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날 오후 8시쯤 찾은 CGV 판교점은 평일인데도 관객들로 북적였다.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아이맥스관에서 보려는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극장 한쪽에 붙은 영업 종료 안내문을 발견한 일부 관객은 “항상 사람이 많았는데 의외다”, “앞으로 영화를 보러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국 매출 상위권이자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특별관인 CGV 판교점마저 문을 닫게 되면서, 관객이 몰리는 극장조차 백화점 내 공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관이 과거처럼 백화점과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시설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공간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관객이 몰리는 핵심 점포였지만, 임대차 계약을 추가로 연장하지 못하면서 영업을 종료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 관계자는 “핵심 극장을 닫게 돼 아쉬운 상황”이라며 “영업 종료에 따른 별도의 신규 출점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 관객 많아도 소비 연결 안 돼… 영화관 모객 효과 약화
업계에서는 영화관의 낮은 공간 수익성이 임대차 계약 연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극장 관객이 백화점 내 소비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이 영화관 대신 단위 면적당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시설을 검토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정된 영업 공간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명품·패션 매장과 비교하면,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도 직접적인 판매 수익이 제한적인 영화관은 공간 효율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다.
과거에는 영화 관람 전후로 백화점을 둘러보거나 식사와 쇼핑을 하는 관객이 많아 영화관이 대표적인 모객 시설로 꼽혔다. 그러나 모바일 예매가 보편화하면서 상영 시간에 맞춰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었고, 영화 관람객이 백화점 소비자로 이어지는 효과도 약해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영화 관람객이 장시간 주차장을 점유하는 데 비해 백화점 내 소비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관객 자체가 줄어든 데다 관객의 소비 여력도 예전 같지 않다”며 “백화점이나 상가 입장에서는 영화관 대신 식당가나 체험형 시설을 조성하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특별관 늘리지만… 핵심 점포 생존도 장담 못 해
영화관 업계는 일반 상영관과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관을 확대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전국 특별관 스크린 수는 2021년 445개에서 2025년 1232개로 5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스크린 가운데 특별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형 아이맥스관과 다양한 특별관을 갖춘 CGV판교점의 폐점은 특별관 경쟁력만으로 극장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객을 확보하더라도 높은 임차료와 낮은 공간 효율성, 백화점 내 소비 연계 약화 등의 문제를 넘지 못하면 핵심 점포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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