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사자’ 바람이, 끝내 떠났다… 청주동물원서 22년 삶 마감
비좁은 우리에 방치돼 ‘갈비 사자’로 불렸던 수사자 바람이가 끝내 숨을 거뒀다. 열악한 사육 환경을 벗어나 청주동물원에서 새 삶을 시작한 지 3년여 만이다.
청주시는 12일 오전 8시쯤 청주동물원에서 바람이가 폐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폐사 원인은 부검 등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22살의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노환에 따른 자연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 경남 김해의 한 민간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좁은 실내 우리에서 홀로 생활하며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했다.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 알려지면서 ‘갈비 사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자 구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바람이는 국내 민간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았다.
청주동물원은 소유주와 협의를 거쳐 2023년 7월 5일 바람이를 구조했고, 이튿날 청주동물원으로 옮겼다.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아 ‘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주동물원에서 보낸 3년
청주에 온 바람이는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실내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이후 사육사들의 관리와 재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고, 방사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었다. 두 달여 만에 정상 체형을 되찾으면서 구조 당시의 앙상한 모습도 사라졌다.
바람이는 자연형 야생동물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암사자 ‘도도’와 적응 과정을 거쳐 함께 지냈다. 지난해에는 김해에서 태어난 딸 ‘구름이’도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오면서 부녀가 다시 만나기도 했다.
청주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에게 바람이는 대표적인 동물이었다. 방사장에서 쉬거나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관람객이 많았고, 청주동물원 유튜브에는 바람이의 근황을 묻는 댓글도 꾸준히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버틴 22살 수사자
고령인 바람이의 건강은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 6월 17일에는 기력이 떨어지고 먹이 반응이 없어 CT 촬영과 내시경 검사 등을 받았다. 당시 검사에서는 식도 부종과 위염, 복수가 확인됐다. 치료를 받은 뒤엔 다시 먹이를 먹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람이는 또다시 며칠 동안 먹이 활동을 하지 못했고, 전날인 11일 작은 움직임을 보이다 이날 숨을 거뒀다.
불과 보름여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청주동물원 유튜브 콘텐츠 ‘주멘터리’를 통해 바람이의 22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구조일인 7월 5일을 기념해 제작된 영상에는 어린이대공원과 김해 동물원 시절,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온 과정과 최근 생활 모습이 담겼다. 한동안 떨어졌던 식욕을 회복해 먹이를 먹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그것이 시민들에게 공개된 마지막 바람이의 모습이 됐다.
사자의 평균 수명은 10~15년으로, 22살인 바람이는 평균 수명을 크게 넘긴 초고령 사자였다.
청주동물원은 정확한 폐사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과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또 관람객들이 찾아와 바람이를 추모할 수 있도록 동물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추모 공간에 바람이 명패를 걸어놓을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바람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돼 건강을 회복한 대표적인 사례였다”며 “그동안 바람이를 아끼고 응원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구조 동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동물복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신정훈 기자 news1724@chosun.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92612
바람아 그동안 고마웠어 편히 쉬어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