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무선 공유기 약 10만대에 외부 원격 조작이 가능한 ‘백도어’가 설치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공유기는 약 35초마다 중국 내 특정 도메인과 자동으로 통신하고, 서버에서 내려온 명령을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벌른체크(VulnCheck)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선전즈보퉁전자(Zbtlink)가 제조한 무선 공유기의 펌웨어 21종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원격 관리 기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벌른체크는 해당 구조에 ‘엔드리스 도어스’, 즉 ‘무한의 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유기가 부팅되면 원격 관리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약 35초마다 특정 인터넷주소(IP)와 중국 도메인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특히 통신 상대방을 인증하는 절차가 없어 외부 서버가 보낸 명령을 그대로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격자가 통신 서버를 장악할 경우 공유기를 원격으로 탈취하고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이컵 베인스 벌른체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세계에 최소 10만대의 해당 공유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같은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공유기는 ‘Zbtlink’와 ‘Wiflyer’ 브랜드로 판매됐다. 다른 업체의 상표를 부착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에도 같은 기능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벌른체크는 이번 문제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결함이 아니라 제조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제품에 탑재된 기능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벌른체크는 “수정 펌웨어를 기다릴 문제가 아니라 기기 자체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며 사용 중인 공유기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하고 침해 흔적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Zbtlink는 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해당 제품의 판매를 즉시 중단하고 관련 펌웨어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원격 관리 기능은 고객의 명시적 요청과 승인을 받아 기기 장애 대응과 설정을 지원하기 위한 애프터서비스 기능”이라며 “불법 접근에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를 해소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이번 보고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해당 기능이 실제 사이버 공격에 악용됐거나 중국 정부 등 국가 기관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벌른체크는 기존에 설치된 공유기들이 여전히 외부 장악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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