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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상사의 제미나이와 싸웁니다”...사람은 불신, AI는 맹신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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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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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노동자 28% ‘AI 더 신뢰’
AI 결과물 뒷수습에 평균 2시간

 


서울 한 중소기업에서 기획 업무를 하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요즘은 상사가 아니라 상사가 쓰는 인공지능(AI)과 싸운다”고 했다. 김씨가 시장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면, 상사는 이를 구글 AI ‘제미나이’에 넣고 “틀린 부분을 찾아라”고 지시한다. 제미나이가 회사 내부 사정이나 사업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지적을 내놓아도 상사는 ‘보고서가 틀렸다’며 수정을 요구한다고 한다. 김씨는 “결국 원본 자료와 반박 논리를 찾아 ‘당신의 AI가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기존 업무에 AI의 지적에 대응하는 일까지 더해져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했다.

 

사람은 불신하고 AI는 맹신하는 세태(世態)가 확산하면서 AI로 인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커지는 직장 내 신(新)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AI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며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그 반대급부로 AI의 답변을 무결한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커지면서다. 현장 경험에 근거한 인간 직원의 판단은 무시당하는 반면, AI가 내놓는 일반론은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들여지는 ‘역전 현상’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AI가 말한 것처럼 포장하고, 쏟아지는 AI 결과물을 검증하고 고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AI는 무죄추정, 사람은 유죄추정

 

서울의 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박모(31)씨는 상사가 자신의 설명보다 AI 답변을 더 신뢰하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업무는 자신의 판단을 AI에게 대신 말하게 한다. 자신의 논리와 근거를 적은 뒤 AI에 “이 내용을 네 표현으로 다시 설명해 줘”라고 입력하고, AI의 대답을 캡처해 상사에게 보내는 식이다. 박씨가 직접 설명하면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묵살하던 내용도 AI가 말한 것처럼 보이면 상사가 받아들인다고 한다. 박씨는 “수년간 회사에서 일한 내 판단보다 ‘AI의 탈을 쓴 내 의견’을 믿는다는 것이 더 허탈하다”며 “사실상 ‘AI 돌리개’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AI 과잉 의존은 일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 고투(GoTo)가 미국·영국·독일·인도 등 10국 지식 노동자 1250명을 조사해보니, 응답자의 30%는 AI 없이는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28%는 자신의 판단보다 AI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런 의존성은 AI 결과물을 검증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AI 결과물이 품질이 떨어지거나 허위로 의심됨에도 업무에 사용한 비율은 43%, 중요도가 높은 업무에서도 AI 결과물을 항상 검토하지는 않는 비율은 55%에 달했다. AI의 답변을 인간의 판단보다 신뢰하고,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AI가 복잡한 현실을 명료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인간 직원은 조직 내 사정과 예산·인력의 제약, 과거 시행착오와 고객 관계 등을 함께 고려한다. 이 때문에 답변이 복잡하고 단정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반면 AI는 이런 맥락을 알지 못해도 주어진 문서만 보고 몇 초 만에 구조적이고 확신에 찬 결론을 내놓는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오늘날 리더들은 과거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수많은 선택을 내려야 하고, 그 해법으로 AI를 찾고 있다”고 했다.

 

AI가 저지르고, 뒷수습은 사람 몫

 

문제는 AI가 사실상 중립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이용자가 제시한 질문과 전제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는 ‘아첨(sycophancy)’ 성향을 보인다. “틀린 부분을 찾아라”고 하면 억지로라도 지적할 만한 내용을 찾는 식이다. 이런 AI의 답변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서 개개인의 선입견이 객관적인 분석으로 둔갑하고, 편향된 결과물이 조직 내에 범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정확한 AI 결과물의 뒷수습은 결국 다른 직원의 몫이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랩과 인력 교육 업체 베터업 연구진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내용과 맥락이 부족해 받은 사람이 검증하고 다시 작업해야 하는 AI 결과물을 ‘워크슬롭(workslop)’이라고 이름 붙였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저품질 AI 생성물을 뜻하는 ‘AI 슬롭(AI slop)’에 ‘업무(work)’를 결합한 말이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9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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