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지적하며 원화 환율 안정을 위한 개입 여지를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 압박 부담이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이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 발표한 일본과 달리 한국의 1호 프로젝트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측이 한국의 프로젝트 선정 지연의 명분으로 들고나올 수 있는 ‘외환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선트 장관은 5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엔화 가치 상승을 위해 미·일 통화 당국이 공동 대응에 나선 이유에 대해 “많은 아시아 통화가 엔화와 연동돼 있다”며 “1990년대의 아시아 통화 위기는 대폭적인 엔저가 방아쇠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한국 원화 및 중국 위안화 가치에 관해 “엔화 가치가 약해져 한국의 원화도 약해졌고 중국도 위안화 가치 절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의 원화도 엔화처럼 가치 절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일본의 사례처럼 필요시 환율 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도도 읽힌다. 실제 국내 외환 당국 관계자는 환율 관리에 관해 “(미국 측과) 긴밀하게 공조를 하고 있다”며 “새로운 차원에서 긴밀히 공조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조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한·미 외환 당국의 이 같은 공조는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며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현재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32.50원) 대비 7.25원 내린 1425.25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원화 가치 인상 의도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미국이 이번에 환율 공동 대응에 나선 일본의 경우 지난 2월 미·일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8~9월쯤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 측의 프로젝트 선정 지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원화 가치에 대한 언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지난달 30일부터 미국과 공조한 엔화 약세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최대 13조 엔(약 118조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올해 4~5월 11조7000억 엔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고려하면, 엔화 매수 개입 역대 최고인 2024년의 15조3000엔을 이미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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