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4148594
냉방기를 하루 종일 돌리는 여름, 마른기침과 고열이 며칠 이어진다면 감기나 냉방병으로 넘기기 전에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올해 레지오넬라증 신고 환자가 역대 최다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1월부터 4월까지 신고된 환자는 2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3% 많았고, 상반기 누적 환자는 314명에 달했다. 이는 2000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 냉방병·여름감기와 갈리는 지점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차와 건조한 공기 때문에 생기는 몸의 부적응 반응이지만, 레지오넬라증은 균이 들어 있는 미세한 물방울을 숨으로 들이마셔 걸리는 감염병으로 원인부터 다르다.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폐렴형은 발열과 마른기침, 근육통, 두통, 흉통을 동반하고 잠복기는 2일에서 10일, 평균 7일이다. 독감형인 폰티악열은 잠복기가 24시간에서 48시간으로 짧고 급성 발열이 2일에서 5일 지속된 뒤 치료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폐렴형이다. 마른기침과 발열로 시작하는 탓에 여름 감기나 냉방병으로 넘기기 쉽지만, 항생제 투여가 늦어지면 치명률이 크게 올라간다. 전체 치명률은 5%에서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사이에 전파되지 않는다는 점도 다르다. 레지오넬라증은 감염된 사람의 기침으로 옮지 않고 오염된 물에서 만들어진 물방울을 통해서만 퍼진다. 같은 건물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걸린다면 사람 사이 전파가 아니라 공용 급수설비나 냉각탑을 의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 20도에서 50도 물에서 자란다…냉각탑·샤워기·가습기
레지오넬라균은 20도에서 50도 사이 미지근한 물에서 잘 증식한다. 이에 대형건물의 냉각탑수와 급수설비, 샤워기, 스파와 온수욕조, 가습기, 분무기처럼 물을 잘게 흩뿌리는 설비가 감염 경로가 된다.
특히 지금과 같은 폭염이 위험 요인으로 겹친다. 기온이 오르면 배관과 저수조에 담긴 물의 온도도 균이 좋아하는 구간에 오래 머물고, 냉방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면 냉각탑에서 만들어지는 에어로졸의 양도 늘어난다. 여름에 환자가 몰리는 이유이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올해 신고가 늘어난 배경이다.
◆ 휴가 다녀온 집, 샤워기 물부터 흘려보내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대비는 단순하다. 며칠 집을 비웠다면 샤워기와 수도꼭지를 틀어 고여 있던 물을 충분히 흘려보낸 뒤 사용한다. 물이 배관에 오래 머물면 온도가 균 증식 구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에어컨은 필터를 청소하고 응축수 배수 상태를 확인한다.
숙소도 같은 기준으로 본다. 오래 비어 있던 객실이나 펜션에 들어가면 샤워기를 먼저 틀어 물을 흘려보내고, 물이 튀는 동안에는 욕실 문을 열어 환기하는 편이 낫다. 스파와 온수욕조를 이용할 때는 수질 관리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