)고통받게 하는 자' 또는 '고통받는 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오디세이아 자체는 실로 고통에 대한 시이며 이는 시의 서곡에서도 강조된다.

 

한 사람을 제게 말씀하옵소서, 무사 여신이시여, 숱하게 변전하는 그이는

신성한 도시 트로이아를 무너뜨린 다음, 참 많이도 떠돌았습니다.

그는 허다한 사람들의 도시를 보았고 그들의 심성도 알아보았지요.

바다에서는 동료들의 목숨과 귀향을 지켜내려고

기백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오뒷세이아 1.1-5

 

 

  호메로스 역시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타인에게 고통을 주고, 오디세우스 자신 또한 고통 받은 이야기'로 요약하고 있다.

 

먼저, 여인들 중에서 여신과 같은 그녀는 자신을 핑계 삼아

많은 소 떼와 튼실한 양 떼를 잡고 술통에서 수없이 포도주를

길어 올리던 그 파괴적인 구혼자들의 무리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견뎌낸 그 모든 것들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오뒷세우스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안겼던 근심들 전부와, 자신이 통곡하며 겪어낸 것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23.302-308

 

 


 

  일리아스 오뒷세이아가 각 서사시를 대표하는 두 영웅의 이름을 통해 그들을 둘러싼 분노와 고통이라는 공통 주제로 연결된다는 것은 인상깊다. 생각해보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모두 자신이 스스로 고통받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적에게 고통을 흩뿌린다. 그 흩뿌려진 고통이 이어지는 곳은 대량의 죽음이다.

 

  이 위험한 두 남자는 주변 사람들의 목숨을 끌어당기는 블랙홀이다. 아킬레우스의 중력장에는 그리스인들과 트로이인들,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의 생명이 끌려들어가고, 오디세우스의 중력장에는 부하들과 구혼자들의 생명이 끌려들어간다. 두 영웅 모두 고통을 통해 주변의 생명을 잡아먹으며 밝게 타오른다.

 

  두 영웅이 가장 밝게 타오르는 순간은 자기 자신이 될 때이다. 아킬레우스는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고통을 통해 예정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시 전장에 나선다. 전장에서 트로이인들의 피로 쓰여진 아킬레우스의 아리스테이아(수훈기)는 아킬레우스에게 지금까지 노래되는 '불멸의 영광kleos aphthiton'을 수여한다.

 

  그렇다면 오디세우스가 불멸의 영광을 얻는 때는 언제인가? 분명 그는 트로이를 함락시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움으로써 트로이인들에게 가장 극도의 고통을 안겨준 자이다. 그러나 '도시의 파괴자' 오디세우스의 가장 강렬한 영광은 트로이의 함락이 아닌 고향으로의 귀환nostos이 완료됨으로써 수여된다.

 

  귀환이란 단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되찾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으로 귀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름을 숨겨 퀴클롭스에게서 살아남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이름을 밝힘으로써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아 본격적인 고통과의 동거가 시작된다.

 

  이 퀴클롭스와의 잘못된 만남 이후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름과 정체를 숨기며 활동한다. 고향에 도착해서도 그는 함부로 이름과 정체를 밝힐 수 없다. 그러나 고통은 오디세우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기게 만든다.

 

  흥미롭게도 오디세우스의 유모는 다리의 흉터를 통해 정체를 숨긴 오디세우스를 알아본다. 그 흉터는 멧돼지를 사냥하며 얻은 흉터이다. 오디세우스가 멧돼지에게 가한 고통, 그리고 멧돼지가 그에게 가한 고통이 나중에 오디세우스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표식이 된 것이다.

 

  이처럼 영웅들은 고통을 통과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다. 즉, 고통은 영웅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조금 불편해지는 지점은 그 과정에서 고통이 사회에 흩뿌려진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영웅들은 고통을 통한 영광이라는 레슨의 대가를 타인의 목숨으로 바치고 있다. 아킬레우스에게 그것은 그리스인들과 트로이인들 모두의 목숨에 더하여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목숨을 의미했다. 마찬가지로 오디세우스의 영광을 위해서도 부하들과 구혼자들의 목숨이 요구된다.

 

  호메로스도 작중 한 인물을 통해 이를 지적하고 있다.

 

"친구들아, 그자는 아카이아인들에게 실로 엄청난 일을 획책했다.

그자는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도 배들에 태워 데리고 가더니,

속이 빈 배들도 잃어버리고, 백성들도 다 잃어버렸지.

그리고 이제는 돌아와서 케팔레니아 인들 중에서도 아득히 뛰어난 사람들을

쳐 죽였다."

오뒷세이아 24.426-430

 

 

 

  영웅들의 이름에 새겨진 것은 그들의 영광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이름이 영광을 밝게 타오르기 위해 겪어야 했던 자신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이 함께 새겨져 있다. 우리는 후자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호메로스. (2023). 오뒷세이아 (이준석 역). 아카넷.
• Dimock, G. E. (1956). The name of Odysseus. The Hudson Review, 9, 52.
• Kanavou, N. (2017). The names of Homeric heroes: Problems and interpretations. De Gruyter.
• Nagy, G. (1998). The best of the Achaeans: Concepts of the hero in archaic greek Poetry (Revised ed.).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관련글

 

아킬레우스의 이름은 무슨 뜻일까?

오디세이아에서 퀴클롭스 에피소드의 의미

헤라클레스는 왜 헤라클레스일까?

오디세우스의 리더십에 대해 알아보자.

오디세이 등장인물들의 이름 뜻을 알아보자

 

그리스 신화와 종교

 

# 오디세이아

 

오디세우스: "아 여신님 아무리 적이라지만 이건 좀;;"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떠돈 이유는 뭘까?

불경죄로 신에게 죽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1)

오디세이아 원작에서 헬레네의 역할은 뭘까?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오디세우스 부부

아가멤논은 왜 아내에게 살해당했을까?(feat.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는 죄책감을 가졌을까?

 

 

# 트로이 전쟁

 

트로이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그리스인들은 트로이를 적으로 생각했을까?

난민이 건설한 제국이 있다? 로마의 기원 트로이

조상님 바꿔주는 시인들 - 트로이혈통 로마와 프랑스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게 뺏은 브리세이스와 했을까?

헬레네는 왜 메넬라오스와 결혼했을까?

헬레네가 불륜에도 살아남은 이유

??? : 내가 불륜해서... 그리스가 구원받은 것 아님?

 

 

#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 vs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는 세례를 받았을까?

아킬레우스는 3000년간 서구의 롤모델이었나?

아킬레우스는 정말 무적이었을까?

아킬레우스 찍먹을 후회하는 테티스

제우스는 왜 테티스의 부탁을 들어줬을까?

아킬레우스는 여자 때문에 전쟁을 때려친걸까?

 

 

# 그리스 종교

 

그리스 신들은 서로 겹치는 영역이 왜이리 많을까?

다신교 사회의 피곤함 - 대체 어느 신이십니까?

????? : "신은 가짜고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정복자 디오니소스

영혼의 구원자, 해방자 디오니소스

THIS IS SPARTA!!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

예수 그리스도 vs 디오니소스

헤라클레스와 예수 그리스도

"아내가 기독교에 빠졌는데 어떡하죠 ㅠ"

아르테미스는 왜 그리 여자들을 죽여댔을까?

아르테미스는 왜 그렇게 잔인했을까?

 

 

# 기타

 

오이디푸스는 왜 자신의 눈을 찔렀을까?

판도라의 항아리에는 왜 '희망'이 있었을까?

못생기면 쫓아내는 도시 ㅠㅠ.manwha

밥 안줬다고 다 죽여버린 제우스를 이해하기

그리스와 근동의 “하늘의 왕권” 신화

아레스는 트라키아 기원이었을까? 그리스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되는 이유

이차돈의 우유빛 피는 고지혈증 때문 ㄷㄷ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죽이면 효도일까 패륜일까?

로마인들이 좋아했던 헥토르

?? ??? : "헬레네의 정체는 여신이야!"

 

 

 

 

ㅊㅊ-https://www.fmkorea.com/10324784636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라운드랩X더쿠💙 강력한 수분 락킹! 💦 NEW ‘자작나무 수분 드롭 세럼’ 체험 이벤트 418 09.07 59,215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 07.13 1,005,20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26.08.30 아이디 판매 유도관련 추가) 24.04.09 14,038,78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444,24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60812 기사뉴스 저작권법 침해 강력 제재] 20.04.29 37,653,60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324,58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3 21.08.23 8,740,60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649,11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56 20.05.17 8,869,47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5 20.04.30 8,747,9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타회원 글/댓글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95,66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56627 이슈 인피니트 성규가 생각하는 최악의 이별은? (잠수이별 vs 환승이별) 1 03:32 127
3156626 이슈 [블리즈컨 2026] 디아블로5 발표 3 03:29 153
3156625 이슈 AI 최신 모델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해에 도달하고 있는듯한 오픈AI와 엔트로픽 1 03:22 380
3156624 이슈 [블리즈컨 2026] 스타크래프트 신작 트레일러 8 02:56 449
3156623 이슈 과거로 돌아가 시작을 바꿀 순 없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다시 시작해서 결말을 바꿀 수는 있다. jpg 20 02:45 1,387
3156622 이슈 냅다 다리찢기 냅다 드러눕기 02:34 408
3156621 이슈 명화가 되어버린 허스키 2 02:32 627
3156620 유머 이상이 인스타에 댓글 남긴 김고은 52 02:32 4,325
3156619 이슈 내년 2월, 데뷔 17년 만에 체조에 입성하게 된 씨엔블루 소감.x 6 02:32 554
3156618 이슈 지효 버전 왓이즈럽 댄서들 육체미대소동 1 02:25 960
3156617 이슈 [재정합니다] 14년만에 최초 공개하는 ‘슈퍼스타K' 뒷이야기 02:21 453
3156616 이슈 야외 큰무대 특화된 가창력 * 이찬원 * 나의 오랜 여행 & 울산 아리랑 <불후의 명곡 울산 페스티벌> 02:21 98
3156615 이슈 베니스 영화제 폐막식 볼사람~~(가능한사랑 이창동감독 참석) 10 02:07 1,648
3156614 이슈 엔믹스 해원 건강 상태 관련 안내 및 스케줄 안내 9 02:03 3,117
3156613 유머 엉덩이가 탐스러운 감자떡 개구리 🐸 11 01:52 1,221
3156612 유머 듣기만 해도 어이없는 그시절 승무원 똥군기 ㅋㅋㅋㅋ 20 01:48 3,094
3156611 이슈 9년전 오늘 발매된, 여자친구 "여름비" 3 01:44 165
3156610 이슈 곤히 잠든 고양이를 한 대 때릴때마다 10억! 15 01:41 2,085
3156609 유머 안경이 어떻게 돼먹은 거임 4 01:39 1,207
3156608 이슈 지금은 거의 사라져서 아쉬운 프랜차이즈 부페 식당.jpg 47 01:36 6,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