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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수천만 원 줘도 안 해요"…20분마다 울린 호출, 교도관은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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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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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여자교도소 2박 3일 교도관 체험
700명 넘는 수용자, 밤 근무 교도관은 18명
정신질환·악성 민원 마주해야 하는 교도관들

 

https://v.daum.net/v/20260803090107896?f=m

 

삐빅. "4사, 1번 상황 발생. 지원 바랍니다."

 

고요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후 2시, 교도관의 주파수공용통신(TRS)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용자 간 다툼이 벌어졌다는 보고였다. 무전기 잡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 다른 무전이 이어졌다. "1사 6128번 변호사 접견, 연출 갑니다." "2사 운동 후 복귀합니다."

 

이번에는 수용자와 보안과 사무실을 잇는 인터컴이 울렸다. 띵동 띵동. 사무실 벽면 호출기에서 3번 방 버튼에 붉은 불이 들어왔다. "주임님, 엉덩이에 뾰루지가 났어요. 약 주세요." 머리를 질끈 묶은 교도관이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짧게 답했다. "기다리세요."

 

그는 곧바로 5번 방 버튼을 눌렀다. "6128번. 변호사 접견." 다른 화면에서는 수용자 한 명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6200번. 바로 일어나 앉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교도관은 열린 사무실 문틈으로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의자를 밀치고 뛰어나갔다. 몇 분 뒤 돌아온 그의 안경에는 땀과 습기가 뿌옇게 맺혀 있었다.

 

책상엔 보고전 열댓 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방을 옮겨 달라는 민원, 약을 달라는 요청, 면담 신청… 한 장을 집어 들자 또 다른 보고전이 들어왔다.

 

한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무전이 울렸고, 인터컴이 울리면 폐쇄회로(CC)TV 화면이 바뀌었다. 복도에서 소리가 나면 곧장 뛰어나가야 했다. 하루 종일 긴장이 끊이지 않았다.

 

"주임님, 독거실로 옮겨주세요." 16.62㎡ 남짓한 방에서 11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였다. 정원 619명의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전체 수용자가 760명에 달했다. 수용률은 120%을 넘어섰다. 그는 "더워서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회색 반팔의 3분의 2 이상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교도관은 단호했다. "다 덥고, 다 힘듭니다."

 

다시 방송 버튼을 눌렀다. 한 수용자가 변기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6322번. 아이 참. 누가 변기에 손을 씻어요." 전날엔 세면대에 대변을 본 정신질환 수용자였다. 수용자가 고개를 들더니 더듬더듬 말했다. "주임님…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교도관은 조사징벌방으로 향했다. 방 앞에는 지린내가 진동했다. 며칠째 감지 않은 듯 기름진 머리카락, 얼룩진 관복. 교도관은 쪼그려 앉아 한참 동안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사이에도 무전은 멈추지 않았다. 인터컴이 울렸고, CCTV 화면은 계속 바뀌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또 다른 누군가가 교도관을 불렀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0일부터 사흘간 교도관을 동행 취재하는 동안, 청주여자교도소에선 이런 장면이 내내 반복됐다.

 

"왜 이렇게 넋이 나가있어요. 이제 시작인데요." 지난달 20일 오후 5시. 기자를 보며 야간근무 교도관이 웃었다. 웃음은 잠시였다. 자해 우려자, 정신질환 수용자, 갈등이 잦은 방... 주의해야 할 수용자와 특이사항 인수인계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청주여자교도소 보안과는 24시간 교대로 수용동을 지킨다. 이날 밤 수용동을 지키는 교도관은 18명. 700명이 넘는 수용자를 맡아야 했다. 해가 졌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후 5시 수용동 내부는 31도, 습도는 80%. 복도는 뜨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중략)

 

한밤의 수용동에서는 20~30분 간격으로 일이 생겼다. 벽을 치는 소리가 들리면 달려갔고, 인터컴이 울리면 설명하고 진정시켰다. 누군가의 눈빛이 평소와 달라 보이면 자해 위험부터 살폈다.

 

근무일지에는 밤새 벌어진 일들이 쉼 없이 쌓였다. '오전 3시 30분, 벽을 계속 침. 오전 4시 20분, 밤새 나체 상태. 오전 5시, 혼잣말하며 벽을 반복해 때림.' 잠든 것처럼 보이는 수용동에서도 교도관들은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한 수용자가 더위 때문에 혈압이 오른 것 같다며 혈압계를 달라고 했다. 측정 결과는 정상이었다. 수용자는 "기계가 고장 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곁에 있던 5년 차 주임 A씨가 직접 혈압을 재봤다. 최고혈압 169 최저혈압 120. 수용자보다 교도관의 혈압이 더 높았다. "어쩐지 오늘은 뒷골이 좀 당기더라고요." 웃으며 넘겼지만 그의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있었다.

 

A주임은 "처음 야간근무를 선 날 아침에 집에 가서 다 토했다"며 "지금도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면 다음 날은 그냥 기절한다"고 말했다. 15년 차 B계장도 비슷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사람을 지치게 하더라고요." 사건이 없는 밤이라고 평온한 밤은 아니었다. 자해도, 싸움도, 돌발 상황도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교도관들은 밤새 긴장을 이어갔다. 그 긴장은 조금씩 사람을 닳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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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계장 C씨는 책상 서랍에서 불송치 결정서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수용자가 난동을 부려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다쳤다며 C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론이 나오기까지 C씨는 조사를 받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당시 근무일지를 찾아 제출하고, 수갑 사용 경위와 조치의 필요성을 소명했다.

 

C씨는 허탈한 듯 웃었다. "못 누워 있게 했다고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수용자를 시켜 함께 고소·고발이나 진정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도관들은 고소와 진정을 반복하며 담당 교도관을 괴롭히는 수용자의 행위를 '코걸이'라고 불렀다. "수용자들이 그러더라고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요. 바위가 깨지지는 않더라도 더럽힐 수는 있대요."

 

민원은 교도소 안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신문고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서와 법원까지 이어진다. 대부분 무혐의나 불송치로 끝나지만, 그때마다 교도관들은 소명자료를 만들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 지난 10년간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은 7,616건, 피소 인원은 1만5,788명에 달했다. 고소·고발 건수도 2024년 622건에서 지난해 763건으로 22.7% 늘었다. 하지만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을 제외하면 기소는 단 5명(0.03%), 기소유예는 2명뿐이다.

 

C계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교도관을 '운수직'이라고 합니다. 오늘만 무사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근무하거든요.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내 근무 시간에만 안 생기길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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