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정부는 최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했다. 법은 오는 12월 3일 시행된다. 2010년 활동을 끝낸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친일재산 자체뿐 아니라 이미 팔아버린 경우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법무부는 지난 6월 22일 조사위 설립준비단을 출범시켰다.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경우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의 경우 대정친목회를 명백한 친일 단체로 정의한다. 조선 민중을 일제 무단통치에 순응시키기 위한 방안을 연구했고, 1924년에는 한민족 독립 의식 말살과 일제 총독 정치의 지지에 힘을 실었다.안상호가 맡았던 평의원도 일반 회원과 같은 지위가 아니다. 대정친목회의 1921년 조직도의 경우 회장과 부회장, 이사 15명, 평의원 28명, 평의장, 고문을 둔 뒤 일반 회원 250명을 별도로 편성하고 있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은 평의원 등을 간부 직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1927년 김명수가 편찬한 이완용 추모록 ‘일당기사’에는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의 습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은 이완용을 “완쾌할 때까지 날마다 찾아와 진료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외에도 안상호는 일본인 부인과 가정을 꾸린 성공한 의사로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에 ‘일선동화’ 모델의 사례로 꼽혔다. 본인이 직접 언론에 나서 ‘일선동화’ 정책을 직접 지지하고 홍보까지 한 것이다.
안상호는 1918년 12월 10일 자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선 사람과 그리 상종하는 일이 없으므로 불편한 것은 없다”고 했다. 일본인 부인 이소코도 “11년 동안 조선에 있었어도 조선말은 한 마디도 못한다”고 했다.
새 친일재산귀속법의 경우 재산환수 대상이 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범위를 별도로 정하고 있다. 일제강점하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은 사회·문화단체를 통해 내선융화·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한다.
재산의 출처의 경우 러일전쟁 개전(1904년 2월 8일)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포함한다.
하영 가문의 경우 안상호가 법률상 환수 대상자로 인정되고, 안상호가 일제강점기에 취득한 특정 재산이 확인되며, 그 재산이 후손에게 어떻게 이어졌는지가 추적될 경우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오는 12월부터 부활하는 조사위가 안상호를 새 조사 대상으로 삼을지, 그리고 그의 1904년 이후 재산 형성 과정까지 들여다볼지가 관건이다. ‘4대 의사 집안’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시작된 하영의 가족사가 이제 증조부의 반민족행위를 넘어 100여 년 전 재산 형성 과정까지 검증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44/000113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