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지한 배우의 어머니가 아들의 생일을 맞아 가슴 절절한 그리움을 전했다. 아들이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며 “신발이 자꾸 벗겨져 사러 가야겠다”고 말한 걸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28번째 생일 선물로 구두를 샀다고 한다.
이지한의 모친 조미은씨는 아들의 생일을 맞은 지난 3일 아들의 인스타그램에 편지를 올렸다. 조씨는 “지한아. 2022년 10월29일 오후에 네가 집을 나서면서 엄마한테 했던 말을 엄마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 신발이 자꾸 벗겨진다며 신발을 사러 가야겠다고 했던 말. 그렇게 말해 놓고는 너는 집에 오질 못했어”라고 했다.
조씨는 “그래서 엄마는 너랑 같이 사려 했던 신발을 네 생일 선물로 사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을 했어. 네가 신을 수 있는 구두 중 가장 값지고, 제일 벗겨지지 않을 것 같은 신발을 샀어”라고 했다.
이어 “신발가게 사장님이 그러더라. ‘아드님이 신어 보고 혹시 작으면 교환하러 오세요’라고 말이야”라며 “교환하러 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고 눈물이 북받쳐 차올라 이미 앞이 잘 보이질 않았지만, 겨우겨우 계산을 마치고 후다닥 뛰어나왔어. 그리곤 신발 가방을 껴안고 간이 의자에 앉아 한참을 울었어”라고 말했다.
조씨는 “집에 돌아와 네 신발부터 현관에 놓으면서 앞코를 현관 쪽으로 향하게 놓을지, 아니면 거실 쪽을 향하게 놓을지를 고민하게 되더라”라며 “결국엔 앞코를 거실 쪽으로 향하게 놓았어. 네가 구두를 신으러 들어올 수 있게 말이야”라고 했다.
이어 “하늘만큼 사랑하고 땅만큼 보고 싶은 내 새끼 지한아. 현관 앞에 놓아둔 생일 신발 신어보러 꼭 한번 와주렴, 꼭”이라며 “혹시나 너를 놓쳐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보고 싶었다는 말도 전하지 못할까 봐 엄마는 이제 현관 앞에 다시 이불 깔고 잠들려 한다”고 덧붙였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신에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이지한은 2022년 10월30일 2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씨는 아들의 사망 뒤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등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냈고 이후 여러 악플과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김미나 전 창원시의원은 2022년 11월 페이스북에 조씨 사진을 올리며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 등의 막말을 하기도 했다. 조씨는 다른 유족들과 함께 김 전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912단독 이선희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어 다음 달에도 변론기일이 열린다. 조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참사 당시 ‘윗선’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등 아들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https://naver.me/Grgnjd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