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생활비 72만원, 1억 넘게 모은 26세… “서른 전 3억 모을래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3억원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싶어요.”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본사. 직장인 이정민(26·가명)씨가 재무 진단표를 들고 은행 지점장 출신 재무 코치와 마주 앉았다. 이씨는 금융위원회와 서금원이 최근 내놓은 ‘청년 모두를 위한 찾아가는 재무 상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진단표를 본 코치는 “지금까지 상담한 청년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지출 관리를 잘하고 있다”면서 이씨를 칭찬했다.
이씨는 한 달 생활비로 72만원을 쓴다. 전셋집 대출 이자를 포함한 금액이다. 점심과 저녁을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걸어서 출퇴근하며 교통비를 아낀 덕분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1억2000만원이나 되는 큰돈을 모았다. 그러나 이씨가 세운 다음 목표는 만만찮다. 약 4년 안에 1억8000만원을 더 모아야 한다.
이씨에게 처음부터 돈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도 없다. 22세 무렵 전문직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이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이씨의 통장 잔고는 5만원뿐. 수험 자금을 모으겠다는 일념하에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 대부분을 아르바이트로 채웠다. 이후 휴학 기간에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하루에 15시간씩 일을 했다.
이씨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수험 생활을 시작했지만 공부가 잘 맞지 않았다. 1년도 안 돼 공부를 그만뒀다. 다만 열심히 모은 돈과 절약 습관은 남았다. 학생일 당시 식사는 장을 봐 집에서 해결했고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도 시작했다. 이씨는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 순간 통장에 7000만원이 쌓여 있더라. 이후 투자로 자산을 더 불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약만으로 2억원을 더 모으기는 어려웠다. 이씨가 재무 상담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식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었지만 3억원이라는 목표만 있을 뿐 주식 외 자산에 얼마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코치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목표 검증이다. 이씨의 월 급여는 세후 280만원 수준이다. 현재 수준의 생활을 유지해 매월 200만원을 모은다고 가정해도 4년간 저축할 수 있는 원금은 9600만원에 불과하다. 목표까지 8000만원가량이 빈다. 부족분을 투자로 메우려면 연평균 18% 안팎의 수익을 내야 한다. 20대 직장인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코치는 “18%를 목표로 투자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득과 저축액, 목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지 않은 채 높은 투자 수익률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진단 결과 이씨에게 부족한 것은 자산 관리의 체계다. 급여와 생활비가 같은 통장에서 움직였고 비상금과 3~4년 뒤 쓸 주택 구매 자금, 장기 투자금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았다. 700만원이나 되는 비상금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입출금 통장에서 굴리고 있었다.
코치가 내린 첫 번째 처방은 통장 쪼개기다. 월급날 생활비 72만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2대 8로 나눠 비상금 통장과 자산 형성 통장으로 보내도록 했다. 경조사비나 여행 자금은 비상금 통장에서 꺼내 쓴다. 비상금을 사용한 뒤에는 자산 형성 몫 일부를 돌려 수개월에 걸쳐 원래 수준으로 채운다.
두 번째는 자산 형성 통장에 넣은 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코치는 주식 투자에 앞서 혜택이 큰 정책 상품부터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청년미래적금’에 월 납입 한도인 50만원을 먼저 넣고, 남은 돈은 자산 형성 통장에서 주식 등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청년미래적금은 지난달 신청이 마감됐지만 올해 말 창구가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미래적금은 만 19~34세 청년이 월 최대 50만원을 3년간 넣으면 최고 연 8%의 금리가 적용된다. 소득과 가구 소득, 근로 형태 등 요건에 따라 정부가 납입액의 6% 또는 12%를 기여금으로 더 넣어준다. 이자소득세도 면제된다.
요즘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 원금을 잃을 위험이 있는 만큼 청년미래적금을 한도까지 붓고 남은 자금을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개별 종목에서 높은 수익을 낸 경험이 있더라도 매년 같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적립식으로 분산 투자할 것도 추천했다.
마지막은 ‘불릴 돈’과 ‘쓸 돈’을 나누는 것이다. 장기간 투자할 자금은 주식 시장이 출렁여도 견딜 수 있지만 몇 년 안에 사용할 주택 구매 자금은 그렇지 않다. 목표 금액이 모이거나 사용 시점이 가까워지면 주식 투자금 일부를 현금화해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 자산으로 옮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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