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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마른 하천 긁어내고, 수십년 방치 우물서 물 퍼…극심한 남부 가뭄[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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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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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무안면에 흐르는 무안천 바닥이 드러나 있다. 최근 무안면사무소는 하천 바닥에 길쭉한 구덩이를 판뒤 지하수를 모아 인근 농경지에 공급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1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무안면에 흐르는 무안천 바닥이 드러나 있다. 최근 무안면사무소는 하천 바닥에 길쭉한 구덩이를 판뒤 지하수를 모아 인근 농경지에 공급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마른 하천이라도 쥐어야 짜야지…” 


10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무안면 모로마을 옆 무안천. 양옆에 농경지를 낀 이 하천은 보름 전 전부터 바싹 말랐다. 하천 바닥을 발로 밟으면 흙먼지가 날릴 정도였다. 최근 무안면사무소는 이곳 하천 바닥에 사람 키를 훌쩍 넘긴 2~3m 깊이의 길쭉한 구덩이를 팠다. 메마른 하천 바닥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를 모아 인근 농경지에 대기 위해서다. 구덩이에 고인 물은 두어 개 관을 통해 하천 둑 너머 마을 양수장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이런 가물막이 형태의 구덩이가 밀양시 무안·초동면에만 13곳이나 있다. 두 지역의 농업용 저수지도 이달 들어 바닥을 드러냈다. 이날 기준 가례·웅동저수지(무안면), 와지저수지(초동면) 저수율은 2.6~4.5%(평년 대비 3.6~6.8%)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가례저수지는 약 7㎞ 떨어진 청도천에서 관로와 펌프 장치로 물을 끌어와 채우고 있다. 지난 5~7일엔 무안·초동면에 산림청 산불진화차 22대까지 동원, 매일 500t 이상의 물을 논밭에 뿌리기도 했다. 

앞서 밀양은 지난 9일부터 농업용수 가뭄 대응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평년 대비 저수율 40% 이하·극심한 가뭄)’ 단계에 진입했다. 이날 저수율도 약 25%로, 평년 대비 34% 정도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자, 궁여지책으로 수십년째 방치된 옛 마을 관정(우물)까지 사용하는 농민도 있었다. 


벼농사를 짓는 문모(70대)씨는 “물에 석회질이 많아 안 쓰던 관정인데, 지금 쓰던 게 말라 어쩔 수 없다”며 “나락이 필 시기여서 물을 계속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몇 킬로 떨어진 하천에서 물 끌어오고, 마른 하천까지 쥐어짜고, 난리도 아니다”며 “40년 농사지으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해지며 농민들 시름이 깊다. 폭염 기세가 한풀 누그러졌지만, 한 달 넘게 끊긴 비 소식에 농업용수가 바닥나고 있다. 정부·지자체는 산불진화차·소방차·급수차를 투입해 논·밭에 물을 뿌리고 하천수를 이용해 저수지를 채우고 있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경남은 18개 시군 중 함양군을 뺀 나머지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비상 단계에 접어들었다. ‘심각’ 단계는 현재까지 경남 3개 시군(밀양·거제·함안)뿐이다. 


‘경계’ 단계인 창원도 평년 기준 저수율이 40.4%로 ‘심각’ 단계를 코앞에 두고 있다. 창원에서 가장 큰 농업용 저수지인 주남저수지도 1970년대 조성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이곳은 유효저수량만 559만t으로, 창원(대산면·동읍)·김해(진영읍)에 있는 축구장 1298개 면적의 농지(927㏊)에 용수를 공급한다. 

주남저수지 물은 하루 최대 1만4000t씩 자연 증발하고 있다고 한다. 40일 가까이 사실상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연일 뙤약볕이 내리쬐면서다. 북창원 관측지점 기준, 지난달 초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 창원은 지난 2일엔 41도까지 치솟았다. 역대 전국 일 최고기온 중 2번째다. 주남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가 지난달 말부터 낙동강 물을 하루 5만~5만5000t씩 끌어와 저수지를 채웠지만, 현재 수위를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다. 하루 농업용수 공급량만 9만~10만t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용수 공급을 이틀·사흘에 한 번씩으로 줄여 물을 아끼면서 40% 안팎을 유지 중”이라면서도 “비가 안 오면 8월 말이 한계”라고 했다. 주남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단감·벼 농사를 짓는 이모(60대)씨는 “2018년 가뭄 때도 이렇게 마르진 않았다”며 “감나무 잎이 말라 고사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4339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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