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피해는 평등하지 않다. 냉방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집에서 에어컨을 켜거나 카페와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냉방비가 부담되는 노인에게 폭염은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경로당과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성과 운영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쉼터가 거주지에서 멀거나 주말과 야간에 문을 닫기도 한다. 기존 회원 중심의 경로당에 낯선 노인이 들어가 오랫동안 머무는 것도 쉽지 않다.
공공시설이 존재하는 것과 시민이 그곳에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 기자가 종종 방문하는 서울 은평구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 은 하나의 대안을 보여준다. 이곳은 2006년 주민 약 2000명의 서명운동에서 출발해 2015년 문을 열었다. 오래된 주택을 고쳐 연결한 공간에는 자료실뿐 아니라 실내 골목처럼 꾸며진 휴식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주민들이 만든 도서관'답게 이용 문턱도 낮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으며,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부 자료실은 오후 10시까지 운영되고 주말에도 문을 연다. 무더위가 늦은 저녁까지 기승을 부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은 채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점도 도서관의 강점이다.
이런 공공시설이 노인들의 거주지 가까이에 충분히 있었다면 이들은 폭염을 피해 인천공항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책 읽는 공간에서 기후대피소로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PCC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평균 표면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도 상승했다. 지구의 온도가 추가로 상승할 때마다 폭염을 비롯한 기후재난의 빈도와 강도,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이미 닥친 피해에 대비하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기후 안전망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냉방시설과 화장실, 정수시설, 의자와 책상이 있으며 대부분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 카페나 백화점과 달리 소비를 전제로 하지 않아 경제적 부담과 낙인효과도 적다.
한편 이를 기존 도서관 인력의 희생에 맡겨서는 안 된다. 역할 확대에 필요한 추가 인력과 냉방비, 안전관리 예산도 함께 지원돼야 한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56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