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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병도, 진료비도 무료… ‘요양원’이 된 감옥 [탐사기획-노인과 교도소]

무명의 더쿠 | 08-10 | 조회 수 2231

<2회> 요양원이 된 교도소

 

수발 드는 교도관

 

고혈압·당뇨… 입소 때 비로소 병 확인
죗값 다 치르기도 전에 병실로
기저귀 갈고 몸씻기는 일까지 교도관 몫
교도소 ‘돌봄 사각’ 들여다볼 때

 

 

천동성씨 집에서 ‘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관에 들어서자 천씨는 취재팀을 급하게 부엌 식탁으로 안내했다. 곧장 화장실로 되돌아간 천씨는 10분쯤 지나 아내와 함께 나왔다. 집이 엉망이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아내에게 양말을 신기는 손놀림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천씨의 아내는 중증 치매 환자다. 인터뷰가 시작돼도 아내는 남편 옆을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빤히 남편만 쳐다보다 거실로 가 눕기를 반복했다. 천씨는 말하는 중에도 계속 아내 쪽을 살폈다. 아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전에도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다. 천씨는 31년간 충남 천안과 대전에서 교도관으로 일했다. 아내의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정년퇴직을 1년 앞둔 2022년 말 담장 밖으로 나왔다. 퇴직 무렵 그가 순찰하던 사동에는 늙고 병든 수용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일부는 용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까지 찼다. 전날 일을 기억 못 해 같은 방 사람들과 매일 부딪치는 노인 수용자도 있었다.
 
“제가 아내에게 하듯이 ‘잘했어, 잘했어’ 하면서 받아줘야 그나마 따라오지, 그냥 ‘왜 그랬어’ 이런 식으로 대하면 상대도 공격적으로 변해요. 근데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받아줄 리가 없잖아요. 자기들끼리 싸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더군다나 몸이 불편하면 대소변도 받아줘야 하지, 이게 관리가 안 돼요.” 천씨는 교도소를 ‘국립요양원’이라고 불렀다.
 
경기 안양교도소 의료과 문상철 팀장도 “교정시설이 마치 요양원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교도소에서는 몸이 성치 않은 노인 수용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양교도소 의료동 진료실에서 장철수(가명·72)씨가 ‘당뇨족’에 걸린 두 발을 소독하고 있다. 장씨 왼쪽으로는 폐렴 환자가 병상에 누워있다. 안양=유희태 기자

 


72세에 전과 5범으로 복역 중인 장철수(가명)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장씨는 지난해 6월 절도와 무전취식 죄명으로 안양교도소에 입소했다. 그는 의료동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검붉은 액상 소독약을 가득 부은 스테인리스 대야에 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한다. 당뇨로 인해 발이 썩어들어 가는 ‘당뇨족’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취재팀이 마주한 장씨의 발은 형태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발가락부터 발등까지 검게 변했고, 괴사로 수분이 빠지면서 원래 길이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발가락이 쪼그라들었다. 마른 가죽처럼 굳은, 시커먼 살 위로는 간신히 핏기가 돌고 있었다. 소독을 매일 반복하는 것은 살이 썩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였다. 
 
외부 진료진은 당장 발을 잘라야 한다고 권했지만 수술은 이뤄지지 못했다. 인지장애가 있는 장씨가 “(발을) 살려서 나가야겠다”며 거부하고 있어서다. 임시방편으로 소독해도 상처가 아물 새가 없었다. 장씨는 치료받은 것을 금방 잊고 붙여 둔 거즈를 떼버린 채 몸을 씻었다.
 
장씨가 대야에서 발을 빼려 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의료과 간호주사가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간호주사는 장씨처럼 의사소통이 안 돼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이는 노인 수용자를 하루에 한 명꼴로 본다고 전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나이 드신 분 중에 ‘저게 치매인가’ 생각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러나 장씨는 통계상 치매 환자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법무부는 취재팀 질의에 65세 이상 수용자 중 치매 환자가 지난해 말 기준 62명이라고 답했다. 노인 수용자 5701명 중 1.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실시한 치매역학조사 결과 사회의 노인 치매 유병률은 9.25%에 달했다. 8배가 넘는 차이다.
 

 

62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진단조차 못 받은 사람들이 있다. 취재팀이 방문한 또 다른 교도소에서도 치매 수용자들 관리에 대한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울남부교도소 한승철 간호계장은 “노인 수용자가 많다 보니까 경미한 치매 증상이 좀 보인다”며 “중증 치매는 당연히 의료동으로 가겠지만 경미한 치매 증상 같은 경우엔 솔직히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한 시간 뒤에 “배고픈데 밥 언제 나오냐”고 말하거나, 현재 시간을 묻고 5분 뒤에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한 계장은 이들을 두고 “정말 애매한 지점에 있는” 존재라고 했다. 간병 인력이 붙는 의료동으로 보내기도, 일반 사동에 그대로 두기도 곤란하다고 부연했다. 
 
교정시설 안에서 치매 진단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신경과 진료와 인지검사를 수차례 나눠 받아야 하는데 그때마다 수용자를 외부 병원까지 데려갈 계호 인력이 필요하다. 판정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개월이다. 여기에 치매와 정신질환은 증상이 겹치는 대목이 많아 짧은 관찰로는 구분이 어렵다.
 
수용자 다수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의료과 직원들은 노인 수용자 상당수가 사회에서 관리를 받지 못한 탓에 자신에게 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들어온다고 했다. 입소할 때 받는 건강검진에서 비로소 병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안양교도소 문 팀장은 “사회에서 65세는 아직 건강한 축에 속하지만, 교도소에 들어오는 65세는 사회의 80세에 가까운 몸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장씨도 자신이 당뇨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발가락에 생긴 작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염증이 번지면서 조직이 죽어갔다. 당뇨 환자에게 드물지 않은 경로다. 다만 장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교도소에 들어오면서였다. 
 
장씨를 포함해 진료실에 있던 와상 환자(거동이 불편해 누워지내는 환자) 3명은 교도소 안에서는 더 이상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안양교도소는 검찰에 이들의 형집행정지를 건의했고, 이달 10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심사위원회가 열렸다. 
 

그때까지 이들에게 들어가는 모든 의료부담은 교정당국 몫이다. 세 사람 모두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신병 인수를 포기한 상태다. 장씨의 절단 수술과 입원에 드는 돈은 최소 300만원이다. 형집행정지 건의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요양병원을 찾고 구급차로 데려다주는 일까지 법무부가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
 

돌봄의 무게는 고스란히 교도관에게 전가된다. 기저귀를 갈고, 대소변을 받아주고, 몸을 씻기는 일까지 교도관의 업무가 됐다. 현장에서는 “전문 간병 지식 없이 사고 책임까지 떠안아야 해 현재 인력구조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5세 이상 수용자가 2016년에서 지난해 말까지 2배 이상 불어나는 동안 교정시설 의료 인력은 279명에서 408명으로 4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들의 건강을 진료하고 관리하는 의무관은 같은 기간 83명에서 92명으로 10.8%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오히려 94명에서 92명으로 줄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4149865?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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