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2027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역대급 세수에 기반해 총수입은 전년도 본예산 675.2조원보다 205.6조원 증가했고, 총지출은 820.9조원으로 전년도보다 93.0조원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예산안 편성의 전 과정을 온전히 주관한 첫 예산으로, 적극적 재정을 통한 담대한 투자와 의무지출 개혁, 「적극재정-경제성장 선순환」 구조의 안착을 통해 미래 세대에 희망을 주는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글에서는 2027년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보다 큰 틀에서 우려되는 부분과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을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2027년 예산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래대응기금의 신설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초과세수, 추가세수, 세계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조성해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기금이다. 정부는 2027년에만 무려 162.3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 가운데 45.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기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과 사업 내용 모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 재정체계 및 지방재정과의 관계를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 (미래대응기금의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두 번째로, 기금 5개와 특별회계 2개를 신설해 재정의 칸막이를 확대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특별회계와 기금은 특정 사업이나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다. 그러나 특별회계와 기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재정 운용의 탄력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더욱이 기존 일반회계나 특별회계·기금에서 수행할 수 있는 유사한 성격의 사업을 위해 별도의 재정 칸막이를 추가하는 것은 정부 재정 운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세 번째로, ‘지방우대 및 지방정부 자율성 제고’를 2027년 재정운용의 주요 방향으로 제시한 데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방우대와 자율성 제고에 투입되는 재원의 상당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돌아가야 할 보통교부세 증가분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절감분에서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재원을 중앙정부가 가져간 뒤 다시 특정한 방식으로 배분하는 체계를 두고 ‘지방우대’와 ‘자율성 제고’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네 번째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정부는 의무지출을 포함해 저성과·비효율 사업을 과감하게 감축·폐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출구조조정 규모에 지방교부세 감소분 30.5조원을 포함한 것은 ‘옥의 티’다.
과거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지출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어떤 사업을 줄이고 어떤 분야에 재원을 재배분했는지 지출구조조정의 세부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정부 재정운용의 방향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부 사업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시설물에 대한 과잉투자도 우려된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각종 시설물의 유지·관리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정부는 1.5조원을 투입해 90개소의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부터 추진된 생활SOC 사업과 2022년 시작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시설 건립 중심 운용에 이어 또 하나의 SOC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9월 2일 2027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부가 발표한 내용보다 훨씬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예산안은 단순한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다음 연도 정부가 어디에 재정을 투입하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책문서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의 전 과정을 온전히 주관한 첫 번째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가 내세운 재정운용 방향과 실제 예산 배분이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 방향과 내용이 적절한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장)
출처: https://narasallim.net/view3/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