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권’ 침해당한 물류 노동자들…폭염에 건강·생계 ‘적신호’

서울 시내에서 배송 중인 쿠팡 배송기사. 연합뉴스
지난 4일 쿠팡 택배기사 2명이 배송 도중 쓰러진 데 이어, 6일에도 송파물류캠프 소속 택배기사 1명이 배송 도중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고중량 가전제품을 배송·설치하는 삼성전자 설치기사도 폭염에 탈수 등으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폭염이 이어져도 배송 노동자들은 과도한 물량과 촉박한 배송 일정에 떠밀려 최소한의 휴식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오후 1시께 쿠팡 송파물류캠프에서 출발해 배송 중이던 택배기사 1명이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앞서 지난 4일 쓰러진 택배기사 중 1명은 병원에서 열경련과 열탈진, 급성 심부전 등을 진단받아 5일 이상 휴식을 권고받았다.
하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택배노조 쿠팡본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7개 지역, 16개 배송캠프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79차례 측정 중 68차례(86%)가 33도를 넘었다. 40도를 넘은 경우도 10차례에 달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장은 “성명 발표 이후에도 냉방시설 보강 등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매일 추가로 쓰러지는 노동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 쿠팡본부는 쿠팡이 주문 마감 시간을 늦추면서 배송 물량이 늘었지만 ‘저녁 8시까지 배송을 완료한다’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해, 기사들이 가장 더운 시간대에도 뛰어다니며 배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문 물량이 늘면서 출하가 늦어지고 이 과정에서 물품 분류도 제대로 되지 않아, 택배기사가 이를 직접 분류하는 작업까지 떠안았다고도 설명했다. 주문시간 연장으로 택배기사의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쿠팡 쪽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가전제품 배송·설치 기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삼성전자 물류 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의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한다. 하루 쉬면 곧바로 수입이 끊기고, 배정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계약 유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작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설치기사 김우근(가명)씨는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환경에서 무거운 가전제품을 하루 수십 건씩 운반·설치한다”며 “계단 운반과 사다리 작업을 반복하는데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기사들 중에 탈수나 탈진으로 다음 날 일을 쉬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7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개최한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로 주문이 몰려 배송 물량이 늘어난 점도 어려움을 더한다. 김씨는 “최근 2.5톤 트럭 적재량의 두 배 가까운 물량이 배정되고 있다”며 “하루 20곳 넘게 설치하기 위해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는 날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배송 지연이 회사의 물류 문제 때문에 발생해도 고객의 불만과 낮은 평가 점수는 기사 몫이다. 김씨는 “‘땀 냄새가 난다’, ‘땀을 많이 흘린다’는 이유로 고객으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는다.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로 주문이 몰린 탓에 물품이 없어 배송이 지연된 경우에도 기사의 책임을 물어 0점을 주는 고객도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낮은 평가점수를 받아 인센티브가 깎이고 계약 유지도 어려워지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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