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의 오랜 지향점은 ‘1가구 1주택’이었다. 다주택자를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상정하고, 규제를 통해 이들의 매물을 무주택자에게 이전시키면 주거 안정이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하지만 자가보유율이 사실상 100%에 육박하는 루마니아의 사례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집주인인 세상은 과연 행복한가?”
‘가난한 평등’에 갇힌 루마니아, 멈춰버린 주거 사다리
루마니아는 2018년 기준 자가보유율 97%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공산 정권이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해 저가로 분양한 결과다. 표면적으로는 주거 불안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임대 시장의 소멸’이라는 거대한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
임대 시장이 사라지자 주거의 유동성이 마비됐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하고 싶어도 머물 임대 주택이 없어 노동 유연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신규 수요가 사라진 건설 시장은 위축됐고, 노후 주택은 관리 주체를 찾지 못한 채 슬럼화되고 있다. 특히 독립을 꿈꾸는 청년 세대가 갈 곳을 잃고 결혼 후에도 부모와 동거를 지속하는 ‘강제된 합가’ 현상은 삶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켰다. 이는 단순히 집의 ‘개수’를 맞추는 정책이 주거의 질과 이동의 자유를 어떻게 훼손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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