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3학번 유민준씨, SNS상 화제 ‘그늘로’ 개발
작업 2주만에 배포… “'뚜벅이' 편의 증진하고 싶어”

4일 ‘그늘로’ 애플리케이션상에 여의도 CCMM빌딩에서 국회도서관까지의 이동경로가 표시돼 있다. ‘그늘로’ 캡처서울 전역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오전 11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지도 화면에서 국회도서관을 목적지로 설정했다. 출발 지점인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까지 직진한 다음 좌회전, 국회대로를 따라 이동하는 1.0㎞·14분짜리 최단 경로가 안내됐다. 그늘 수준은 ‘0%’를 가리켰다.
출발 시간대를 같은 날 오후 4시로 조정하자 2차원 지도상에 표시된 건물들의 그림자가 동쪽으로 길게 늘어졌다. 추천 경로도 그와 함께 변했다. 대로변 최단거리로 안내됐던 기존 경로를 벗어나 국민의힘 당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을 굽이굽이 차례로 지나는 새 경로가 ‘그늘 많은 길’이라는 이름으로 표시됐다.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시간 변화에 따라 목적지까지 그늘이 많은 경로를 안내하는 앱이 등장했다. iOS 앱스토어·토스 등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는 길 찾기 앱 ‘그늘로’의 개발자 유민준(23)씨는 국민일보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통학하는 길이 힘들어 제가 쓰려고 만든 앱”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23학번으로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중인 유씨는 군 생활 이후 복학을 준비하던 중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계기는 예년보다 유독 따가운 여름 햇볕이었다.
오래 걸어야 하지만 익숙한 통학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는 “새로운 동네에 갈 때면 늘 시원한 길을 찾는 데 애를 먹곤 했다”고 털어놨다.

4일 ‘그늘로’ 애플리케이션상에 여의도 CCMM빌딩에서 강서구청까지의 이동경로 및 햇볕을 덜 받는 쪽 자리가 표시돼 있다. ‘그늘로’ 캡처 앱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은 시장조사를 하며 더 뚜렷해졌다고 한다. 시중 내비게이션 앱 일부도 그늘로 걷는 길을 안내했지만, 시간대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버스에서 어떤 쪽 자리에 앉아야 햇빛을 덜 받으며 이동할 수 있을지 예상하거나, 산책·달리기 코스를 짜는 데 응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약 한 달 전이었다. 개방형 지도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스트리트 맵 정보에 국토교통부 등이 제공하는 건물의 형상과 높이 정보, 가로수의 위치 및 수관·공원 정보, 대중교통 정보 등을 접목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무더위쉼터 정보도 적용했다.
그 결과 위치·시각별로 태양의 고도와 방향을 계산해 2D 지도에 그림자를 시각화하고, 이를 토대로 경로까지 탐색해주는 앱이 구현됐다. 개발 착수 이후 최초 배포까지는 2주가량 걸렸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소개된 뒤 일시적으로 기능 장애가 발생할 만큼 이용자가 몰리기도 했다.
유씨는 “더 많은 ‘뚜벅이’들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앱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길찾기가 단순히 ‘가장 짧은 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각자에게 편한 경로와 방식으로 이동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그늘 접근성이나 보행환경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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