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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구한말 사진 속 장소를 추정하는데 성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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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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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레스트를 뒤적거리다가 사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사진인데, 어딘가의 문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담장 뒤로 다른 건물이 있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사진 링크도 삭제되어 있어서 위치 파악이 불가했습니다.

 

그래서 사진 속 단서들을 토대로 추정해 보았습니다.

 

아래 번호들을 봐 주시죠.

 



단서 1 : 지붕

 

동양 건축은 지붕을 위한 건축이라 할 정도로 지붕에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지붕을 잘 보시면, 우선 지붕의 모양은 팔작지붕입니다.
 



왼쪽 위가 팔작지붕인데, 보시면 원본 사진과 모양이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지붕과 문의 비례를 보면 대충 문은 삼문 정도로 보입니다.

 



창덕궁의 진선문입니다. 얘도 삼문인데, 원본 사진과 모양이 흡사하죠?

 

삼문은 웬만한 장소에 설치되지 않습니다.

 

궁궐, 관청, 객사, 서원, 향교 등에 설치되죠.

 

특히 팔작지붕 삼문은 더욱 보기 힘듭니다.

 

 

일단 기억해 둔 뒤, 다음으로 지붕의 장식입니다.

 

원본 사진을 보시면, 지붕의 용마루와 추녀마루가 양성바름이 되어있음이 보입니다.

 

예시를 보여드리자면 :

 



이렇게 지붕의 '테두리' 부분을 석회로 하얗게 덮는 걸 양성바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끔 시멘트라고 오해도 함)

 

일반적으로 궁궐이나 관청 등 위계가 있는 건물에서 사용한

 

조선후기 양식의 지붕마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리고 양성바름 위에 뭔가 조각상들이 보이죠?

 

이걸, 용두, 취두, 잡상이라고 합니다.

 



용마루 위에 얹는 걸 취두라고 하고,

 

추녀마루 부분에 얹는 걸 용두와 잡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용두와 취두는 간혹 성문이나 관청에도 사용하지만,

 

잡상만큼은 거의 궁에 준하거나, 그 정도로 위계가 높은 건물에만 쓰입니다.

 

 

그러므로 단서 1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팔작지붕, 양성바름, 용두&취두&잡상

 

심지어 어딘가의 '문'으로 보이는 건물이죠.

 

즉, 해당 문과 그 문이 있는 장소는 궁궐 혹은 그에 준할 정도로 위계가 높은 장소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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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 2 : 문의 벽 모양

 

전통적으로 한반도는 벽돌을 잘 쓰지 않습니다.

 

우선 자연환경 상 벽돌을 만들기 힘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원본 사진을 보시면, 문의 벽이 벽돌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팔작지붕 삼문은 이렇게 덕수궁 광명문처럼 나무로 마감하거나,

 



창덕궁 숙장문처럼 토벽으로 마감하여 색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요한 단서죠?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벽의 마감" 기억해 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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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 3 : 담장 뒤편의 건물

 

담장 뒤를 보시면, 맞배지붕 건물이 보입니다.

 

 

맞배지붕은 이렇게 양쪽 지붕이 人 자로 마감된 지붕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맞배지붕 건물이 삼문 뒤에 있는 건, 궁궐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보통 어디에 있냐면 :

 



성균관의 동무와 서무가 이런 식이고

 



지방에 있는 거의 모든 향교의 양식이 이런 식입니다.

 

맞배지붕 건물이 평행하게 서 있죠?

 

보통 이걸 앞서 언급했듯 '동무(북쪽에서 쓰는 그 동무 아님)와 서무', '동재와 서재'라고 합니다.

 

'무'자 건물은 제사를 지내는 제향(제사) 공간, '재'자 건물은 기숙사죠.

 

 

그렇다면 이 단서로 알 수 있는 것은 :

 

1) 원본 사진 속 장소는 궁궐이 아니다

 

2) 제향 공간이거나, 기숙 공간이 존재하는 장소이다

 

정도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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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 4 : 산(山)의 형태

 

우선 저는 해당 장소가 매우 높은 확률로 서울이리라 확신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지방에는 잡상을 올란 팔작지붕 삼문을 가진 건물이 없거든요.

 

........있다면 제 무지의 소치이겠습니다.

 



원본 사진 속에서 해당 산은 암반이 솟아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한양도성 근처)에서 명확한 암반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인왕산이 첫째

 



북악산이 둘째

 



북악산 뒤 북한산이 셋째,

 



신촌과 무악재 부근의 안산이 넷째입니다.

 

왜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 같은 큰 산이 없냐구요?

 

거긴 적어도 근대까진 한양이 아니었거든요...

 

 

자. 그럼 위치를 추정해 봅시다.

 

 

원본 사진 상에는 해당 장소와 암반이 매우 가까워 보입니다.

 

산의 낮은 부분이거나, 애초에 해당 장소가 높은 곳에 있거나 둘 중 하나겠죠.

 



자... 그래서 그림판으로 구한말 기준 주요 영역 표시를 해보았습니다.

 

노란색 선이 한양도성이고 파란색 원이 돈의문(서대문)이며,

 

빨간색 표시들은 각각 사직단, 경희궁, 덕수궁, 경복궁(+후원 포함. 현재 청와대 자리), 육조거리입니다.

 

 

보시면 우선 안산은 바로 제외됩니다.

 

안산의 암반 부분이 무악재 쪽(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 쪽)으로 나 있는데,

 

이쪽은 조선시대의 그 유명한 의주대로가 지나는 길입니다.

 

그리고 여긴 적어도 제가 파악하기엔, 몇몇 군영을 제외하고는

 

위계가 높은 건물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암반이 산의 꼭대기 부근에 있어 원본 사진과 각도도 맞지 않고요.

 



그렇다면 답은 여기 사직동 쪽입니다.

 

위쪽의 청운동, 경복궁 동쪽의 삼청동은 지형상 너른 대지가 적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게 웬걸.

 

답이 안 나옵니다.

 

사직동 쪽에는 사직단, 경희궁 말고 이에 준하는 건물이 별궁밖에 없는데,

 

잡상까지 올린 별궁이 있을리가요...

 


 

심지어 사직단의 대문은 팔작지붕이 아닌 맞배지붕이라 여기도 아니고

 



그럼 답은 경희궁이냐고 해도,

 

앞에서 다룬 단서들이 궁궐을 가리키지도 않을 뿐더러,

 

경복궁 중건하느라 조선 스스로 경희궁을 빈 터로 만들어 버립니다.

 

즉, 이쪽이 아니란 뜻이죠.

 

이 단서는 킵해두고 넘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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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 5 : 어도?

 

 

조선시대 건축에서 바닥에 '돌로'을 깐다는 것은 꽤나 귀한 곳에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보통은 마사토로 포장하거든요.

 

특히 사진에서는 문과 평행하게 길이 이어지는데, 중심 건축군 밖으로 길이 이어지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이 말은 즉 관청과 위계가 같거나 또는 더 높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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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단계>

 

지금까지의 단서를 종합해서, 위치를 추정해 보겠습니다.

 




우선, 사진상의 장소를 토대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서 있던 장소를 표시하고 나니, 몇몇 후보군이 떠오릅니다.

 



첫째는 창덕궁 인정문입니다.

 

팔작지붕 삼문에, 길도 문과 평행하게 나 있죠.

 

하지만 탈락입니다. 양옆 건물이 담장이 아니라 행각(복도)로 되어 있고,

 

뒷배경에 산이 없으며 인정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종묘의 어딘가인데,

 

길도 깔려있고 맞배지붕 건축은 많지만, 탈락입니다.

 

정작 '문'이 팔작지붕인 곳은 없기 때문이죠.

 



셋째는 성균관입니다.

 

맞배지붕 건물이 있지만, 여기도 종묘처럼 탈락입니다.

 

팔작지붕 문도 없고, 문과 평행한 길도 없기 때문이죠.

 



포기해야 하나 싶던 찰나......

 

불현듯 한 곳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동묘입니다.

 



동묘시장 말고,

 



임진왜란을 계기로 지어진 관우의 사당,

 

바로 동관왕묘입니다.

 

바로 네이버 지도를 켜보니....

 



어??????

 

바로 제 평면도와 대조해 보면 :

 



정말 놀랄 정도로 흡사한 평면도가 그려집니다.

 

동관왕묘의 사진들도 볼까요?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yshwa&logNo=224214998326&photoView=6

 

어어 이거 완전?

 



건물의 배치와 형태가 거의 완전히 같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담장과 협문의 모양이 다르다 정도인데...

 



그 원인은 바로 일제강점기 때 동관왕묘가 훼손되며, 양옆 담장과 협문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즈음부터 하여 하나씩 복원이 이루어져서

 


(문의 벽도 벽돌로 마감되어 있음이 보임. 단서 충족.)

이렇게, 새로 만든 티가 나는 담장과 협문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옛 사진과 모양이 다른 이유는 이것 때문일텐데..

 

이게 원래 맞는 모양인건지, 잘못 복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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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검증>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하나 놓친 게 있었죠?

 

바로 단서 4 : 산의 형태입니다.

 

 

원본 사진 속의 산, 그리고 그 암반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저기, 숭인근린공원일 겁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죠.

 



사진을 찍었을 장소부터 선을 그어보면, 암반이 있어야 할 자리는 평탄하고 심지어 정자도 있습니다.

(테니스코트도 보임)

 

게다가, 원근법을 따진다 해도 산이 너무 멀리 있죠.

 

왜 그럴까요?

 


젠장 또 당신입니까

 

답은 일제강점기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이 채석장으로 사용되었던 것이죠.

 



카카오맵 로드뷰로 이곳을 보면,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동망정이라는 정자가 있던 이유는

 


https://www.yna.co.kr/view/AKR20170912118600805

원래 영조가 동망봉이라는 글자를 세긴 암반이 있었으나,

 

채석장 시기에 사라진 모양입니다.

 

즉, 매우 높은 확률로 원본 사진 속 바위도 조선총독부의 자재가 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죠.

 

 

---------------------------------------------

 

 

<결론>

 

 

1. 사진 속 장소는 동관왕묘이다

 

2. 문 옆 담장과 협문은 최근에 복원된 것이다

 

3. 사진 뒤편 바위는 지금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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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그냥 구글에 이미지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됨.

 

역시 이과는 위대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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