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회사와 아드님 사이의 문제입니다. 아드님은 성인 직원이에요.”
미국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한 인력 파견 업체 최고운영책임자(COO) 스티븐 클라크는 최근 24세 신입 직원을 해고하며 진땀을 뺐다. 건설 현장에 출근한 첫 주에만 네 차례 지각하거나 무단결근한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한 지 몇 시간 뒤 이번에는 그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지만 거절당하자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
어린 시절 자녀 곁을 맴돌며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던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의 취업과 직장 생활에까지 개입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새로운 노동시장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자녀의 지원 현황을 묻거나, 화상 면접에서 화면 밖에 앉아 답변을 코치하고, 성인 자녀를 대신해 병가 전화를 거는 부모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력서 플랫폼 제티(Zety)가 올해 1월 미국 Z세대 근로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부모로부터 정기적으로 취업·커리어 조언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21%는 부모가 채용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 32%는 부모를 자신의 진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꼽았다. 레주메템플릿닷컴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63%가 부모가 대신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40%는 부모가 채용 면접 자리에 참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도 신입 사원의 어머니가 “연봉 계약서를 함께 검토하겠다”며 회사를 찾아왔다는 사연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미국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재택 수업과 비대면 생활을 경험한 Z세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의 개입이 더욱 잦아졌다고 분석한다.
다만 정작 Z세대는 이런 현상을 반기지 않는다. 올해 미국 미주리대를 졸업한 폴 브랜슨(22)은 WSJ에 “부모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면접에 함께 가거나 회사에 대신 연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 행동이 ‘Z세대는 누군가 손을 잡아줘야 하는 세대’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었고, 결국 우리 세대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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