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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어센틱(한로로 송소희 등 소속사) 새 걸밴드 '아이우에오' 티저 글 (feat. 한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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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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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authenticgirlband/224390826954

 

Written by 한로로

아아아-

이렇게 아플 수 있나?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요. 오늘은 진짜 못할 것 같아요. 다음에는 무조건 뽑을게요. 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 드릴게요. 지금은 진짜 안 돼요. 못해요, 진짜!"

 

새하얀 조명 아래, 홀로 파랗게 질려버린 소녀가 수술대에 누운 지는 어언 삼십 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손에 쥔 치과 마스코트 인형의 배에 자수로 새겨진 세 글자 '어센틱'은 땀으로 뒤덮인 두 손바닥 덕분에 들개가 핥은 것마냥 축축해진 지 오래였다.

소녀가 도망치듯 멋대로 미룬 수술은 이번이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을 것이다. 소녀의 충동적 회피는 의사의 두통을 유발하는 데에 독보적인 도움을 제공해 왔다. 수술을 진행하려는 자, 수술을 취소하려는 자. 오늘도 이 두 인간 사이에는 분침 소리에 맞춰 팽팽한 긴장감이 오갈 뿐이었다. 어김없이 지끈거리는 머리에 한숨을 푹 내쉰 의사의 하관은 늘 수술용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는데, 소녀는 그 마스크가 한 번씩 크게 움직일 때마다 함께 움찔거렸다.

의사는 소녀에게 언제나 차갑게 굴었다. 그의 눈빛도, 목소리도, 심지어 네모난 무테 안경마저 수술실 공기보다 서늘했다. 소녀는 치과에 들어설 때마다, 발치를 처참히 실패하고 돌아설 때마다 풀이 잔뜩 죽어서는 걸음을 옮겨 다녔다. 본인이 용기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기껏 다진 마음을 모조리 얼려버리는 의사의 냉혈한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만, 이는 누가 봐도 한심하고 비겁한 남 탓이라는 것 또한 인지한 상태였다.

 

"뭐가 그렇게 두려워요? 겨우 충치 하나예요. 환자분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오 분 만에 뽑고 가요."

"그치만 두려움이라는 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감정..."

 

말을 뱉으면서도 말이 안 된다 느껴지는 변명을 줄줄 늘어놓던 소녀는 결국 온점을 찍지 못하고 충치를 숨기듯 입을 다물었다. 소녀는 본인 때문에 쌓인 의사의 분노가 얼마큼인지 대략 알고 있었다. 이 추측은 소녀의 마음까지도 복잡하게 만들었다. 충치가 본인의 치부처럼 느껴져 의사의 눈치를 살피다 괜히 인형의 머리 부분을 콱 움켜쥐었다. 충치 이까짓 거 눈 한 번 딱 감고 뽑으면 그만이잖아! 심지어 마취 주사도 맞았잖아! 지금 이 순간 소녀가 일 순위로 발치하고픈 건 충치가 아니었다. 마음속 깊이 뿌리 내려 꼼짝도 않는 '두려움'이었다. 소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는 척할 확률이 높을 것) 의사는 '오늘만큼은 기필코 당신의 수술을 집도하겠다!'의 태도를 몸소 보여 주려는 듯 수술용 장갑에 손을 끼웠다.

 

'신이 있다 믿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오오- 신이시여. 어떻게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발톱까지 발발 떨던 소녀는 문득 본인이 이렇게까지 두려워하는 게 대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다른 궤도에 놓인 생각을 머릿속에 서둘러 입력하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서버 다운돼 그대로 기절해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시야를 벗어난 곳에서 들리는 무시무시한 석션 소리? 영원히 내 것일 줄 알았던 이 하나가 충치였음을 확인사살 당할 때의 창피함? 충치가 강제로 뽑혀 나갈 때 느껴질 허무함? 같이 딸려오는 물리적인 고통? 뽑자마자 솟구쳐 나올 피? 그 피를 잘못 삼켰을 때의 헛구역질? 비릿함? 아니, 잠깐만. 내가 이렇게까지 겁쟁이라고? 말도 안 돼!'

 

소녀는 고작 이 하나 뽑는 데에 이토록 많은 후보의 두려움이 쏟아지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억울함으로 시작된 감정이 한심함에 도달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소녀는 수술이 시행되기 전부터 울어버리는 겁쟁이 환자로 낙인 찍히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스멀스멀 눈알을 비집고 나오지 않게끔 눈을 감았지만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렸다. 소녀의 눈물은 사이좋게 양쪽 눈꼬리를 타고 흘러 두 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지금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을 의사가 웃음을 참고 있을 상상을 하니 그냥 기절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후회가 온몸을 휘감았다. 불가피하게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서라도 이 커다란 수치심을 잠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 두려워해야만 하는 이유? 미래를 알 수 없어서? 충치 하나 뽑다가 운 안 좋게 죽을 수 있어서? 사람 일은 진짜 모르는 거니까. 미지의 끝엔 결국 두려움밖에 없는 건가? 인간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늘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거야? 설렘. 재미. 흥분. 두근댐. 용기. 연대. 희망. 사랑. 이런 감정들은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건데?'

 

소녀의 삶은 언제나 미지의 것들로 가득했다. 키가 자랄수록 마주하는 세상 속 퀘스트들은 줄어들 틈이 없었고, 하나를 해치우는 도중에도 다음 퀘스트가 무엇일지 미리 걱정했다. 몸과 마음을 챙길 틈도 없이 바삐 움직여야 겨우 레벨 업이 가능한 세상은 안타깝게도 여기 이 의사만큼 차가웠다. 세상은 애써 웃어보려는 소녀에게 우는 법을 가르쳤고, 싸우기 싫은 소녀에게 주먹질을 가르쳤다. 투박한 날들을 지나온 소녀는 어느 순간 세상이 작동하는 톱니바퀴에 맞춰 돌아가는 본인을 발견했고, 지쳐 갔고, 외로워졌다.

 

'다음 퀘스트를 함께 깨뜨릴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꿈이 많던 소녀가 성장하며 여러 꿈을 놓쳐야 했던 순간들에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꿈이 있었다. 소녀는 본인의 곁을 함께해 줄 누군가를 줄곧 꿈꿔왔다. 충치만큼 썩어 문드러진 가슴을 같이 아파하다, 같이 별게 아님을 깨닫고, 같이 웃으며 털어버리고, 같이 또 한 번 걷다, 같이 퓨어한 꿈을 꾸는 누군가. 그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의사의 마스크 뒤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세상의 가르침에 거세게 반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녀는 눈을 떴다. 매서운 속도로 뚫고 들어오는 쇳소리가 눈물로 촉촉해진 귀를 배려 없이 강타해 올 때쯤이었다. 일렁이는 시야에 들어온 조명은 의사의 머리통에 가려지기 일쑤였고, 그의 무서운 얼굴은 역광으로 인해 다행히 잘 보이지 않았다. 치과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향이 더욱 짙어지자 오랜 시간 벌리고 있던 턱이 이제는 한계라는 듯 서서히 아려 왔다. 소녀는 입안에 고인 침을 어떻게든 삼키려 노력했다. 발치에 집중한 의사의 두 눈을 집요하게 쫓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듣기 거북한 기계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둘밖에 없는 고요한 수술실이 소녀에게는 홀로 남겨진 세상처럼 느껴졌다. 소녀는 또다시 불안해졌다. 앞선 생각들보다 훨씬 가벼운 무게의 생각이 필요했다. 이 순간에 어울리지 않을, 아주 뜬금 없는 단어만이 소녀의 쿵쿵거리는 심장을 잠재울 수 있는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녀의 머릿속에서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단어라 함은...

 

"... 아이우에오! 아이우에오? 아이우에오..."

 

'아이우에오'는 소녀가 며칠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일본어. 그중에서도 히라가나의 기본형으로 알려진 다섯 음절이었다. 아이우에오는 첫 만남부터 소녀에게 묘한 감상을 선물했다. 발음하려면 사방으로 한껏 찢어야 하는 입 모양이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엽다는 생각과 동시에 본격적인 도전을 위한 발돋움, 무언가에 뛰어들기 직전 몸과 마음을 스트레칭하는 행위 같다고 느껴졌다. '아리가토'를 발음하기 위해서는 '아이아오'를 발음하는 법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처럼.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꿈을 품고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처럼.

아이우에오는 잔뜩 굳어있던 소녀의 턱과 마음을 의사 몰래 뭉근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평소만큼 제대로 발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소녀는 아랑곳 않고 열심히 꿍얼거렸다.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혀의 옆면으로 피의 비린 맛이 퍼지고 시작했음을 인지한 소녀는 이제는 정말 수술실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후략)

 

https://www.instagram.com/p/Dcf1xkLk8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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