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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크리스토퍼 놀란은 왜 늘 통할까…영화 ‘오디세이’의 비밀 [더 비저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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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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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워즈’ 보며 꿈 키운 소년, 英 명문 ‘영화인 사관학교’에 첫 발



그의 아버지는 영국인이었고, 광고 기획자였다. 어머니는 미국 국적으로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영화와 관계가 있는 듯하면서도 직접 관련은 없는 이 조합이 뜻밖에 ‘영화 천재’의 조기교육을 가능케 했다. 그는 부모의 직업 때문에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컸고, 이 때문에 할리우드의 화제작 ‘스타워즈’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을 친구들보다 훨씬 일찍 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전 세계 동시 개봉 시스템이 없어서,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를 영국에서 보려면 길게는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했다.

‘스타워즈 키드’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던 그는 8살때 아버지로부터 슈퍼8 카메라를 선물받으며,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꿈을 품게 됐다. 슈퍼8 카메라는 코닥에서 일반 대중을 위해 출시했던 아날로그 소형 동영상 카메라로, 복잡하고 전문적이었던 촬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간소화 한 제품이다. 이로 인해 1965년 출시된 이후 1980년대까지 집에서 습작처럼 촬영하는 ‘홈 무비’ 열풍이 일기도 했다. 놀란도 홈 무비 열풍을 타고 꿈을 키운 셈이다.

그는 10대 때 아버지의 모교인 가톨릭계의 기숙학교 헤일리버리 앤드 임페리얼 서비스 칼리지로 진학했는데, 이때 여러 공상을 하면서 영화에 쓸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를 다듬어 졸업반일 때 첫 단편영화 ‘타란텔라’를 연출했다. 여기에는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선보인 시간 역행 연출이 실험적으로 나온다.


그는 영화 전문 학교 대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을 택했다. UCL은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 등을 배출한 명문이다. 동시에 영국에서는 웬만한 영화 학교보다 더 유명한 영화 인재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영화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도 만나게 됐다. 입학 첫 날 기숙사에서 나중에 그의 아내가 되는 엠마 토마스를 만난 것이다. 그는 엠마에게 영화 동아리 가입을 권유했고, 이후 엠마는 자신의 뒤를 이어 공직자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뒤로 한 채 놀란과 함께 영화판에 뛰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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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놀라게 한 데뷔작으로 할리우드 입성…‘히어로 영화’ 새 지평 열어



그는 졸업 후 카메라 기사로 일하면서 주말마다 짬을 내 친구들과 영화를 촬영해 첫 장편영화 ‘미행’을 완성했다. 6000달러(약 86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이 영화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수차례 수상 실적도 쌓으며 놀란에게 차기작 자금을 쥐어줬다. 이 상금들을 모아 놀란은 2001년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한 스릴러 ‘메멘토’를 선보였다. 메멘토는 평단과 영화팬들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해 선댄스영화제, LA 비평가협회, 시카고 비평가협회 등에서 각본상을 휩쓸었다. 미국 국회도서관은 이후 2017년 이 작품을 국립 영화 등기부에 영구보존작으로 등재하기로 했다. 이는 독립영화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라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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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의 성공은 그를 할리우드의 주류로 옮겨놓았다. 경쟁사 20세기 폭스가 ‘엑스맨’으로, 소니 픽처스는 ‘스파이더맨’ 으로 메가 히트를 이어가는데, 1997년 ‘배트맨 앤드 로빈’이 처참히 실패한 이후 만회를 못하고 있었던 워너 브러더스는 놀란에게 배트맨 시리즈의 운명을 걸었다.


놀란은 2005년 설정을 완전히 새롭게 정리한 ‘배트맨 비긴즈’로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배트맨 비긴즈’는 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지적인 블록버스터’라는 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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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인 ‘다크 나이트’는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영화 역시 순수한 혼돈의 화신 조커와 선(善)의 정점에 있던 검사의 타락을 통해 ‘절대선이 존재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지적인 블록버스터’였다. 흥행에도 성공해 수입 10억달러를 넘기며 당시 역대 박스오피스 성적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도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 의식을 담으려 시도하면서, 히어로 영화의 역사가 ‘다크 나이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 꿈 속부터 우주, 전쟁터까지 종횡무진하는 상상의 장



‘다크 나이트’의 성공 이후 워너브러더스는 놀란 감독에게 ‘하고 싶은 영화는 무엇이든 하라’는 전권을 줬다. 이에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찍기 전, 놀란은 10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어 왔던 작품인 ‘인셉션’을 내놨다. 첫 작품 ‘타란텔라’부터 ‘메멘토’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특기는 시간 순서를 뒤섞는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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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에서는 꿈, 그리고 꿈 속의 꿈을 이용해 시간의 틈을 벌린 후 사건을 진행하는 플롯을 선보여 ‘시간 조작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인셉션’은 메멘토와 2020년 ‘다크 나이트’에 이어 올해 미 국회도서관의 국립 영화 등기부에 영구 보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꿈과 잠재의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놀란의 연출력이 국가적 차원의 문화유산으로 한 번 더 인정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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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놀란은 ‘인터스텔라’로 우주의 이야기를, ‘덩케르크’로는 2차 세계대전에서 실제 있었던 탈출 작전인 ‘다이나모 작전’을 풀어냈다.



그는 지독한 아날로그 주의자다. 대다수의 감독들이 디지털로 영화를 찍는데, 그는 끝까지 필름으로 영화 찍기를 고집한다.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은 그와 더불어 쿠엔틴 타란티노 등 극소수다. 상상력 기반의 SF 영화, 대규모의 폭파 장면, 불꽃튀는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도 컴퓨터 그래픽(CG)은 자제하고 실사로 촬영하는 것을 선호한다. 


심지어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할 때에도 당연히 이메일로 보내는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거부하고, 직접 배우를 만나 인쇄된 시나리오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스마트폰도 쓰지 않고, 구형 폴더폰을 쓴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에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전용 컴퓨터로 글을 쓴다. 이에 대해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복잡한 각본을 쓰고 영화의 구조를 구상하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주머니 속에 인터넷이 연결된 기계가 있으면 틈날 때마다 그것을 들여다보게 돼 사고의 흐름이 끊긴다”며 “언제든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폰이 오히려 사람의 집중력을 방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온전한 사람의 상상력으로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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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애호가라는 면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장주의자’이기도 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할리우드를 잠식하는 시대에 ‘극장주의’는 생존을 위협하는 고집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의 고집에 커리어가 다소 흔들리기도 했다. 하필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전 세계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맞았던 2020년,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포기하고 OTT로 발길을 돌렸음에도 그는 ‘테넷’의 개봉을 고집했다. 팬데믹때문에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자극에 다소 둔감해졌던 관객들에게 ‘테넷’의 어려운 플롯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테넷’은 박스오피스에서 총 3억6000만달러(약 5200억원)를 벌어들이며 놀란의 영화 중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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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러닝 개런티 요구도 OK…“놀란 이름 자체가 IP”



그러나 놀란은 2023년 최대 화제작인 ‘오펜하이머’로 다시 화려하게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소재로 한 전기 영화인 ‘오펜하이머’는 세 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과 무거운 스토리, R등급(17세 미만 관람불가) 등 영화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악재’ 속에서도 9억7000만달러(약 14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오펜하이머’는 놀란에게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메멘토’부터 그의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 예술성 등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오스카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미국 아카데미 협회는 그를 줄곧 후보에만 올리고 상은 주지 않았는데, 드디어 ‘오펜하이머’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오펜하이머’는 그해 아카데미에서 총 7개 부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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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를 달리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답게, 그의 자산은 대략 2억5000만~3억달러(약 3600억~43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자산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러닝 개런티 방식의 계약이 큰 역할을 한다.

보통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감독, 배우들과 극장 티켓 판매 현황에 따른 러닝 개런티 계약을 체결한다. 러닝 개런티는 영화사가 제작비를 회수한 이후 발생한 수익부터 적용된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계약금 이상의 수익이 감독이나 배우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놀란은 개봉 첫날부터 극장 티켓 판매액에서 자신의 몫을 받는 ‘퍼스트 달러 그로스(First-Dollar Gross)’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작비 회수 여부와 상관없이 총 수익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갈 수 있는 것이다. 퍼스트 달러 그로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등 극소수다. 심지어 놀란이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오펜하이머’를 만들때 계약한 러닝 개런티 비율은 20%였다. 관객이 얼마가 들건 간에, 티켓 판매액의 5분의 1은 놀란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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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초대형 스튜디오들이 이 같은 조건까지 감안하는 이유는 놀란이라는 이름 자체가 ‘초대형 IP(지적재산권)’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요즘 극장가에서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순수 창작물로 10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제임스 카메론 뿐이라는게 영화계의 총평이다.

게다가 놀란은 할리우드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감독으로 꼽히기도 한다. 유명 감독 중에서는 예술성에 심취해 제작비를 수백억씩 초과하거나 촬영 기간을 몇 달씩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놀란은 할리우드에서 항상 예산보다 적은 돈으로,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촬영을 끝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작품성까지 갖춘 블록버스터를 연달아 내면서도 작품 사이의 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제작비 낭비 요인이 없는 감독이다. 이런 알짜배기 감독을 경쟁사에 뺏기느니, 거액의 러닝 개런티를 보장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게 스튜디오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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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자 ‘가족 사업’ 된 영화, 가족과 함께 일군 성공


퍼스트 달러 그로스 계약 외에도 그가 할리우드 최고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내 엠마와 함께 세운 제작사 ‘신카피(Syncopy)’를 운영하며 감독·각본·제작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있다. 첫 장편인 ‘미행’부터 그의 영화는 엠마와 함께 제작했다. 할리우드에서도 ‘배트맨 비긴즈’ 이후 ‘다크 나이트’부터는 놀란이 감독과 제작을 겸했다. 


엠마는 1997년 놀란과 결혼해 30여년간 가정을 꾸려왔다. 같은 기간 동안 그의 모든 영화를 함께 제작한 ‘인생의 파트너’라 할 수 있다. 둘은 ‘오펜하이머’의 대성공 이후 나란히 영국 국왕 찰스 3세로부터 기사 작위(놀란은 ‘Sir’, 엠마는 ‘Dame’)를 받는 영예도 누렸다.


놀란의 아이들은 모두 그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플로라는 ‘인터스텔라’와 ‘오펜하이머’에 나왔는데, 특히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의 성공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며 보는 환각 장면에서 얼굴 피부가 벗겨져 날아가는 이름 없는 여성 역할이 관객의 기억에 남았다. 놀란 감독은 촬영장에 놀러 온 딸을 즉흥적으로 캐스팅하면서 “궁극의 파괴 무기를 만들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파괴하게 된다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달 오디세이가 베일을 벗으면 그의 자산은 더 껑충 뛸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역대 영화감독 흥행 순위가 어떻게 변할지, 올 연말 그에게 돌아가는 트로피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역대 영화감독 흥행 순위에서 놀란은 스티븐 스필버그, ‘아바타’ 시리즈의 제임스 카메론, ‘어벤저스’ 시리즈를 연출한 앤서니·조 루소 형제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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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79540?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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