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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텍사스를 다시 파랗게, 기독교 기반 민주당 상원 후보 탈라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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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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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png 텍사스를 다시 파랗게, 민주당 상원 후보 탈라리코

 

텍사스는 모두가 알다시피 공화당의 든든한 표밭임. 가끔 IT 관련 인력들이 텍사스에 유입되서 텍사스가 진보화 된다는 말이 많은데, 미국 민주당 주의 진보적인 분위기를 싫어해서 텍사스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무조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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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상원을 되찾기 위해서 공략할 주들을 선정했는 데, 알래스카, 메인, 노스 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을 지목했지만 이 목록에서 텍사스는 빠짐. 왜 일까?

 

앞에서 언급한 주들은 민주당 기반이 좀 남아있거나(알래스카-원주민, 오하이오-노동자), 훌륭한 후보가 존재하거나(노스 캐롤라이나-전직 주지사 출마, 알래스카-원주민 출신), 민주당 성향이 강한곳(메인-1988년이 공화당이 이긴 마지막 대통령 선거)임. 하지만 텍사스는 다름.

 

텍사스에는 9,000개의 투표구(precinct, 미국에서 선거 관리를 위한 가장 작은 행정 단위)가 있는데, 이중에서 민주당 책임자이 없는 곳이 60%가 넘음. 다시 말해서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민주당은 선거운동을 책임질 사람이 없음. 그 정도로 텍사스에선 민주당의 영향력이 불안함. 공화당의 남부 전략으로 완전히 기반이 붕괴한 남부 민주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줌.

 

게다가 텍사스는 선거 운동을 하려면 자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함. 미국에서 대한민국 7배 되는 크기에 인구도 3,000만명이 넘음. 이런곳에서 선거 광고를 때리고, 유권자 미팅을 가지고, 선거 운동원들에게 급료주고 할려면 정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함. 미국 민주당은 2018년과 2024년에 주에서 인지도가 있는 베토 오루크와 콜린 올레드를 지원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의 거금을 냈지만 훌륭한 선거 운동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쉬운 격차로 석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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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8년에 베토 오루크는 테드 크루즈를 상대로 격차를 2.1%까지 좁히면서 선전했지만 중과부적으로 패배)
 

당연하겠지만, 공화당도 민주당의 이런 텍사스 공략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순순히 뺏기려 하지 않음. 선거 막판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텍사스의 부유한 석유 기업들의 후원 덕분에 민주당 지지율은 40% 중반대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음.

 

이런점을 볼때 텍사스는 민주당에게 있어서 계륵이라고 할 수 있음. 텍사스는 미국에서 꾸준히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주로 선거인단이 40명이나 되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공화당에게 자금력도 밀리는데 주에서 기반도 딸림.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증가하는 선거인단과 적은 차이로 패배하는 가능성으로 인해 너무나도 아까움. 조금만 더 얻으면 되는데 그 조금이 안됨.

 

올해 모금액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는데, 한정된 자원으로 경쟁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드는 텍사스 보다는 차라리 가능성이 더 높은 주들에 몰아주는게 더 합리적임. 보수적인 후보에게도 공감을 받을 만한 진보적인 후보가 없을까?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텍사스에 자금을 배정했다가 아쉽게 지고 다른 지역 상원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치면? 

 

혹자는 중도적인 후보를 뽑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음. 기성 주류 세력에 반감이 큰 민주당 지지층들이 중도 후보에게 열광할 지 의문인데다, 중도 보수층 입장에서도 굳이 애매한 중도좌파 후보보다 공화당을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 베토 오루크는 진보적이었지만, 텍사스에서 이미지가 좋고 인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공화당의 벽을 넘지 못함. 민주당 입장에서는 보수층에게 어필이 가능한 강력한 진보후보가 필요한데, 이게 양극화된 미국에서는 쉽지 않음. 그래서 낙담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함.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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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화당의 상황부터 설명하자면, 원래라면 이 선거에서 나왔어야 될 공화당 후보는 경력이 20년이 넘는 베테랑 정치인 존 코닌이었어야 했음. 

 

코닌은 2002년에 연방 상원 의원이 된 이후로 공화당 상원 원내 총무까지 지내면서 매코널의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한 후보였음. 보수적인 정치인이지만 강경파는 아니었기 때문에 민주당과 함께 초당적인 총기 규제안을 주도하고 히스패닉을 위한 스페인어 선거 광고를 낼 정도로 온건한 모습도 보여온 정치인임. 때문에 만약 코닌이 상원 의원 후보 였다면, 오늘 소개할 탈라리코는 승리할 가능성이 엄청 적었을거임. 

 

민주당이 이길려면 비트럼프 성향의 중도 공화당 지지층을 공략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들을 집단속할 수 있는 후보가 코닌이었기 때문. 그래서, 공화당 지도부들은 자신들과 친분이 있고 승리 가능성이 높은 코닌을 지지함. 하지만 백악관의 한 인간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이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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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충성심을 제일로 치는 트럼프에게는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음. 무조건 의원들이 자기 말에 복종하기 원하는 트럼프는 초당적 협력을 하기도 하는 코닌이 눈앳가시였음. 코닌은 2020년에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으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고 선거 결과에 인증했으며, 2023년에는 "트럼프의 시대는 지나갔다(Trump's time has passed him by)"라는 말을 하면서, 트럼프의 유권자 확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음. 당연히 트럼프는 이걸 잊지 않았고 복수를 다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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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코닌이 떨어지게 된 계기를 알려면 '유권자 확인 강화법(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Act)' 줄여서 Save Act 라는 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알아봐야됨. 트럼프는 비시민권자와 불법 이민자가 투표를 해서 선거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서류로 미국 시민권자임을 증명할 것을 의무화 하는 법안임.

 

하지만, 이 법안은 반대측에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킴. 우리는 잘 공감이 안될 수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주민등록증 같이 국가가 공인한 신분증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여권같은 걸 써야하는데, 미국에서는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많음. 또 이 법에 따르면 출생증명서나 여권 같은 시민권 증명 서류를 직접 본인이 제출해야 하는데(미국은 선거 전에 선거인으로 등록해야만 투표가 가능함), 결혼을 하면 성을 바꾸는 여성들은 출생증명서와 현재 신분증(운전면허증 등)에 적힌 성이 다름. 당연히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법안에는 없음. 가난한 계층이 많은 흑인이나 성을 바꾼 여성들에게 불리한 법안이 될 수밖에 없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민주당 지지층임. 당연하게도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발동시켜서 저항중이고.

 

필리버스터는 상원 100명 중에 60명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안이 통과가 안됨. 공화당의 총 의석은 53석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작정하고 틀어 막으면 방법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핵옵션 발동을 요구함.

 

여기서 핵옵션이 뭐냐고 할 수 있는데, 60명 동의 규칙은 헌법에 명시되있는게 아니라 상원에서 만든 규칙임. 따라서, 공화당이 이러한 규칙을 손보면 법안을 통과할 수 있고 트럼프도 이걸 노렸음.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는 반대함. 이렇게 되면 만약 자신들이 소수당이 되었을 때 민주당을 견제할 방법이 없어진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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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코닌, 오른쪽이 팩스턴)

 

이 때 존재감을 드러낸게 팩스턴이었음. 팩스턴은 공화당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로 코닌에게 도전하고 있었는데, 트럼프가 원하는게 필리버스터 폐지라는 것을 알고 핵옵션 발동을 공약으로 내세움. 이 발언은 당연히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이었고, 트럼프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팩스턴을 지지함. 

 

이는 코닌에게 치명적이었음. 올해 3월 초에 치뤄진 공화당 내부 경선에서 코닌은 42%로 팩스턴(40%)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는 데, 공화당원 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강한 트럼프가 팩스턴을 지지하자 표심이 그에게로 쏠리기 시작한것. 당연히 공화당 지도부는 미친듯이 뜯어말렸지만 트럼프는 생깜.

 

결국 코닌은 트럼프 파워를 이기지 못하고 경선에서 낙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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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팩스턴의 경쟁력이 코닌보다 떨어진다는 점임.

 

켄 팩스턴은 텍사스주 법무장관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5년,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지만, 배상금 지급과 사회봉사, 윤리 교육 등의 조건을 수용한 뒤 사건이 종결된 사례가 있음. 더 심각한 건 2023년에 텍사스 의회, 그것도 공화당의 주도로 그를 탄핵했다는 사실이 있다는 거임. 공권력 남용, 뇌물 수수, 허위 재산 신고, 내부 고발자 보복 등의 혐의 외에도 정치 후원자인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가 있는 등 자기 당에게 탄핵당할 정도로 도덕성에 논란이 많음.

 

게다가 탄핵 과정에서 그가 다른 여성과 혼외 관계가 있었고, 문제의 부동산 개발업자가 채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남. 독실한 기독교 보수주의자 이미지를 강조하던 복음주의 신자인 팩스턴에게는 타격일 수 밖에 없음.

 

게다가 이번에 팩스턴의 상대로 나선 후보는 '제임스 탈라리코'라는 후보인데 이러한 팩스턴과는 완벽한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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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리코는 공립학교 교사 출신으로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과정을 다니고 있던 주 하원의원이었는데 이번에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됨.

 

탈라리코는 진보적인 후보이지만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특이한 정치인임. 미국과 한국에서는 보통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정치인은 보수 정당에 소속된 경우가 많고, 진보쪽에 있는 정치인들이 기독교적인 메세지를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음. 탈라리코는 기독교 색체의 메세지로 친트럼프 기독교인들의 위선을 지적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함.

 

https://youtu.be/hyzpBky9BqQ?si=hnNHsYwiLTUGWWa3 

 

대표적인 예시인데, 당시 텍사스에서는 모든 공립학교에 십계명 액자를 의무적으로 각 교실마다 게시할 것을 명시하는 법안으로 논란이 많았음. 탈라리코는 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공화당 의원에게 질문을 던짐.

 

"십계명의 네 번째 계명이 뭡니까?"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앞에 있던 서류를 뒤지던 공화당 의원이 "안식일을.. 어.."하며 더듬거리자, 탈라리코는 그의 말을 이어서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거죠?"라고 다시 물음. 공화당 의원이 그렇다고 하자, 이번에는 "유대인들의 안식일이 언제죠?"라고 다시 물음.

 

공화당 의원이 "토요일입니다"라고 대답하자, 탈라리코는 "오늘은 무슨 요일이죠?"라고 다시 물음.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 없게 들린다는 것을 아는 의원은 "토요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있죠"라고 말함. 성경에 따르면 안식일을 지킨다는 건 그날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임. 독실한 유대인들은 자동차를 타지 않고, 요리도 하지 않는데, 불=노동'을 의미하기 때문임. 걷는 거리도 약 900m로 제한할 정도.

 

물론 이들은 기독교인이지 유대교인이 아니었지만, 탈라리코는 다시 물음. "기독교의 안식일은 무슨 요일이죠?" 이번에는 바로 답이 나왔음.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일요일입니다."

 

"그러면 이 법안의 최종 투표일이 언제로 예정되어 있나요?"

 

그 법안은 일요일에 투표를 거쳐 통과될 예정이었음. 탈라리코의 질문에 공화당 의원은 웃으며 "아이러니죠"라며 그 모순을 인정함. 탈라리코는 "그렇다면 우리가 유대교나 기독교의 안식일에 일함으로써 십계명을 어기지 않도록, 의원님의 법안 표결을 연기할 용의가 있으십니까?"라고 다시 물었는데, 그 의원이 그러겠다고 대답하기를 피하자, 탈라리코는 이렇게 말함.

 

"의원님은 본인이 스스로 십계명을 따르는 대신, 사람들에게 따르라고 말하시겠다는 겁니까?"

 

 

탈라리코는 다른 진보적인 의원들이 복음주의자들과 싸울 때 정교 분리나 수정헌법 1조 같이 세속적인 이유를 들지만, 그는 성경을 인용해서 그들을 공격함으로서 보수층에게도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세련되고 전략적인 모습을 보임. 특히나 핵심은 그의 표정에 있는데, 상대의 위선을 지적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음. 이러한 그의 여유로움으로 2023년부터 유튜브 쇼츠 등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함.

 

그는 진보 세력들이 기독교를 배척할 게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를 적극적으로 포용해서 진보의 이념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음. 오히려 민주당이 기독교와 공감대를 더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탈라리코가 기독교를 내세우는 점 때문에 중도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탈라리코의 발언을 보면 결코 중도라고 볼 수가 없음.

 

"기독교 성경에는 경제적 정의(economic justice)가 3,000번이나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기독교 전통의 핵심적인 부분인데도, 기독교 민족주의나 종교 우파 세력에게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겁니다. 모든 교실에 십계명을 붙여놓는 대신, 왜 모든 기업의 이사회실에는 '돈은 모든 악의 뿌리다'라는 말을 붙여놓지 않는 걸까요? 왜 모든 법정에는 '비판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판단하지 말라)'를 붙여놓지 않을까요? 왜 펜타곤(미 국방부) 복도에는 '왼뺨을 치거든 오른뺨도 돌려대라(원수를 사랑하라)'를 붙여놓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뉴욕증권거래소 바닥에는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라는 말을 붙여놓지 않는 걸까요?"

 

탈라리코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이 집중해 온 두 가지 이슈—임신중지(낙태)와 동성애—는 성경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내용이라고 말함. 임신중지 얘기는 성경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고, 예수는 동성애와 관련한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음. 그런데 기독교(그리스도교)를 앞세우는 정치운동이 예수(그리스도)가 언급한 적이 없는 이슈로 싸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 반면 예수가 끊임없이 강조했던 세 가지, 즉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아픈 사람을 돌보고, 이방인을 환영하라는 말은 보수 기독교와 공화당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그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거임.

 

실제로, 공화당은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SNAP)을 제한하고, 학교 무상 급식 프로그램에 반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Medicaid), 공공 의료보험 확대 정책("오바마케어")에 반대하고,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적법한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들도 특별한 이유 없이 내쫓고 있음.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도왔던 사람들에게도 비자를 거부하는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들에게는 특별 비자를 허용해서 미국 이민을 돕는 인종주의적인 모습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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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리코는 성경에 민주당이 갈 길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임.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예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면, 종교를 숨길 것이 아니라 그걸 더욱 크게 부각해서 보수 기독교를 끌어안고 있는 공화당의 위선을 공격하고, 민주당 정책에 대한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그의 생각임.

 

미국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이슈처럼 여겨지는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불법 이민자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탈라리코는 이렇게 설명함. 

 

"미국을 망치고 있는 유일한 소수 집단은 바로 억만장자들입니다. 트랜스젠더도 전체 인구의 1%이고, 무슬림도 1%이며, 불법 체류자도 1%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상위 1%'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트랜스젠더가 우리의 의료 혜택을 빼앗아 가는 게 아닙니다. 무슬림이 우리 학교 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민자들이 자신들과 부자 친구들을 위해 세금을 감면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을 벌이는 건 바로 억만장자들과 그들의 꼭두각시 정치인들입니다."

 

https://youtu.be/i-FvSqPsMkA?si=zIhsBaeDeLxiERNm 

 

진보적인 동북부에 기반한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버몬트주)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 뉴욕주)만큼 억만장자들을 내놓고 공격하는 정치인이 텍사스에서 나왔다는 건 특이한 일이지만, 탈라리코는 샌더스나 AOC와 달리, 자신의 정치가 좌우의 대결로 해석되는 걸 거부함.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분열은 좌우 분열이 아니라, 상위와 하위의 분열입니다. 억만장자들은 우리가 서로를 좌우로 노려보느라 바빠 정작 자신들이 있는 위를 쳐다보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 시민들이 탈라리코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그가 표를 얻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왔다고 믿기 때문. 즉 그에게서 진정성을 본다는 거임. 탈라리코가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보면 납득이 될 거임.

 

11.jpg 텍사스를 다시 파랗게, 민주당 상원 후보 탈라리코

제임스 탈라리코는 1989년에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멀지 않은 작은 도시 라운드록(Round Rock)에서 태어났음. 어머니는 제임스가 태어난 지 7주 만에 제임스의 친아버지를 떠났는데, 그의 알코올 중독과 반복되는 가정폭력 때문이었음. 소형 승용차에 짐을 싣고 떠난 어머니는 자신이 일하던 호텔의 배려로 빈 객실에서 한동안 지냈고, 이후 오스틴 동부의 작은 아파트를 구해서 독립함.

 

그렇게 독립한 제임스의 어머니는 얼마 후 마크 탈라리코(Mark Talarico)라는 남자를 만남. 두 사람은 결혼했고, 마크는 제임스를 아들로 입양함. 제임스가 '탈라리코'라는 성을 쓰게 된 배경임. 제임스는 양부 마크가 매주 토요일 집 앞 잔디를 깎으면서 옆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의 잔디도 말없이 깎았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함.

 

"그렇게 하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냥 하는 봉사였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남자의 행동입니다. 요즘 우리 문화는 젊은이들에게 남을 깎아내리고, 조롱하며, 누르고 지배하는 것이 대단한 일인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는 진정한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탈라리코는 대학에 진학해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그곳에서 학생회에 참여해서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을 하기도 하고, 민주당 대학생 조직에서 활동하기도 했음. 그는 학부를 졸업한 후 3년 동안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 프로그램을 통해 텍사스 샌안토니오 지역에 있는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때 경험했던 일을 자주 이야기함.

 

그는 교사가 된 직후,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저스틴이라는 학생을 담당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초등학교 때 담임 교사를 찌르겠다며 학교에 칼을 갖고 왔다가 강제 전학을 당한 학생이었음. 그 말을 들은 탈라리코는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실제로 만난 저스틴은 그냥 자그마한 11살짜리 소년이었음.

 

"아이를 따로 불러 반갑게 인사하고 알아가고 싶다고 말해주자, 아이는 점차 수업 시간에 손도 잘 들고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스틴은 매우 똑똑하고 영리했으며, 성격도 좋고 미소가 예뻐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이를 교실 점심 모임에 초대하며 유대감을 쌓아갔습니다. 저스틴에게는 남자 선생님이 별로 없었기에, 남자 선생님과 유대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해 겨울 방학 직전 마지막 날, 저스틴은 제게 삐뚤빼뚤하게 포장된 선물을 건넸습니다. 열어보니 '달러 트리(1달러 숍)'에서 산 눈송이 그림이 그려진 컵이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선생님을 찌르겠다던 아이가 6학년 담임에게 눈송이 컵을 선물한 것입니다. 교사로서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겨울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어느 날, 수업 중에 복도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음. 탈라리코가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체육 교사 두 명이 저스틴의 양팔을 붙잡고 학교 밖으로 들어내고 있었음. 아이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교사들이 아이를 번쩍 들어 발이 땅에 닿지도 않은 채 끌려 나갔음. 탈라리코가 알아보니 저스틴이 수업 중 싸움에 휘말렸고, 그것이 마지막 기회(미국에는 삼진아웃 제도를 시행하는 학교들이 있다)였기 때문에 그렇게 끌려 나간 후로는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음.

 

"그때가 제가 저스틴을 본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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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리코는 저스틴이 왜 싸움에 휘말렸는지 알아봤음. 지난 학기 동안 저스틴은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전문 상담사에게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었고, 그 상담사와 마음이 잘 맞아 속에 있던 깊은 상처를 털어놓고 도움을 받았었음. "저스틴은 아주 어릴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었고, 폭력과 여러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였습니다. 상처가 깊었던 아이였지만, 처음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전문가가 생겼고, 자신을 좋아하고 믿어주는 담임 선생님이 생기자 행동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울 방학 기간에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교육청이 이 상담사 자리를 없애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됨. 저스틴에게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시스템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었음. 어머니를 포함해 세상 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던 아이가, 이제 막 다시 믿어보려 했던 어른들에게 또다시 버림받은 셈이었음. 

 

탈라리코는 그 때의 경험이 자신이 훗날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함.

 

문제는 저스틴만이 아니었음. 6학년 학생들 중에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는 빈곤율이 높은 학군에서는 교사들에게 수업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함. 당시 텍사스의 주의회는 공립학교 예산을 54억 달러(약 7조 원)나 삭감한 상태였음. 탈라리코는 빈곤 지역 학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예산 감축 문제를 체험하면서 심한 소모감을 느꼈고, 오래지 않아 교사 생활을 그만두었음.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지쳤기 때문.

 

교사를 그만둔 탈라리코는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해서 1년간 교육 정책을 공부한 후, 지역의 비영리 교육단체에서 일했음. 그러던 2017년 어느 날, 그의 고향 지역구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자, 출마를 결심함. 그는 공화당 텃밭이던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2018년 텍사스 주하원의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

 

그 후 지금까지 네 번의 임기를 수행하면서 그가 꾸준히 강조한 정책은 교육과 관련한 것이었음. 그는 입법 활동을 하면서 옛 제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법이 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했다고 함. 첫 임기 때 학교 내 정신 건강 서비스 확대, 초중고교 자살 예방 프로그램 강화, 금융 문해력·시민 의식·성교육 관련 교육과정 투자를 골자로 하는 종합 법안을 발의함.

 

https://www.tiktok.com/@storiesgeo/video/7443796390662229278?is_from_webapp=1&sender_device=pc 

(탈라리코가 근무하던 Rhodes Middle School이 최하위 순위로 등장)

 

하지만 그는 텍사스주 학생들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 즉 '망가진 경제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아이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 

 

"문제의 핵심은 빈곤이었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불의한 경제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결국 연방 정부입니다."

 

탈라리코는 심각한 빈부격차야말로 "우리가 싸워야 할 본질적인 싸움"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내 제자와 같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함. "교실을 떠나던 마지막 날, 저는 제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비록 몸은 교실에 없더라도 내 남은 평생 매일 너희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지금껏 제가 주 의회 복도에서 해온 일이며, 앞으로 워싱턴 D.C.의 연방 의사당에서 해나갈 일입니다."

 

https://youtu.be/Di0ACC-Er4M?si=LgB5bRAXyJ8ndTIo 

 

탈라리코는 텍사스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방 의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영향 관계는 양방향임. 텍사스에서 민주당 연방 상원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미국 정치에 거대한 충격을 의미하기 때문(민주당 후보가 마지막으로 당선된게 1988년). 게다가 그의 접근법은 민주당의 주류와는 분명 다름. 따라서 탈라리코는 당 조직이나 많은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음. 텍사스 주의회에서는 4년을 일했다고 해도, 연방 정치의 신인인 탈라리코가 이런 도움이 없이 텍사스 공화당에 맞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탈라리코의 인지도를 단번에 전국적으로 높이는 일이 잇따라 일어남. 첫 번째 기회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팟캐스트로 알려진 조 로건(Joe Rogan)의 쇼에 출연하게 된 것. 조 로건이 탈라리코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도 다른 대부분의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위에서 올린 십계명을 교실에 거는 문제로 벌어진 텍사스 주의회 논쟁이 온라인에서 바이럴이 되었기 때문.

 

따라서 자신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탈라리코에게 조 로건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도 텍사스 주 정부가 교실에 십계명을 거는 문제에 대한 그의 의견이었음. 이 질문에 이어서 로건은 성경이나 기독교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던짐.

 

https://youtu.be/_jOGPvMftb8?si=pNd3q9XAvBDz6633 

 

탈라리코는 자기가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성경 해석에 다른 기독교인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 견해를 성경에 근거해 자신 있게 밝힘.

 

"왜 텍사스의 기독교인들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십계명을 걸고 싶어 했느냐"는 질문에 탈라리코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답함. 그는 요즘은 교회에 가면 나이 든 신자들 밖에 오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기독교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함.

 

하지만 종교가 법을 통과시켜서 학생이나 교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율법을 강제로 교실에 쑤셔 넣겠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이 이미 자신들이 죽은 종교임을 인정하는 셈이라는 게 그의 생각임. 더구나 다른 종교를 가진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서 기독교의 십계명을 보고 있으면 '너의 종교는 열등하다', '너는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라는 메시지를 받을 것이 분명함.

 

탈라리코는 더 나아가 밀레니얼이나 젊은 세대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 이유가 보수 기독교가 지난 40~50년 동안 성소수자와 임신 중지 문제에서 예수의 가르침과는 무관한 주장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함. 그 두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은 진보적인데, 보수 교회들은 성경에서 근거를 찾기도 힘든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들을 몰아낸 꼴이 된 셈이라고 주장함.

 

로건은 이 팟캐스트가 끝나고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셔야 겠네"라면서 호감을 표함.

 

두 번째는 CBS의 콜베어 쇼 였음. 미국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가 탈라리코와 대화하기 위해서 초청함. 그런데 뜻 밖의 일이 생김. 

트럼프가 연방통신위원회를 통해 그 방송을 아무 통보없이 송출 취소해버린거임.

 

'동등시간 제공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였지만, 본 선거도 아닌 당내 경선이었고, 뉴스 프로그램도 아닌 오락 프로그램에 그런 원칙을 적용하는 건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고,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탈라리코의 상승세를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받게 되었음. 무엇보다 CBS가 송방송되지 못한 탈라리코 인터뷰를 유튜브에 올려놓자, 사람들은 호기심에 찾아보게 되었고,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됨. 의도하지 않게 탈라리코 홍보를 도와준셈.

 

https://youtu.be/oiTJ7Pz_59A?si=r2yB-3LPAZHpEd7a 

 

과연 그가 이길 수 있을 까? 결과는 아직 모름. 하지만 만약 그가 승리한다면, 미국 정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함. 그는 보수의 전유물이라 여기던 기독교 신앙을 진보적 가치와 결합하면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 

 

그의 승리는 민주당에게 있어서 철옹성 같던 바이블벨트 공략에 대한 희망을, 공화당에게는 자신들의 지지기반에 심대한 타격이 될게 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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