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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청년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9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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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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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xFBX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던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기탁금 1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스러웠다. 예년보다 4배 오른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과잣값 100원이 올라도 회사가 설명하는데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손 떨리는 금액이었다.” 예비 경선일까지 남은 시간은 3일. 그의 표현대로 ‘한 시간에 14만원, 하루에 333만원’이 드는 셈이었다. 청년 정치인에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일자 민주당이 기탁금을 낮췄지만 예비경선을 통과하는 후보들에 한해 적용되었다. 예비후보에게 주어진 기회는 5분짜리 ‘온라인 연설’ 1회뿐이었다.

정민철 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도 최고위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뒤 곤욕을 치렀다. SNS 채널 20만명 구독자를 둔 ‘정치 인플루언서’로 2001년생 최연소 후보다. 그는 기탁금을 마련하려고 후원금을 모금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개인 계좌를 썼다. “정청래 전 대표는 국회의원 후원회를 통해 하루에 4억4000만원이 들어왔다고 하는 걸 보고 낙심했다.” 정 전 부의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선거 후원회를 개설하기엔 역부족인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수십 년간 국회의원이 쌓아놓은 장벽처럼 느껴졌다”라고 그는 말했다.


민주당 당대표로 출마한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은 짧은 선거 기간에 화제를 모았다. 당권주자로 나선 김민석 전 총리, 송영길 의원,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화염병과 짱돌을 들고 싸우던 686세대는 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입당 후 6개월’이라는 출마 요건을 송영길 의원에게 예외 적용하자 “청년 박지현은 안 되고 686 송영길은 되느냐”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2022년 당시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가 같은 근거로 막힌 바 있다. 김보미 전 의장은 “‘누구 사주 받고 나왔냐’ ‘네가 화염병에 대해 뭘 아냐’ 등의 문자 폭탄이 쏟아져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른 정치인들도 괜히 불똥이 튈까 봐 제 글에 ‘좋아요’도 못 누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진보적 야성 잃고 부자 몸조심 



7월23일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2030 세 후보는 전원 탈락했다. 본선에 오른 후보 11명 모두 1960년대생이다. 현실적으로 자금과 조직을 갖춘 현역의원을 뛰어넘어 원외 정치인이 당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6·3지방선거 이후 줄기차게 ‘청년 민심 챙기기’에 힘을 쏟았던 여당의 행보를 감안하면 의아한 결과다. 당 지도부에 청년 정치인이 있다고 해서 2030 민심을 견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세대의 의견을 전할 통로가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86 운동권 중심의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됐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는 왜 이토록 어려운가. 민주당 청년 정치는 어디에서 발목 잡혀 있나. 〈시사IN〉은 민주당이 처한 위기를 속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예비경선을 전후로 세 후보를 인터뷰했다(7월20일 김형남, 7월23일 정민철, 7월24일 김보미). 아울러 과거 당권에 도전했거나 당 지도부 경험이 있는 청년 정치인들에게 각자 느낀 한계가 무엇인지 물었다. 청년 정치를 둘러싼 기대와 좌절, 냉소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어서다.

청년 정치인에게 부족한 것은 기회인가, 실력인가? 혹은 둘 다일까? 청년 정치의 현실을 짚을수록 민주당이 안고 있는 구조적 위기가 나타났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민주당이 2030에게 외면받는 현실을 매서운 언어로 지적했다.

“민주당은 내로남불, 불공정, 위선 정당이 되었다. 당 지도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누가 적통인지만 따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은 5060의 정당으로 전락했다. 2030은 반 이상이 무당층이다. 탄핵 국면에서 응원봉 들었던 20대 여성들에게 잘한다고 칭찬만 했지, 누가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는지 보라(김보미).”


“1020 사이에서 민주당이 조롱거리가 되었는데 윗세대는 여전히 그걸 이해 못한다. 한국 사회를 진보시켜온 우리를 어떻게 웃음거리로 만드냐며 억울해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검찰개혁만 외칠 뿐 사회 불평등 문제를 사실상 회피한다. 진보적 야성을 잃고 ‘부자 몸조심’하는 정당이 되어버렸다(김형남).”

“현재 극우세력은 국민의힘과 결합해서 온라인상에서 ‘문화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올림픽공원 시위가 불거져도 민주당은 며칠 동안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청년 세대로부터 완전히 도태되고 단절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정민철).”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한 세대교체론은 예비경선 내내 관심을 끌었다. 크고 작은 메시지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운동권 중심’의 민주당 운영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었다. 이른바 ‘86 용퇴론’도 다시 등장했다. 당대표 후보로 나온 고민정 의원과 김보미 전 의장이 이 같은 주장을 선명하게 내놓자, 송영길 의원은 발끈했다. “우리도 ‘3김 청산’을 외쳤지만, 결국 김영삼·김대중이 대통령을 하고 난 다음에 (주류가) 됐다. ‘우리가 젊으니까 3김 물러나주세요’라고 해서 된 게 아니다(7월21일 YTN 라디오).”

86세대 표퓰리즘을 비판하는 책 〈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를 쓴 황두영 작가는 내부의 이질성 혹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점, 자신들이 진보 의제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한 점 등을 86세대 정치의 특징으로 꼽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86세대가 물러나기만 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 세대가 구축해온 정치적 세계관이 많은 비판을 받지만, 여전히 많은 옹호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민주당의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다. 굉장히 낡은 상품을 팔고 있는데 새로운 제품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존의 상품을 팔지 않으면 회사가 망해버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왜 ‘새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까. 컷오프 다음 날 만난 김보미 전 의장은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공정한 절차만 만들어도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이뤄질 거라고 본다. 그러한 변화를 86세대 지도부가 막고 있다. 청년 최고위원제가 부결된 것도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었나.” 그는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실력으로만 밀어내라는 요구는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시혜적으로 몫을 나눠달라는 게 아니다. 경쟁자와 토론하고 당원들 앞에서 연설하고 실력을 검증할 링을 깔아달라는 것이다. 이번 예비경선 과정에서 토론 한번 치르지 못했다. 득표 결과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계파 갈등 구도 속에서 세 청년 후보의 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김형남 전 사무국장은 여러 한계를 느꼈다. 6·3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그는 ‘서울 너무 비싸’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한국의 맘다니’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991년생 뉴욕시장인 조란 맘다니는 미국에서 진보정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 전 사무국장은 “맘다니 뒤에는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라는 탄탄한 조직이 있었다. 수십 년간 축적된 풀뿌리 운동 속에서 뛰어난 개인들이 나타났고, 이것이 시대적 바람과 시너지를 내면서 캠페인이 성공했다. 이러한 고려 없이 우리는 늘 맘다니만 찾는다”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극우 진영과 민주당 지지층 양측의 공세를 받은 정민철 전 부의장은 “홀로 공격을 감당하는 것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청년 정치, 국민의힘이 더 낫다?



제도 도입 시기만 살피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청년 정치에 발빠르게 나섰다. 2012년 처음 청년 비례대표를 선발하며 청년 정치인 등용에 나섰고, 2015년 당 혁신 과정에서 청년 최고위원제가 도입되었다. 당시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이동학 전 청년 최고위원은 “축구에도 유소년 리그가 있듯 정치에도 ‘청년 리그’가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는 선거다. 출마자는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설득하고 논박하는 과정에서 말 그대로 담금질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역량과 자기 세력도 함께 만들어진다. 그래서 선거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제는 그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당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고, 청년 정치인은 그때마다 일회성으로 충원되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당이 위기일 때마다 청년은 불 끄는 소방수처럼 쓰였다”라고 말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2019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청년 대변인에 선발되었고 이듬해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청년 몫 최고위원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민주당에서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직함의 한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당내에서는 나를) 획기적인 이벤트, 이목을 확 끌 수 있는 회심의 카드로 기대하는 것 같았다. 정작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다음 세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반면 보수정당에서는 민주당보다 늦은 2016년 청년 최고위원제를 도입했지만, 중단 없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전당대회 때마다 청년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2021년 김용태, 2023년 장예찬, 2024년 진종오, 2025년 우재준이 차례로 당선되었다. 청년 정치인들이 경쟁을 통해 당 지도부에 진입하는 경로가 민주당에 비해 안착된 것이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김재섭, 김용태 의원 같은 젊은 정치인이 소장파로 자리매김하면서 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계엄이나 탄핵 국면에서도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에 비해 지금 민주당에 (당론과 반대되는) 주장을 펼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은 얼마나 있는가”라고 물었다. 선출직인지 임명직인지에 따라 청년 정치인의 위상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도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젊은 정치인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극심한 내홍이 뒤따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3월 대선 이후 임명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586 용퇴론’ ‘팬덤 정치 청산’ 등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기성 정치권과 연이어 충돌했다.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책임을 지고 3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후 민주당 안에선 청년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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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8일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헌·당규 예외 적용 논란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박지현 그분은 입당한 지 6개월도 안 되었고(···) 25세 여성 청년에게 우리 민주당의 당 지도부 공동비대위원장을 시켜준 게 오히려 특혜가 아닌가. 저는 1998년 민주당에 입당해서 29년 한길을 걸어왔는데 그렇게 비교하는 게 맞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시사IN〉과 통화에서 “당대표 출마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무슨 특혜를 받았다는 건가”라고 반박했다. “당시 비대위원장 자리를 거절하자 이재명 당시 대표와 송영길 의원, 윤호중 의원에게 번갈아가며 전화가 왔다. 윤호중 의원은 차별금지법 같이 (추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재명 대표도 지금 당을 구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는데, 실제로는 ‘얼굴마담’ 역할만 맡길 뿐 그 이상의 것을 하려 하니 찍어 누르려고 했다. 청년을 결코 동료로 보지 않았고, 한계를 많이 느꼈다.”

당시 비대위는 지방선거 공천 혁신을 시도했다. 청년 후보 공천 30% 보장, 성범죄 및 음주운전 적발 이력이 있는 후보의 공천 금지 등을 관철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 반발에 부딪쳤다. 특히 비대위에서도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청년과 비청년 사이에 완전히 갈렸다고 박 전 위원장은 전했다. “전체 비대위원 8명 중 절반이 2030세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민주당의 세대교체가 어려운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들만의 끈끈한 온정주의가 너무 강했다. 능력에 따라 자리를 위임하는 게 아니라 ‘이번에 네 차례가 되었지’ 하며 서로 챙겨주기 바빴다. 그렇게 어영부영 넘어가려는 태도가 패착이었다고 본다.”

당시 비대위에서 실무를 담당한 황두영 작가는 앞서의 책 〈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에서 이렇게 썼다. “디지털 성범죄 척결을 위한 활동으로 유명한 활동가 박지현을 당으로 영입한 건 민주당에 대한 여성들의 실망을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런 노력은 대선에서 꽤 성과를 보였지만 박지현이 당내에 깊이 들어올수록 86의 세계관과 충돌했다. (···) 진짜 문제는 박지현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박지현한테 덴 뒤로 청년 세대를 포섭할 용기와 방법을 완전히 상실한 민주당의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의 문제들은 점차 세대 균열 양상을 띠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이 대표적이다. 연령별로 보면 2030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적극 반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소영·김남희 의원 등이 신중론을 제시했다. 7월14일 홍기원 의원 주도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존치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그 후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동 발의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다음 총선에서 낙천시켜야 한다’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공동 발의자 11명 가운데 절반은 1970년대 이후 출생인 비교적 젊은 의원들이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청년 정치인이 없어서 지금 민주당이 위기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 등 민주당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는 여러 지점이 있다.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젊은 정치인들이 살아남아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했다면 지금처럼 2030이 민주당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기존 질서의 대변인이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남을 수 있는 당의 구조와 문화가 있느냐는 것이다.

간판만 있고 파는 상품이 없다



민주당은 86세대 정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시사IN〉이 만난 청년 정치인들은 이대로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22대 총선에 예비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는 황두영 작가는 여전히 청년 정치가 간판에 불과하다고 짚는다. “국민연금이나 정년 연장처럼 세대 간의 정치적 균열이 가시화될 수 있는 불만은 깔려 있지만, 그것을 자기 의제로 만드는 청년 정치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간판만 있고 상품은 없는 상황에서 간판을 계속 교체해봤자 (유권자들이) 무엇을 살 수 있을지 모호하다.”


청년 정치 스스로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낸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86세대를 밀어내지 못하는 건 결국 실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기성세대를 한번 밀어내지 않았나. 갈라치기라는 나쁜 방식이지만 세대 조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2030의 지지를 받는 의제를 발굴하고 정치적 조직화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내란 이후 정치적 에너지를 86 정치가 선점할 때,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은 여기에 끌려가기만 하지 않았나.”

송영길·우상호·김민석으로 대표되는 86세대 정치인의 등장은 1980년대 운동권이 전국적으로 조직되던 흐름 속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운동의 기반 자체가 크게 약화됐다. 청년 세대를 대변할 대표자 혹은 정치적 담론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하헌기 소장은 “2030 입장에서 마음을 둘 철학 자체가 부재하다”라고 짚는다. “이들이 가치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던지는 사람이 없어서 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청년 정치의 위기라기보다는 그보다 큰 저변의 정치가 망가지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권지웅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 출신으로 2022년 민주당 비대위원을 지낸 청년 정치인이다. 권 전 비대위원은 단순히 청년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정치적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 사회 모순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운동장을 바꿔야 한다. 반값 등록금, 88만원 세대 등이 청년 담론일 때 민주당의 청년 지지율이 높지 않았나. 전세사기 피해자의 70%가 20·30대다. 차별금지법 추진도 젊은 세대의 찬성 비율이 높다. 그런 식으로 사회적 담론이 될 만한 의제를 적극 찾아 나서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걸 청년 정치인 개인에게 내맡기기엔 구조적 장벽이 높다. 민주당은 4050세대 당원의 비중이 높고, 원외 정치인은 후원금과 조직이 부족해 독자적인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결국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게 의존하거나 공천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세 명의 청년 후보가 보여준 한계 역시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86 정치에 기반한 정당이 지금의 방식으로 영원히 갈 수는 없다. 민주당과 청년 정치에 대한 이해가 깊은 한 정치권 인사는 다소 비관적인 어조로 말했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세대교체를 이뤄내지 못하고 기득권 체제를 유지하다가 외부의 충격을 계기로 변화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는가.” 오는 8월17일 민주당 전당대회 최종 결과 역시 이런 전망과 어긋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https://v.daum.net/v/2026081107031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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