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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출산 이후 과다출혈로 자궁 적출한 산모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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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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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제왕수술을 마치고 6박 7일 입원을 끝내고 조리원에 입성한지 이틀째 날인 8월 13일 오전이었다. 요즘 출산붐이라 임신 12주에 이미 분만병원 조리원 예약이 만료되어 나는 근처 타원 산모를 받아주는 조리원을 예약했다. 첫째 출산도 제왕이었지만 그 때는 조리원을 안가서 조리원 생활이 기대됐다. 난 노산이고 조리원 나가는 다음주부터 바로 일을 시작해야하니 조리원 생활을 만끽하자 벼르고 있었다.



조리원 첫날 조리원에서 제공해 주시는 서비스 마사지를 받고 가장 좋은 마사지 코스를 하겠다 말씀드렸다. 다른 산모들은 2주 조리하는데 나는 9박 10일 조리라 다음날부터 바로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이틀째 되던 날 오전 11시 실장님께 마사지 결제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뭔가 아래에서 후두둑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화장실을 가보니 핏덩이였다. 첫때 때도 출산 한참 후 오로 덩어리가 나온 기억이 있기에 출산 후 나오는 오로라고 생각했다.



마침 구비해놓았던 생리대도 다 쓴 터라 근처 사무실에 있던 남편에게 생리대를 사달라 부탁했다. 급하지 않으니 점심 먹고 와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식탁 의자에 한 장의 산모패드를 깔고 예능을 보는데 피가 나오는 게 심상치 않다. 왜이러지? 화장실을 가는 데 또 후두둑 후두둑 덩어리들이 쏟아진다. 이건 오로가 아닌거 같은데.. 급하게 제미나이를 돌려본다. 보통 출산 후 8일쯤 오로가 나오지만 1시간 내에 패드 1장을 흠뻑 적실 정도면 당장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고 한다.



점심 먹고 있을 남편에게 연락을 해도 될까, 다들 점심 시간인데 괜히 내가 일 만드는 거 아닌가 고민 하려던 차에 다시 후두둑 덩어리들이 쏟아졌다. 안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좀 이상해 피가 너무 많이 나와 빨리 와줘야될 거 같아" 남편은 나 대신 곧바로 조리원장님께 연락해 주셨고 조리원장님은 정말 빠르게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오셔서 화장실에 있는 나를 살펴봐주셨다.



조리원장님은 쏟아지는 피를 보시고 침착하게 조리원 1층에 있는 산부인과를 가자며 속옷을 입혀주시고 나를 부축해 1층 산부인과로 데려가셨다. 신분증도 보호자도 없는 상태에서 조리원장님 찬스로 진료를 보는데 그 순간에도 피가 쏟아져나왔다. 분만의자에 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의사 선생님은 상태를 보시더니 이 곳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며 곧바로 분만병원을 가보라고 하셨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책임소재가 있을 수 있어 치료를 해줄 수 없다 하셨다. 마침 남편이 병원으로 왔다. 남편은 분만병원으로 가는게 좋을 지 바로 큰 병원으로 가는게 좋을 지 여쭤봤는데 개인이 큰 병원에 가면 안 받아주는 경우가 있으니 분만병원을 통해 가라는 힌트를 주셨다.



다행히 조리원 병원과 분만병원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분만병원에 도착해서도 피는 계속 흘렀다. 실내화에는 피가 고여 넘치고 바닥도 점점 피로 물들었다. 담당 원장실 앞에는 진료 대기중인 환자들이 앉아있어 피칠갑인 채로 그 앞에 대기하기가 미안했는데 원장님이 바로 불러주셔서 초음파를 보았고 자궁이 풀렸다며 난감해 하셨다. 그 순간에도 피는 너무 많이 흘러 나는 곧바로 3층 분만실로 올라갔다.



분만실에서 패드를 깔고 자궁수축제와 수혈, 자궁마사지를 시작 했다. 수축제가 듣지 않자 알약으로 된 수축제 3알을 항문으로 넣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원장님은 만일 피가 안 멈추면 대학병원에 가야 하고 아주 만에하나라도 최악의 경우에는 자궁적출을 해야될 수도 있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한두시간 쯤 지났을까. 여전히 패드에는 계속 피가 흘렀고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초음파로 피고임 크기를 다시 한 번 재보던 원장님은 전원해야겠다고 말씀하시고 빨리 대학병원에 연락하라고 하셨다.



그 때부터 시간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간호부장님은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 두 군데에 전화를 하시고 사설 엠뷸런스를 부르셨다. 천안 대학병원에는 산부인과가 순천향대학병원 한군데밖에 없다. 만일 그곳에서 날 받아주지 않으면 난 갈 곳이 없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순천향병원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내가 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나싶다.



분만병원에서 순천향병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엠뷸런스는 정말 빠르게 도착했다. 119구급대가 아니더라도 사설엠뷸런스에 정말 위중한 환자가 실려있을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나는 피를 많이 흘렸을 때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대로 고개를 들지 않고 잠들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응급실에 도착하니 메스꺼워졌고 토할 것만 같았다. 토할것 같다고 하니 간호사님께서 잠시 일으켜세워주셨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 소리도 서서히 사라졌다. 나는 환자로서의 임무가 내 증상을 확실히 알려드리는 것 뿐이라고 생각이 되어 내 증상을 말씀 드린 채로 잠시 기절했다.



응급실에서는 내 목에 관을 뚫어주셨다. 어렴풋이 듣기로는 3mm 가 안되어 1mm로 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저건 무슨 시술일까 저 관으로 자궁을 지혈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응급 대량수혈을 위해 목에중심정맥관을 뚫는 시술이었다. 목에 정맥관을 뚫고 나는 산부인과 담당 교수님이 계신 분만실로 올라갔다. 거기서부터는 분만실에 계신 모든 간호사분들이 달려오신 것 같았다.



분만실에선 의학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펼쳐졌다. 그곳에 계신 모든 분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약이름을 부르며 소리치시고 바늘을 꼽고 주사를 놓으셨다. 어렴풋이 10개가 넘는 약들이 내 팔에 동시다발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약이 한번에 들어갈 수 있구나 신기했다. 수혈도 계속 되었다. 교수님의 또랑또랑한 오더를 나도 알아듣고 싶었는데 의학용어는 한마디도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그런 나와는 달리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모든 제 역할을 해내주신 간호사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난 그저 누워있을 뿐이었다. 응급상황이라는 호기심에 차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으나 사실 그 침대는 나의 생사를 가르는 곳이었단다. 나는 그저 누워있을 뿐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었다. 나를 알던 사람도, 앞으로 알 사람도 아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를, 나를 살릴 이유가 없는 나를 살리기 위해 그 많은 의료진들이 모든 힘을 쏟았다.. 그 숭고한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떤 힘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끌어당겨 주었을까 그것이 내가 중환자실에서 12시간동안 했던 단 한 가지 생각이다.



응급 분만실에서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어 나는 색전술을 받기 위해 오후 5시쯤 수술장으로 들어갔다. 수술 원장님은 수술도 아닌 시술이고 지금 상황이 급하니 설명보다는 시술을 서두르겠다고 하셨다. 사타구니 속에 관을 삽입하고 혈관을 막는 색전술이 시작됐다. 수술은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고 예상대로 수술이 마쳐졌다. 나는 다시 분만실로 올라왔다. 그동안 덩어리로 쏟아지던 피가 색전술을 하고 나니 덩어리 지지 않았다. 색전술의 효과가 나오나보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이미 대량 출혈로 혈액 응고장애가 생겨 더 이상 피가 덩어리 지지 않고 지혈이 되지 않는 상태였단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이다.



자궁색전술의 성공률은 95%가량이고 대부분 색전술로 지혈이 된다는데 나는 출혈이 계속 되었다. 1시간에도 몇번씩 산모패드를 갈았고 출혈양을 알기 위해 산모패드의 무게를 측정하는 간호사선생님들은 무게를 잴 때마다 한숨을 쉬셨다. 출혈 14시간쯤에 이미 10팩째 수혈이 계속되었다. 몸이 붓고 혈관이 잡히지 않아 새벽 당직 간호사 선생님이 힘들게 채혈해 주셨는데 두번이나 검사 실패 결과가 나와 세번째 채혈 오더를 받자 간호사 선생님은 거의 울먹이셨다. 잘 참아왔던 나도 눈물이 났다. 새벽 3시쯤이었을까. 여전히 피를 흘리던 나는 간호사 선생님께 이제 저는 어떻게 하냐고 여쭈었다



간호사선생님은 "그러게요..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데.."라고 하셨다. 이 출혈의 끝은 뭐일까 궁금했다. 피검수치 결과 빈혈 수치는 나쁘지 않으나 적혈구 수치가 계속 떨어져 지혈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열도 계속 났다. 새벽 5시경. 교수님은 어쩔 수 없이 자궁적출을 해야 함을 알려주셨다. 장기는 살리고 싶지만 산모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셨고 나는 자궁은 전혀 상관이 없으니 교수님의 판단대로 하시면 된다고 했다.



차라리 그 다음 스텝이 결정되니 마음이 편했다. 다음 치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넘 감사한 일이다. 수술이 결정이 되고도 교수님의 외래진료와 응급환자, 수술일정 등으로 그 날 오후 3시가 넘어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방으로 옮겨가는 길에 처음으로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남편은 날 보자마자 침착한 얼굴로 이거 엄청 간단한 수술이라며 나를 다독였다. 맹장같은 수술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곧 나이 40인데 저런 애기 같은 위로를 한다고 생각하니 재밌었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남편은 내가 응급실에 실려간 후로 내내 울었나보다. 쏟아지는 피와 잡히지 않는 출혈, 점점 작아지는 확률 계산에서 나의 마지막까지 생각을 했나보다. 내가 없는 세상은 지옥이라며 내가 살아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간절히 빌었다고 했다. 내가 있던 분만실 안에서는 교수님의 위로와 농담에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는데 밖에서는 가족들이 이틀 동안 지옥을 오가고 있었나보다. 그 마음을 모르고 있었던게 미안했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은 얼마전 신병동을 개원하여 시설이 너무 좋았다. 베드에 누워 수술실로 옮겨가는 동안 하얀거탑을 찍는 것 같았다. 수술실도, 수술실에서 대기하고 계시던 의료진들도 멋졌다. 수술 전에는 실수가 없도록 내 인적사항과 수술내용들을 다같이 복명복창(?) 해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28시간 동안 출혈로 나를 괴롭히던 나의 자궁과 이별했다. 그동안 고생했다. 힘들었을텐데 우리 축복이 잘 품어주고 떠나줘서, 그리고 나 살려줘서 고마워. 축복이 잘 키울게!



그렇게 수술을 잘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은 더 좋았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머릿속으로 순천향대학교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쓰고 스레드에 무슨 글을 올릴지 생각했다.ㅎ 새벽에 마취에서 깨 계속 깨어 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께서 남편분이 새벽 내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주셨다. '집에서 편히 쉬지 왜 ㅠ'.. 남편한테 전할 말이 없냐고 하셨는데 '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달라 부탁드릴까 하다가 너무 드라마 찍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일테니..



중환자실에서 14시간쯤 있다가 드디어 일반병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오매불망 나를 기다리던 남편과도 상봉했다. "애기들은 잘 있지? " 조리원에 두고 온 우리 갓난쟁이와 첫째가 생각이 났다. 애기는 시댁에서 집으로 데리고 와 돌봐주고 계시다고 했다. 애기가 별 일 없다니 참 다행이었다. 3일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나와 남편은 짧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20년을 매일 붙어 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날 보는 남편의 표정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가 살아 있는 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었다.



남편은 나에게 보은명단(?)을 보여주며 이 분들에게는 꼭 감사인사를 드리겠다 했다. 나도 중환자실에서 내내 생각한게 그건데 생각한 게 똑같아서 너무 재밌었다. 셋째언니는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했고 둘째 언니는 돌아가신 형부가 날 되돌려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갓 태어난 축복이가 나를 못 가게 붙잡고 있던거라고 했다. 안에 있던 나는 안다. 누가 나를 살린건지 ^^;;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산부인과 김윤숙 교수님, 산부인과 병동 간호사선생님들, 응급실, 중환자실 의료진분들, 대동맥색전술 교수님, 간호통합병동 간호사님, 간호조무사님, 사설응급구조선생님, 연세하임 산부인과 박현정원장님, 연세하임산부인과 3층 분만실 간호사선생님, 혜성산부인과 산후조리원 원장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에 나 부모가 됐다고 자랑하고 싶듯이, 살아남아 이렇게 살았다고, 근데 그게 여러분들 덕분이었다고 외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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