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코첼라의 권위와 신의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5,201 28
2026.08.04 08:15
5,201 28


YQMgcM



“전 세계 톱스타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미국 코첼라와 롤라팔루자처럼 권위와 신의가 쌓인 축제를 만들 겁니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의 장관급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의 말이다. 그는 ‘한국판 코첼라’를 표방한 K팝 중심 대형 축제 ‘2027 패노메논(FANOMENON)’의 윤곽을 발표하며 이런 말을 했다. 내년 첫선을 보이는 ‘패노메논’은 2027년 12월 2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연례 행사라고 한다.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창동 ‘서울 아레나’에서 매주 금·토·일에는 공연, 토·일에는 시상식을 열고, 같은 기간 일산 킨텍스에서 음악뿐 아니라 음식·패션·게임·웹툰·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 등 각종 K컬처 관련 기업들의 전시와 행사를 열어 관광객을 대거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매년 5월에는 로스앤젤레스 등 전 세계 대표 도시를 순회하며 K컬처를 알리는 ‘패노메논 페스티벌’도 개최한다고 한다. 


 패노메논의 시상식은 팬덤에 상을 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한 해 동안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한 팬덤 10개를 선정하고, 해당 팬덤의 가수에게 상을 대리로 수여한단다. “K팝 팬덤은 단순 소비자라기보다는 산업의 파트너로서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가수들도 팬덤에 상을 주는 시상식 참여를 거절하기 어려울 거란 데서 착안했다”고 한다. 그는 행사 개최 취지로 ‘공익’과 ‘멋진 일’을 언급하며 “제발 도와달라”고 읍소하는가 하면, 이 행사로 매년 12월 서울에 전 세계 시선이 쏠리고 대한민국이 바글바글한 벅찬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를 접하고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패노메논… 팬덤에게 시상… 세계를 도는 패노메논 페스티벌… 한국판 코첼라… 모르겠다. 일단 팬덤에게 시상을 한다는 개념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치밀한 데이터 평가로 한 해 동안 활약이 컸던 톱10 팬덤에게 시상할 것”이라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한 마디로 이만큼이나 돈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돈 많이 써주세요 이런 건가? 근데 그렇게 상을 주면 그 팬덤이 얻는 건 뭐지? 돈과 시간을 많이 쓰는 열성 팬덤이란 명예? 그들에게 정말 그런 게 필요한가? 그들이 필요한 건 응원하는 아티스트가 좋은 음악을 발표하고 좋은 공연을 보이는 것 그 자체 아닌가? 팬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어쩌면 앨범 한 장만 사도 포토카드를 풍족하게 가질 수 있는 기회 아닐까? 랜덤 포카, 팬사인회, 사운드 체크석, 형편없는 저품질 머천다이즈 등등에 헛돈 안 쓰고 그냥 좋아하는 마음을 순수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원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톱10 팬덤을 뽑아서 앨범 중복 구매 등으로 나간 돈 일부를 환급해준다거나 공연 티켓값을 내린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팬덤에게 필요한 건 기획사가 하사하는 ‘개근상’ 같은 트로피가 아니라, 팬을 상술의 대상이 아닌 진지한 리스너로서 대하는 태도다. 


 한국판 코첼라… 저들이 코첼라가 어떤 페스티벌인지는 알고 한국판 코첼라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건지 궁금하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상업성 짙은 메인스트림 음악 아닌 얼터너티브, 인디펜던트 중심의 음악 페스티벌로 출발했다. 페스티벌의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진 지금은 메인스트림 아티스트도 출연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장르의 크고 작은 아티스트가 골고루 출연하는 이유다. 

K팝 대형 기획사 4개가 모여 합작 회사를 만드는 건 출발부터 ‘한국판 코첼라’가 될 수 없다. 되어 봐야 2027년판 드림 콘서트 정도겠지. 

코첼라의 핵심은 형형색색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가 아니라, 서브컬처와 인디 신을 끌어안는 다양성의 스펙트럼에 있다. 진정 ‘한국판 코첼라’가 되려면 K팝 기획사들부터 수많은 인디펜던트 레이블과 레이블 없이 홀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밴드, 하물며 트로트 가수까지 모두 아우른다고 할 때 ‘한국판 코첼라’ 얘기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코첼라 페스티벌을 유튜브로 보면서 부러워만 하던 바다 건너 음악 팬의 입장에서 기만적인 ‘한국판 코첼라’를 운운하며 “제발 도와달라” 읍소하는 모습에 기가 찼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업계의 수많은 동료가 오늘도 묵묵히 이를 악물고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 그럴듯하게 보이는 해외의 무언가를 따다가 한국판 어쩌구라고 부르며 엇비슷하(지도 않)게 새로 만드는 행위는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 2026년 아닌가.

 한국판 코첼라를 만들 게 아니라 한국의 펜타포트, 한국의 DMZ 피스트레인, 한국의 전주얼티밋페스티벌, 한국의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한국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을 어떻게 하면 더 융성하고 풍요롭게 만들지 고민하면 안 될까. 참고로 코첼라 페스티벌의 주요 스테이지는 8개로 페스티벌 사이트와 캠핑장, 주차장 등 부대 시설 포함하면 전체 부지가 80만 평에 육박한다고 한다. 펜타포트가 열리는 송도달빛축제공원이 5.4만 평, 자라섬이 20만 평,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열리는 부산 삼락생태공원 전체가 143만 평 정도. 코첼라 반 정도 사이즈라도 스테이지 4개 두고 K팝부터 가요, 힙합, 록, 포크, 재즈, 트로트 다 모여서 페스티벌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코첼라의 권위와 신의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https://www.magazinemuve.com/features/%ED%95%9C%EA%B5%AD%ED%8C%90-%EC%BD%94%EC%B2%BC%EB%9D%BC%EB%8A%94-%EA%B0%80%EB%8A%A5%ED%95%A0%EA%B9%8C


댓글 2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에이피 뷰티🖤차원이 다른 #안티에이징 선 세럼, <에이피 뷰티 선 세럼 2종> 샘플링 진행 중! 137 08.04 31,230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303,18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575,82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984,36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965,21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46,91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687,42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90,48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1 20.05.17 8,820,83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92,18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22,17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34215 기사/뉴스 “영화관은 놀이터” 특수상영관 흥행몰이 06:30 414
3134214 유머 14년 만에 처음으로 고기를 먹은 채식주의자 여성 12 06:19 2,193
3134213 유머 되게 시원해보이는 강아지 4 06:18 538
3134212 이슈 대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영상 4 06:12 1,364
3134211 이슈 커뮤식 해결법을 실천한 아버지 2 05:56 1,104
3134210 유머 바닷가에서 시선 집중 가능한 비치 슬리퍼 5 05:50 1,429
3134209 이슈 태국 방콕 수안나품 공항에서 중국 사생들이 보안사항 위반해서 탑승 거부당함 16 05:38 3,723
3134208 이슈 방탄소년단 진 인스타 업뎃 1 05:36 761
3134207 이슈 어제 태국에서 발생한 사건 : 축구 친선 경기 중 벼락에 맞아 선수 사망 14 05:20 4,491
3134206 유머 한 백수의 고민 4 05:12 1,416
3134205 유머 동물농장에 나온 눈물 흘리는 고양이 2 05:04 1,291
3134204 유머 올해는 미친 사람처럼 공부에 올인할 거라고 나 자신과 약속했어 6 05:02 2,971
3134203 유머 에어컨도 45도가 넘으면 쓸모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앎? 26 04:52 5,473
3134202 유머 새벽에 보면 등골 서늘해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94편 1 04:44 292
3134201 이슈 담임선생님 느낌 나는 아이린 조이 서핀보이 챌린지 2 04:40 1,223
3134200 이슈 19살 백진희 길거리 캐스팅 썰 04:24 1,603
3134199 이슈 KISS OF LIFE(키스오브라이프) SWEAT 초동 2일차 1 04:18 402
3134198 이슈 선물 줄 맛나게 리액션해주는 개그맨 유영우.insta 7 04:07 1,177
3134197 이슈 빌라 주차장 레이에서 5년동안 살아온 리트리버... 30 03:45 5,492
3134196 유머 옛날에 할머니가 드라마 탐나는도다 좋아하셨는데 가까운 장소에서 배우 임주환 팬미팅같은게 있다는거임 26 03:43 4,013