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이) 우리 집에 있대니께유."
양배의 본체가 음문석이라는 건 (한눈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첫인상이 워낙 강렬해서다. 허름한 옷차림, 이질적으로 튀어나온 앞니, 섬뜩한 웃음까지….
음문석은 등장과 동시에 작품의 공기를 뒤집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양배로 분했다. 서스펜스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디스패치'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음문석을 만났다. 그가 '호프'의 신 스틸러로 거듭나기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들었다.

◆ 나홍진과의 첫 만남
음문석은 마을 외곽 저수지 인근 폐가에 사는 목수 양배 역을 맡았다. 호포항 출장소에 찾아와 믿기 힘든 제보를 하는 인물이다.
단 한 번의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 그는 "(나홍진 감독과 오디션이 끝난 직후) '이번에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떠올렸다.
"오디션을 딱 한 번 봤는데 '같이 가자' 하시더라고요. '내가 나홍진 감독 작품에 들어간다고?' 소리 지르고 막 난리가 났죠."
나홍진 감독과는 이번이 첫 호흡이다. 음문석은 "(타협 없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너무 많은 타협을 해줬다. (짜인 틀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허설 할 때 (미리 짜준) 동선 안에서 연기하다 보면 순간적인 감정들이 나올 때가 있거든요. (나홍진 감독이) 그걸 잘 캐치해서 (각본 속) 구멍들을 같이 채워 나갔던 것 같아요."

◆ 모든 비극의 원흉
양배는 분량이 많지 않다. 그러나 (작품 내) 존재감은 주인공 못지않다. 이야기를 움직이는 진짜 시발점이다.
시작은 사소했다. 그의 작은 이익 혹은 순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마을 전체를 집어삼키더니 끝내 우주적 참사로 번졌다.
음문석은 "양배는 어떤 캐릭터일까 고민이 컸다. 감독이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데 절대 악'이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은 양배에 비하면 하수'라고 하셨어요. '그들은 잡혔지만 양배는 안 잡혔다'는 거였죠. (이해하기 어려워서) 힘들었어요."
그때, 조카의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조카가) 입에 쪽가위를 넣으려고 했다. 보는 사람은 무서운데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양배가) 저런 아이 같은 모습이겠구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 악의 없는 악인
양배가 악의를 품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 하지만 아이 같은 무지가 세상을 뒤흔드는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음문석이 해석한 양배의 본질이다.
음문석은 "(양배는) 뭔가를 의도하는 게 아니라 물 흘러가듯 뭔가를 한다. 근데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걸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공들인 장면은 영화 말미, 차량 핸들링 신이다. 양배는 성기(조인성 분)가 외계인을 물리치고 환호하던 그 순간, 핸들을 틀었다. '퍽' 소리와 함께 남은 것은 성기의 부츠뿐.
"고양이가 확 튀어나와 가지고…."
대사 톤을 일부러 애매하게 잡았다. 그는 "(고양이를 말할 때)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확신도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외모적 디테일까지
음문석은 양배의 외모적인 부분도 나홍진 감독과 상의하며 완성했다. 튀어나온 앞니를 만들기 위해 인공 치아를 덧대고 다크서클, 기미, 검버섯 분장을 추가했다.
"'얼굴에 특수분장 했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웃음) 치아만 하고 다크서클 조금 추가했는데 20분도 안 걸렸죠."
말할 때 혀로 윗니를 핥거나 '쩝' 소리를 내는 설정 역시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갔다.
그는 "틀니처럼 인공 치아를 하니까 입 안이 마르지 않나. 몇 마디만 하면 윗입술이 올라가더라"고 회상했다.
"대사 중간에 침을 발랐더니 감독이 잇몸까지 훑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더 양배스러운 설정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음문석의 재발견
연예계 데뷔 21년, 재발견을 이뤘다. 음문석은 가수, 댄서, 리포터, 단역 배우, 단편영화 감독을 거쳐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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